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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협상 타결…이제 협상 테이블은 GM vs 산업은행으로

중앙일보

입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21일 인천 한국GM 부평공장을 찾아 베리 앵글 GM 해외부문 사장(오른쪽 둘째)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가운데)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21일 인천 한국GM 부평공장을 찾아 베리 앵글 GM 해외부문 사장(오른쪽 둘째)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가운데)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국GM 자구안에 대한 노사 협상이 잠정 합의되면서 이제 협상 테이블은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KDB산업은행으로 넘어오게 됐다. GM은 노사가 자구안에 대한 잠정 합의만 이뤄도 신규 자금 지원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산은도 GM이 자금 지원을 하는 대로 정책자금 지원에 나설 방침이지만, 지원 형태에 따라 지분율이 달라져 현재 경영권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는 점이 관건이다. 더 많은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최대주주 GM과 최대주주의 경영 방침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비토권)를 지키고 부실 경영 책임을 추궁하려는 2대 주주 산은 간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GM은 한국GM에 빌려준 전체 차입금 3조2000억원 중 27억 달러(2조8860억원)를 출자전환(차입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한 뒤 2조5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투자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신규 투자 형식은 유상증자(자본금)가 될지, 대출 형태가 될지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신규 투자에 나서면 2대 주주인 산은도 5000억원 만큼의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 GM의 요구다.

그러나 산은은 GM이 거액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는 순간 지분율이 현재 17%에서 0.9%로 떨어지게 된다. 2조8860억원 규모 대출채권이 GM 보유 주식으로 뒤바뀌면서 산은의 주식 보유 비중이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 경영 방침에 반대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 기준(15% 이상)에 미달하게 된다. GM이 한국 내 사업 규모 축소와 해외 지사 간 비용 분담 정책 등을 변경하더라도 산은이 반대할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GM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출자전환 후 산은이 5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자본금 형식으로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 GM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대출로 지원하게 되면, 산은은 약 15% 상당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산은이 거부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면서 동시에 GM 본사는 한국GM으로부터 거액 대출에 대한 이자 수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GM 입장에선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다. 다만 이때 한국GM의 부채비율은 320% 수준에 달해 재무 개선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반면 산은은 한국GM 부실에 대한 최대주주의 경영 책임을 묻기 위해 출자전환 이후 GM 본사가 갖게 되는 자본금에 대한 차등감자를 요구할 방침이다. 감자란 주주가 가진 자본금을 줄여 적자로 인한 결손금을 줄이는 조치다. GM 본사만 출자전환한 뒤 약 23.5 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를 실시하면 산은은 기존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후 산은은 GM이 2조5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대출이 아닌 자본금 형태로 지원하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이후 산은도 5000억원의 자금을 자본금으로 지원하면 ▶대주주 부실 책임 추궁 ▶비토권 유지 ▶한국GM 재무 개선(부채비율 98%) 등의 효과를 모두 거둘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국회 등이 GM 본사의 부실 경영을 산은이 막지 못한 데 대한 실망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산은은 비토권 확보와 대주주 부실 책임 추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산은의 투자는 한국GM 실사로 파악된 청산가치나 계속 기업가치와는 무관하게 진행된다. 자구안에 대한 노사 합의로 법정관리(법원 주도 기업회생절차)는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지역 경제 회생 효과와 미래 성장 가능성, 자금 회수 가능성(대출로 지원할 경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규 지원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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