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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은 왜 정의당의 적이 됐나…‘노회찬 미스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드루킹, 노회찬 의원에게 5000만원 후원금 전달하겠다며 모금(2016년 3월)
#2. 드루킹 “정의당과 노회찬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 트위터 글 게시(2017년 5월)

총선땐 노회찬에 5000만원 후원 모금 #1년 뒤 돌변, 정의당에 적개심 드러내 #‘경공모’ 수사에 도움 못받자 변심한 듯 #노회찬 측 “드루킹 사건 보도 보고 알아” #드루킹측 “유시민 지지했는데 잘 안돼 실망”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 김모(48ㆍ드루킹)씨는 원래 정의당 지지자였다. 특히 노회찬 의원의 팬이었다고 한다.
책 한 권 내지 않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운영하면서도, 20대 총선(2016년 4월13일) 직전 노 의원에게 후원금 조로 5000만원을 모아 몰래 전달하려다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모든 돈을 실제로 노 의원 측에 전달하지 않아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그만큼 열성적이었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드루킹 김씨는 2014~2016년 정의당 지지자였다. 이후 민주당으로 갈아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노회찬 정의당 원대대표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서 주최한 경희대학교 강연에 초청 연사로 참석한 포스터. [트위터 캡처]

2014년 6월 노회찬 정의당 원대대표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서 주최한 경희대학교 강연에 초청 연사로 참석한 포스터. [트위터 캡처]

단순히 지지 정당만 바꾼 게 아니었다. 아예 적으로 돌아서 정의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돌변한 1년 새 사건이 하나 있었다. 2년 전 총선 때의 일이다.

노 의원 측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드루킹 측근인) 장모씨가 선거를 돕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자신이 어느 단체 소속이라는 말은 없었고요. ‘좋은 뜻에서 왔다’고만 소개하더라고요. 그래서 노 의원 부인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를 시켰습니다. 이게 다예요.”

노 의원은 2014년 6월 14일 드루킹이 만든 인터넷 모임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초청 강연에 선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2016년 5월26일) 같은 당 김종대 의원도 김씨가 운영하는 파주 ‘느릅나무’ 사무실을 찾아 강연했다.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5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느릅나무' 사무실에서 강연회를 열기로 했다는 포스터 [페이스북]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5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느릅나무' 사무실에서 강연회를 열기로 했다는 포스터 [페이스북]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그해 여름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경공모 회원들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운전기사 장씨가 선거운동 기간 경공모로부터 계좌로 200만원을 송금받은 게 드러났다. 장씨 역시 경공모 회원이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드루킹과 장씨를 재판에 넘겼다. 회계 책임자이자 느릅나무 출판사 공동대표인 김모씨(필명 ‘파로스’)도 함께 기소했다.
이후 이들은 2016년 12월16일 고양지원 1심, 2017년 5월24일 서울고법 2심을 거치면서 모두 벌금형(200만~6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는 사이 드루킹 김씨 등은 정의당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자신과 경공모 회원들이 위기에 처했는데도 노 의원이나 정의당이 구명 작업에 나서지 않자 댓글 공격 등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씨가 지난해 5월16일 트위터에 쓴 글을 보면 '야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들… 너희들 민주노총 움직여서 문재인 정부 길들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내가 미리 경고한다.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 보든지'라고 나와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김경수 의원의 경우처럼 ‘댓글 지원→인사청탁→무산→공격’과 비슷한 패턴이다.

이에 대해 노 의원실 관계자는 "경공모나 드루킹 관련 사건을 최근에서야 언론을 통해 알았다. 그들이 후원금을 내려고 했던 부분이나, 노 의원 부인 운전기사에게 돈을 전달한 사건도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드루킹과 가까운 한 인사는 "드루킹이 수사를 받은 것 때문에 정의당에서 등을 돌린 게 아니다. 사실 통합진보당 창당을 함께 했던 유시민 전 공동대표를 지지했는데, 심상정 대표가 들어선 이후  페미니스트, 친북 세력이 목소리를 내려 하자 실망했다”고 전했다.
현일훈ㆍ박사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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