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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합의’ 고비 넘은 한국GM…GM, 조건 달아 "신차 배정"

중앙일보

입력

한국GM 노사교섭을 타결한 직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맨 왼쪽),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맨 왼쪽에서 두 번째), 홍영표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 위원(맨 오른쪽에서 두번 째, 문승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기자 회견에 참여했다. 인천 = 문희철 기자.

한국GM 노사교섭을 타결한 직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맨 왼쪽),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맨 왼쪽에서 두 번째), 홍영표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 위원(맨 오른쪽에서 두번 째, 문승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기자 회견에 참여했다. 인천 = 문희철 기자.

“오늘은 달콤씁쓸한 날(bittersweet day)이다.”

한국GM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른 23일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은 “잠정합의로 한국GM이 정상화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 직원·가족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한국GM 이사회가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선을 그었던 날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GM 노사는 팽팽한 입장을 유지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게다가 22일 제13차 교섭에선 폭력사태가 재발하면서 협상이 또 멈췄다.

한국GM에서 노·사·정·국회·GM 본사 등 5자가 협상 타결을 선언한 한국GM 부평공장 홍보관 강당. 인천 = 문희철 기자

한국GM에서 노·사·정·국회·GM 본사 등 5자가 협상 타결을 선언한 한국GM 부평공장 홍보관 강당. 인천 = 문희철 기자

꽉 막혔던 교섭이 조금씩 진전한 건 22일 오후 8시부터 정부·국회·GM 본사 관계자가 개입하면서다. 이들은 노·사와 밤새 논의한 끝에 절충점을 찾아냈다.

이로써 한국GM은 경영 정상화의 실마리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사측이 ‘미래 발전 전망’으로 신차 배정을 서면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GM은 2019년부터 차세대 엔진을, 2021년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각각 부평공장에서 생산한다. 또 2022년부터는 창원공장에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베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은 “신차 2종은 모두 대규모 수출이 가능한 모델”이라며 “향후 정부의 지원을 확정지으면 GM이 공식적으로 신차를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노사교섭을 타결한 직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맨 왼쪽),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맨 왼쪽에서 두 번째), 홍영표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 위원(맨 오른쪽에서 두번 째, 문승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기자 회견에 참여했다. 인천 = 문희철 기자.

한국GM 노사교섭을 타결한 직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맨 왼쪽),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맨 왼쪽에서 두 번째), 홍영표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 위원(맨 오른쪽에서 두번 째, 문승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기자 회견에 참여했다. 인천 = 문희철 기자.

노사 협상이 끝까지 미궁 속으로 빠져든 이유는 군산공장 고용 문제를 두고 양측 입장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한국GM은 오는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한다. 여기서 근무하던 1850명의 근로자 중 680명은 아직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다. 사측은 이들에게 희망퇴직 기회를 주고, 일부(노조 추산 100여 명)를 부평·창원 공장에서 배치한 뒤 남은 사람들은 4년 동안 무급휴직하는 방안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담판에서 사측은 결국 무급휴직안을 철회했다. 대신 5월까지 희망퇴직을 더 받고, 이후 별도 노사 합의를 거쳐 전환배치를 하기로 했다. 사측이 한발 물러선 건 한국GM이 법정관리를 받을 경우 GM 입장에서도 결코 득 볼 게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부평2공장 후속모델 배정 문제에선 노조가 물러섰다. 한국GM 부평2공장은 당장 2021년이면 중형세단 말리부가 생산을 종료한다. 노조는 그간 교섭에서 말리부를 대체할 모델을 배정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는데 그쳤다.

노사가 공동으로 미래발전위원회를 설립하고, 산하에 부평2공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부평2공장 후속모델 확보를 모색하기로 했다. 노조 입장에서 보면 당장 8월 1일자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말리부 후속모델은 언제 논의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노조가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GM 노사교섭을 타결한 직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맨 왼쪽),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맨 왼쪽에서 두 번째), 홍영표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 위원(맨 오른쪽에서 두번 째, 문승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기자 회견에 참여했다. 인천 = 문희철 기자.

한국GM 노사교섭을 타결한 직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맨 왼쪽),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맨 왼쪽에서 두 번째), 홍영표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 위원(맨 오른쪽에서 두번 째, 문승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기자 회견에 참여했다. 인천 = 문희철 기자.

결국 한국GM 노조는 끝까지 버티던 복리후생 감축을 받아들었다. 연차수당·귀성여비·휴가비·유류비를 줄이거나 삭감했다. 상여금 지급기준(통상임금의 30시간→22.9시간)도 낮췄다.
홍영표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은 “비용절감 규모는 향후 집계해야 파악할 수 있지만, 사측의 경비절감 목표치(1000억원)를 거의 달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 직영 정비사업소의 비전을 제시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사측이 지난 20일 12차 교섭에서 제시했던 원안을 노사 양측이 그대로 수용했다.

한국GM에서 노·사·정·국회·GM 본사 등 5자가 협상 타결을 선언한 한국GM 부평공장 홍보관 강당. 인천 = 문희철 기자

한국GM에서 노·사·정·국회·GM 본사 등 5자가 협상 타결을 선언한 한국GM 부평공장 홍보관 강당. 인천 = 문희철 기자

이제 한국GM 경영 정상화의 열쇠는 GM 본사와 산업은행으로 넘어왔다. GM은 신규 자금 지원의 전제로 노사 잠정합의를 꼽았다. 산업은행도 GM이 자금 지원을 하는 대로 정책자금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GM이 신규 자금을 자본금 형태로 지원한 이후, 산은이 5000억원의 자본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산은은 경영부실로 발생한 손실은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비토권을 유지하고, 한국GM의 재무 상황(부채비율 98%)까지 개선하는 ‘1석 3조’ 효과를 거둔다. 이런 ‘행복한 결말’을 유도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부지기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GM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며 “노동경쟁력 강화 방안이나 경영효율성 확보 방안에 대해 이제부터 노사 양측이 고민하고, 정부도 한국GM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문희철 기자, 서울=김도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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