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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나에게 맞는 자산관리 전문가 고르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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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명수

서명수

급변하는 경제·금융 환경에서 은퇴 설계를 하고 실천에 옮기는 걸 개인 혼자서 하기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의사결정이 감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후에 써야 할 돈에 비해 모아놓은 재산이 턱없이 적다면 욕심을 내게 되고, 무리한 주식투자에 나서 상황을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다. 과거 주식투자에 실패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은행 예금만 고집하다 돈 벌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이럴 때 냉정하고 올바른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조언자가 필요하다. 그들이 꼭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내가 볼 수 없는 어두운 곳을 비춰주는 등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내 실수보다는 다른 사람의 실수를 찾아내는 것이 쉽다”고 말했다. 나 역시 스스로의 실수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지만 친구의 실수는 훤히 들여다보게 된다. 재무설계와 관련해 조언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나 대신 결정을 내려줄 제3자를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결정을 정확히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균형을 잡아줄 전문가를 구하라는 뜻이다.

좋은 자산관리 전문가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무리 신뢰할만한 설계사라도 고객의 자산관리보다는 자기 지갑을 두둑이 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재무설계의 궁극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좋은 재무설계사의 제1조건은 인감 됨됨이나 신뢰성같은 정성적인 것이 아니라 설계 기술이나 금융지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재무설계 경험이 일천하다면 피해는 것이 좋다. 자산관리 업무를 오래 다뤄오면서 시장의 급등락을 경험한 백전노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덜 하다. 물론 자격증이나 투자철학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만나자 마자 보유 금융상품 목록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설계사도 미덥지 못하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자산불리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눈 앞의 수익을 좇는 상품 중심의 재테크 상담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부채 현황이라든가 지출 등의 재정 상태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올바른 설계사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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