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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때늦은 후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준결승 3국> ●안국현 8단 ○탕웨이싱 9단

11보(146~160)=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스스로 발에 걸려 넘어진 안국현 8단은 쉬이 안정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그의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행동은 쉽게 그칠 줄 몰랐다. 이와 달리 탕웨이싱 9단의 얼굴엔 평화와 안정이 찾아들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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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안 8단의 치명적인 실수를 마치 없었던 일처럼, 온전히 처음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다. 기어이 이곳은 수가 나고야 마는 모양이다. 애초에 흑은 148의 자리로 가만히 늘어뒀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후회가 때늦은 미련과 집착일 뿐이다.

참고도1

참고도1

다음 수를 쉽게 놓지 못하고 반상을 헤매고 있는 안 8단의 눈동자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참고도1'처럼 흑1로 막으면 백2, 4로 자충에 걸려 흑 두 점이 잡히고 만다. 그렇다고 '참고도2'처럼 버티는 것은 백2, 4로 늘고 백6으로 젖혔을 때 수 부족이라 더욱 안 된다. 더 큰 대형사고를 자초하는 길이다.

참고도2

참고도2

실전에서 안 8단은 최소한의 손실을 감수하는 쪽으로 우하귀를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흑은 우하귀에서 눈 깜짝 할 사이에 10집 정도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는 중앙에서 엄청난 변화가 없다면, 승부가 어느 정도 결정났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중앙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일까. 안 8단의 얼굴이 점점 흙빛으로 변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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