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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저씨' 원빈의 그 무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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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위례 밀리토피아에서 건장한 남성들이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이름은 세미나인데 두 명씩 짝을 이룬 뒤 상대를 넘어 뜨리는 데 다들 열심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건장한 체격에 강한 눈매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짧고 전투적인 머리를 한 제러드 위홍기(Jared Wihongi)는 근접전투(Close Quarters Combat) 전문가이다.

권총·칼·맨손 사용하는 근접전투 기술 #군 특수부대·경찰·경호관 실전적 훈련

영화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에서 맷 데이먼이 바로 앞에 놓인 적을 맨손이나 권총으로 제압했던 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제압기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제압기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위홍기는 미국 그린베레, 독일 GSG9, 프랑스 GIGN 등 특수부대 전문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특수부대의 요청을 받고 여러 차례 방한했던 경험도 있다. 미 경찰 특공대(SWAT)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던 실전 전문가이다. 특히 필리핀 전통 무술인 칼리(Kali)에 정통하다. 칼리는 나이프를 사용해 적을 무력화하는 치명적인 전투 무술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주인공인 원빈이 칼리의 진수를 보여줬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칼과 총을 사용한 근접전투를 보여줬다. [사진 영화 아저씨 장면 중 캡쳐]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칼과 총을 사용한 근접전투를 보여줬다. [사진 영화 아저씨 장면 중 캡쳐]

세미나에는 특수부대 요원과 경찰 등 다양한 현장 요원 20여 명이 참가해 실전적인 근접 전투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대통령 행사의 경호는 경호처에서 1선 경호를 책임지고, 2선은 군ㆍ경의 특수부대, 3선은 일반 경찰이 맡는 3선(線) 체제로 이뤄진다. 따라서 판문점 정상회담에서의 근접 경호를 맡는 청와대 경호관과 군ㆍ경의 특수부대는 평소 근접 전투기술 개발에 공을 들인다. 바로 이날 선보인 기술이 그 하나일 것이다.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관련 기관 요원들에게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관련 기관 요원들에게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밀리토피아 호텔 밖 잔디밭에 도착하자 몸과 칼이 부딪히는 충돌음과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가득했다. 칼로 공격받는 상황에서의 방어 훈련부터 살펴봤다. 이때는 일단 무기를 든 손이 아닌 팔을 막아 밀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상대방을 크게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공격을 막을 수 있다. 허윤 경사(부산경찰청)는 “위협이 크지 않을 경우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데 목적을 둔다”며 “경찰업무 현장에는 칼을 든 범인도 있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는 주취자와 같은 낮은 위협도 있어 이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총기 위협 대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총기 위협 대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총과 칼로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의 대처법도 시범을 보여줬다. 이때도 처음부터 상대방의 무기를 빼앗기보다는 일단 제압하는 데 초점을 둔다. 상대방의 공격을 막고 몸의 균형 무너뜨린 뒤 무기를 빼앗는 순서로 진행됐다. 여의치 않을 경우 방어를 넘어선 공격도 가능하다. 이때 착용하던 칼을 꺼내 상대방의 손목ㆍ팔ㆍ다리ㆍ허리ㆍ목 등을 찔러 제압한다.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총기 탈취 대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총기 탈취 대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위홍기는 “칼은 세 번째 무기로 생각하면 된다”며 “소총, 권총, 그다음이 칼”이라고 설명했다. 빨리 꺼내 사용하는 방법을 평소 익혀둬야 한다는 얘기다. 시범을 지켜봤던 OO사령부 특수부대 요원은 “작전 중 소총을 휴대하는데 적에게 소총이 잡혔을 때 칼을 쉽게 빼내 쓸 수 있는 법을 배워 실전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총기 탈취 대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총기 탈취 대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경호관에게 중요한 비법도 전수됐다. 허리춤에 착용한 권총을 누군가 빼앗으려 할 때 대처법도 알려줬다. 위홍기는 “일단 무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기가 빠지지 않게 손으로 막고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다음에는 몸과 머리로 상대방을 밀쳐 낸다. 상대방이 힘이 더 강한 경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자세를 더 낮춘 뒤 정강이로 상대방의 팔을 눌러 떼어내는 방법도 있다. 이때도 쉽게 칼을 꺼내 사용할 수 있다면 위기 상황을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요인 경호시 제압기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근접전투 교관 위홍기가 요인 경호시 제압기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 대사관 경비와 경호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근 미국 국무부 안보수사관이다. 재미동포인 그는 한국 해군특전단에서 군복무를 마쳐 유명해졌다. 전역 후 미 국무부에 들어갔다.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근접 경호를 맡기도 했다. 이근 수사관은 “보통 홀스터(권총집) 안에 총을 두는데 이를 빼앗으려 할 때 대응하는 방법를 배워 유익했다”고 말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이철재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뉴질랜드 전사 집안 출신, 그러나 별명은 '홍기형'

위홍기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성(姓)이다. 마오리족은 용맹한 전사로 유명하다. 위홍기 집안은 마오리족에서도 가장 명성이 높은 전사 가문이라고 한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위홍기’는 얼핏 한국 이름처럼 들린다. 그래서 별명은 그의 용맹과는 거리가 먼 ‘홍기 형’이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하는가? 할 수 있는 무예는?

“미국과 유럽, 러시아, 중동, 아시아 등 총 40개국을 돌면서 근접전투 교관과 전술 컨설팅을 하고 있다. 칼리ㆍ주싯수ㆍ합기도ㆍ복싱ㆍ무예타이ㆍ소림사 권법 등을 할 수 있다.”

어떻게 무예를 시작했는지, 어떤 경험이 있나?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10살 때부터 무술을 배웠고 칼을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경찰 근무 18년 동안 특공대(SWAT)에서 15년, 그린베레 교관도 13년 동안 했다.”

현대전에서 총을 사용하는데 칼이나 맨손 격투 필요한가?

“다양한 환경과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데 총을 사용할 필요가 없거나 사용할 수 없을 때도 대처하려면 필요하다. 경찰 근무 중 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총을 사용하지 않고 제압했던 경험도 여러 번 있다.”

어떤 무술이 가장 치명적인가?

“답변이 어렵다. 무술마다 장점이 있는데 주짓수가 땅에서 싸울 때 가장 강력하고, 타격은 무에타이나 태권도가 뛰어나다. 칼리는 모든 타격ㆍ맨손ㆍ무기 사용 기술도 가능한 무예다. 사법기관 요원이 근접전투에 매우 유용하다.”

태권도는 어떤가?

“태권도는 매우 좋은 무술이다. 직접 배워봤는데 태권도 유단자는 공통적으로 몸 놀림이 매우 빨랐다. 특히 발을 사용하면 치명적인데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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