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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막혔던 OSJD 정회원, 가능성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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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영식 사장이 19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OSJD 사장단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코레일]

오영식 사장이 19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OSJD 사장단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코레일]

“올해 안에 대륙철도의 정회원이 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다낭 회의 참석 오영식 코레일 사장 #남북·북미정상회담 결과에 기대감 #북 대표는 평양서 기차로 베트남에

지난 20일 오후 베트남 다낭공항에서 만난 오영식(53) 코레일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오 사장은 17~20일 다낭에서 열린 제33차 OSJD(국제철도협력기구·Organization for the Cooperation of Railways)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OSJD는 구소련 및 동구권 나라 사이에 국제철도협약을 맺기 위해 1956년 결성된 협력기구로 러시아, 중국, 북한, 몽골,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28개 국가가 정회원이다. 우리나라가 대륙철도에 진출하려면 가입이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처음 정회원 가입을 추진했으며, 2014년부터는 매년 시도하고 있지만, 북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 사장은 “이번 회의에서도 북한의 반대로 정회원 가입 건이 부결됐지만, 6월 키르기스스탄에서 개최될 OSJD 장관회의(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우리의 정회원 가입 건이 정식 의제로 채택된 건 나름의 성과”라며 “곧 열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정회원 가입 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장관회의에서 정회원 가입 건이 최종 통과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오 사장은 “비록 북한이 반대하기는 했지만 이전보다는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평을 들었다”며 “우리의 정회원 가입 건을 장관회의에 올리는 것에 대해 북한이 반대를 안 한 것 역시 그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장단 회의 기간에 러시아, 중국, 폴란드 등 주요 회원국 대표들과 연쇄 회담도 가졌다. OSJD 정회원 가입 지지를 요청하고, 양국 간 철도 협력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오 사장은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정회원 가입을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이전에 추진하다 중단됐던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면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의 관계나 입장을 고려해 자신들의 태도를 가져가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한 오 사장으로서는 이번이 첫 국제무대 경험이기도 했다. 오 사장은 “지난 14년간 고속철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첨단 정보 기술을 철도 운영에 접목해 온 우리의 노하우에 대해 OSJD 회원국들이 상당히 높이 평가하더라”며 “남북문제나 정치적 문제 때문에 국제 철도 무대에서 걸맞은 역할과 지위를 확보 못 한 것이 아쉽지만 이런 문제들을 풀 수 있다면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역과 바르샤바역(폴란드), 프라하역(체코) 등의 자매결연을 통해 해당 역들에서 양국 관광객이 기차여행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교류협력사업도 구상 중이다.

오 사장은 북한 대표단과 관련한 흥미로운 소식도 전했다. 3명으로 구성된 북한 대표단이 기차를 이용해 평양에서 중국을 거쳐 다낭까지 왔다는 것이다. 오 사장은 “돌아갈 때도 열차를 이용한다고 들었다”며 “이렇게 국제적으로 철도를 연결해서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낭=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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