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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군산공장 폐쇄 이후 2달...40억원 투자한 생산 설비 고철 처분 기다려

중앙일보

입력

전북 군산시 국가산단에 위치한 A사 공장 내부. 올해 2월 GM 군산공장 폐쇄에 따라 엔진 부품 생산설비도 가동이 중단됐다. 이 설비는 고철로 폐기될 예정이다. 강기헌 기자

전북 군산시 국가산단에 위치한 A사 공장 내부. 올해 2월 GM 군산공장 폐쇄에 따라 엔진 부품 생산설비도 가동이 중단됐다. 이 설비는 고철로 폐기될 예정이다. 강기헌 기자

 멈춰선 생산 설비는 기름 냄새만 내뿜었다. GM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엔진 부품을 찍어내던 설비는 올해 2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지난 20일 들른 GM 군산공장 협력업체 A사 일부 설비는 그대로 멈췄다. 전북 군산시 국가산단에 위치한 이 회사는 2011년 설립부터 엔진 베어링 캡 등을 GM에 납품하고 있다. 이날 공자에서 만난 A사 관계자는 “한 달에 1만7000개의 부품을 생산하던 설비였는데 올해 2월에 3일 가동한 게 마지막이었다”며 “2~3년 이상은 부품을 생산할 거로 예상했는데 공장이 폐쇄되며 가동을 멈춰야 했다”고 말했다.

40억원을 투자한 설비는 고철로 처분할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 생산 설비는 특정 모델에 맞춰져 제작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사 한 직원은 “생산 모델 단종보다 무서운 게 영구 폐쇄”라며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전북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GM 군산공장 폐쇄에 직격탄을 맞은 A사와 같은 1차 협력사는 모두 150여곳에 이른다. 2ㆍ3차 협력사를 포함하면 1만여 명이 공장 폐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이날 군산시 자동차융합기술원에서 열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현장 간담회에서 협력사 대표들은 정부 정책 등에 대한 쓴소리를 내놨다.

자동차 시트 관련 부품 등을 생산하는 B사 대표는 “4~5년 이상 군산공장이 생산을 지속할 것으로 생각해 납품 재고를 쌓고 있는데 갑자기 중단됐다”며 “정부가 수천억 원을 지원한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업체에 직접 지원되는 예산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트렁크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C사 대표는 “2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30억원으로 줄었다”며 “집도 팔고 땅도 팔아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중앙정부 정책 방향과 현장 실무자들의 인식차가 큰데 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국회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군산시 실직자는 최대 8개월 동안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은 “추경안이 통과되면 최대한 빠르게 기업 지원에 나서겠다”며 “호주 GM 공장이 차세대 자동차 생산기지로 전환한 것처럼 군산공장도 전기차 등으로 업종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군산=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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