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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주권보다 조국 공군장교 택했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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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군본부 법제과 국제법담당 양정훈 중위. [사진 공군]

공군본부 법제과 국제법담당 양정훈 중위. [사진 공군]

미국 명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장과 미국 변호사 자격증에 이어 그린카드(미국 영주권). 공군의 양정훈(28·사진) 중위에게 보장된 삶이었다. 그러나 그는 영주권 신청을 뒤로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떠난 고국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길을 선택하면서다.

하버드 출신 변호사 양정훈 중위 #“힘든 사람 돕는 공익변호사 꿈”

양 중위는 2016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지난해엔 뉴욕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서 각각 변호사 시험을 통과했다. 그는 “조국을 위한 신성한 병역의무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영주권 신청을 연기하고 올 1월 공군 법무장교로 입대했다. 지난달 30일 중위로 임관한 뒤 공군본부 법제과 국제법 담당으로 국제협정·조약 등을 검토한다. 국내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무관이 아닌 법무 행정장교로 근무하고 있다.

양 중위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 변호사가 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이민 초기 사기를 당해 곤경을 겪었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어 제대로 된 법률지원도 받지 못했다. 당시 그는 낮에는 음식점 등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야간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양 중위는 로스쿨 재학 시절부터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 임대주택 거주자에게 법률지원을 하는 ‘하버드 테넌트 애드보커시 프로젝트’의 학생대표를 맡았다.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법률자문 단체인 ‘그레이터 보스턴 리갈 서비스’에도 참가했다.

그는 “부족하나마 내가 가진 지식을 조국과 국민을 위해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전역한 뒤에는 사회적 조건 때문에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어려운 이들을 돕는 공익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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