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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0 유로’…독일 소도시에 ‘마르크스 지폐’ 발행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카를 마르크스 지폐. [더로컬 홈페이지]

카를 마르크스 지폐. [더로컬 홈페이지]

 ‘사회주의의 바이블’로 꼽히는『자본론』을 펴내 세계 경제사(史)에 한 획을 그었던 독일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의 얼굴이 지폐에 그려 새겨져 있다. 생전 그의 근엄한 표정이 표현된 이 지폐는 얼핏 보면 진짜 지폐와 흡사하지만 실은 기념품이다.

 독일 일간 더 로컬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고향인 독일 남서부 소도시 트리어시(市)가 내달 5일 그의 생일을 앞두고 이 지폐를 기념품으로 판매 중이라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르크스(1818년생)의 출생 200주년을 기리려는 목적에서다.

 이 지폐명(名)은 ‘카를 마르크스 지폐(Karl Marx Banknote)’. 단 돈 3유로(4000원)면 구입할 수 있다. 트리어시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주문해야 하며, 최소 구매량은 5장(15유로) 이상이다.

 지역 기념품에 불과한 만큼 이 지폐의 금전적 가치는 ‘0 유로’다. 트리어시 관계자는 “(노동과 대치했던) 자본(돈)과 상당히 거리를 뒀던 마르크스의 평소 사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고 더 로컬은 전했다.

 트리어시가 초판으로 발행(?)한 ‘카를 마르크스 지폐’ 5000장은 현재 모두 팔려나간 상태다. 그래서 트리어시는 이달 말까지 2만 장을 더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더 로컬은 전했다.

 또 트리어시 관계자는 “마르크스 형상을 한 인형과 컵 등의 기념품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기증한 마르크스 동상. [AFP=연합뉴스]

중국이 기증한 마르크스 동상. [AFP=연합뉴스]

 앞서 지난 13일엔 트리어시 시내엔 4.4m 높이의 마르크스 청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중국미술관 관장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위원인 유명 조각가 우웨이산(吳爲山)이 제작해 트리어시에 기증한 것이다. 이 역시 마르크스의 생일인 내달 5일 공식 제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사회과학망 평론은 “마르크스가 태어난 독일은 완벽한 자본주의 국가로 마르크스 주의를 포기했다”면서 “반면 중국은 (이 조각상을 기증함으로써)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계승자이자 발전자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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