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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 찾고 방역…드론, 고령화에 드넓은 농어촌서 '훨훨'

중앙일보

입력

드론을 이용한 벼농사 농약 살포 . [중앙포토]

드론을 이용한 벼농사 농약 살포 . [중앙포토]

지난달 개봉한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드론은 일상 속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 영화 속 배경이 된 2045년 미국 도심에서 하늘을 날아 피자를 배달하고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아직 현실 속 드론의 활약 무대는 다르다. 드론은 각종 제약으로 띄우기도 어려운 도심이 아닌 농어촌에서 훨훨 날며 현실이 될 영화 속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드론 띄우는 데 각종 제약 많은 도심에 비해 이용 활성화

전남 진도에서 지난 3일 80대 노인이 실종됐다. 치매 증세가 있는 A씨(84ㆍ여)가 고사리를 뜯으러 야산에 올라갔다가 하루가 지나도록 소식이 끊긴 것이다. 가족들은 이튿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드론이 투입됐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드론수색대는 산 아래에서 드론을 띄워 1시간 만에 산 정상 부근에 쓰러져 있던 A씨를 찾았다. 치매 증세로 길을 잃었던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역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32%로 고령화가 심각하고 해마다 80여 건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난 2월 민간인 10명으로 꾸린 드론수색대가 성과를 낸 것이다.

전남 고흥에서 이뤄진 우체국의 드론 택배 시범 배송. [사진 우정사업본부]

전남 고흥에서 이뤄진 우체국의 드론 택배 시범 배송. [사진 우정사업본부]

지난해 5월에는 드론이 양귀비 단속 현장에 투입됐다. 완도경찰서는 섬 지역 곳곳에 드론을 띄워 양귀비를 몰래 재배한 주민 9명을 적발하고 양귀배 700여 주를 압수했다. 경찰은 섬 지역에서 드론을 활용해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으로 보이는 수상한 지점을 1차 선정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면적이 넓지만 폐쇄회로(CC) TV 등이 부족한 농어촌에서 드론의 쓰임새가 크다”고 말했다.

불법 임산물 채취 현장에도 드론이 날고 있다. 강원 지역을 관할하는 동부지방산림청은 산나물·산약초 불법 채취가 성행하는 봄철을 맞아 드론까지 동원해 단속에 나섰다. 산림특별사법경찰 30명 등으로 꾸려진 단속반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 상공에 드론을 띄워 불법 행위를 감시한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시에도 드론을 활용 중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도 계곡ㆍ절벽 상공에 드론을 띄워 탐방객들의 각종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섬에 사는 염소를 미리 쳐놓은 그물로 몰아 포획하기 위해 날아가는 드론.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섬에 사는 염소를 미리 쳐놓은 그물로 몰아 포획하기 위해 날아가는 드론.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드론은 농어촌 지역 예산 절감 효과도 내고 있다. 전남도는 각종 개발지 항공영상을 외부에 의뢰하지 않고 드론으로 직접 촬영했다. 전남 무안 남악신도시와 나주 혁신도시 등 모두 41곳 총 74.1㎢를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찍어 관련 부서에 제공했다. 이를 통해 5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전남 지역 일부 기초자치단체도 지역의 풍광을 담은 각종 홍보 자료 제작을 위해 카메라를 부착한 드론을 보유ㆍ활용하고 있다.

드론은 대다수 농어촌이 겪는 고령화 및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특히 방제ㆍ예찰 현장에서 펄펄 날고 있다. 전남 나주에서는 AI 방역을 위해 시와 축협이 손을 잡고 드론 항공 방제단을 꾸렸다.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축사 지붕이나 저수지 같은 철새 도래지 등지에서의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다. 바다 적조 예찰에도 드론이 활약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도심의 경우 추락 등 사고 발생시 대규모 피해가 우려돼 드론을 띄우기도 쉽지 않다”며 “농어촌은 상대적으로 이런 걱정 없이 생활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입을 모았다.

무안=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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