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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대야망 … 전자상거래 이어 ‘반도체 왕국’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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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20일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를 인수하면서 마윈의 ‘반도체 굴기’가 시작됐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반도체 웨이퍼를 합성해 만들었다. [중앙포토]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20일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를 인수하면서 마윈의 ‘반도체 굴기’가 시작됐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반도체 웨이퍼를 합성해 만들었다. [중앙포토]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새로운 우군이 등장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다.

반도체 굴기 앞장선 알리바바 회장 #신경망 칩 ‘알리-NPU’ 개발 착수 #중국 반도체 제조사 C-스카이 인수 #반도체 자급률 14%에 불과한 중국 #미·중 무역갈등으로 조달 차질 우려 #시진핑 “핵심 기술 확보 더 노력해야”

미국 CNBC는 20일(현지시간)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초로 한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 항저우(杭州)의 중국 반도체 제조회사 C-스카이 마이크로 시스템 주식 100%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인수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장젠펑(張建鋒) 알리바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C-스카이 인수가 반도체 개발의 중요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관영매체인 중국국제방송국(CGTN)은 “알리바바의 C-스카이 인수는 중국이 마이크로칩 산업의 독립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알리바바는 이미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세운 연구기관 다모위앤(達摩院)에서 기존 제품보다 가성비를 40배 높인 신경망 칩 ‘알리(Ali)-NPU’를 개발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 칩은 이미지 및 영상 식별, 클라우드 컴퓨팅 등 문제를 인공지능(AI) 추리와 연산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다모위앤은 마윈이 즐겨 읽는 김용(金庸)의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조직으로 최고의 무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그 이름을 딴 다모위앤에서는 양자 계산과 로봇러닝, 사이버 보안 등의 연구가 이뤄진다. 마윈은 이 연구를 위해 3년 동안 1000억 위안을 투입해 세계적인 과학자와 기술자 100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윈이 그린 다모위앤의 청사진은 중국이 기술 추종자에서 벗어나 주도자가 되기 위한 포석이다.

이런 전략은 중국 정부의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굴기’에 발맞춘 움직임으로 비친다.

CNBC는 “알리바바와 중국 반도체 업체가 자체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휴대전화·컴퓨터 등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인 반도체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에 대비한 중국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 정보통신(IT) 업계의 선두주자인 알리바바까지 압박하고 나선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빚어질 ‘반도체 쇼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정부의 위기감을 부추긴 것은 중국 통신기기 제조업체 ZTE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다. 미국 정부는 퀄컴 등에 앞으로 7년 동안 ZTE에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ZTE가 미국의 제재 조치를 어기고 휴대전화 부품을 이란과 북한에 판매한 혐의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조치에 ZTE는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가 사용하는 부품의 25~30%가량이 미국산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반도체 충격은 중국 산업 전역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 시장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세계 반도체 소비 시장(3656억 달러)에서 중국은 58.5%를 차지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의 70%가 중국산이지만 이들 스마트폰에 탑재된 반도체 중 중국이 독자 개발한 것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CGTN은 “중국은 2016년 마이크로칩 수입에만 2300억 달러를 썼다”며 “이는 그 해 원유 수입액의 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런 심각성을 인지한 탓이다. ‘중국 제조 2025’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 기준 13.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0년까지 14나노와 28나노급 반도체 장비와 재료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2014년 6월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강령’을 발표하고 국가 반도체 산업투자펀드를 조성했다. 그 결과 최근 2년간 중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된 돈만 1500억 위안에 달한다.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은 반도체 관련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M&A)과 개발 인력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국 기업이 2015~16년 반도체 관련 기업의 M&A에 쓴 돈만 83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두주자인 칭화유니그룹은 2015년에만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HDD와 SSD 기술 관련)와 파워텍(패키징 기술), 칩모스(패키지 기술)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도체 기업 M&A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중국 정부의 조바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외국 반도체 기업 인수 시도가 여러 차례 무산된 뒤 자체 칩 설계 개선 노력이 지체되는 것에 대해 중국 고위 관리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대규모 자금 투입 등을 통한 자체 기술 확보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가 반도체 산업투자펀드를 통해 집적회로 설계에 약 80억 달러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까지 최전선에 등장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는 더욱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최고 권력자가 이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1일 열린 전국 인터넷 안전·정보화공작회의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집중 포화를 맞는 기술 부문에 대한 더 많은 정부 지원을 약속하며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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