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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여아 성폭행·살해 파문에 인도 "최고 사형 엄벌" 긴급행정명령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현지시간) 촛불을 든 인도 시민들이 지난 1월 8세 소녀 아시파 바노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범인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촛불을 든 인도 시민들이 지난 1월 8세 소녀 아시파 바노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범인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8세 여아 성폭행·살해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거세게 일었던 인도에서 아동 성폭행범을 최고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등 처벌 조치가 대폭 강화된다.

모디 총리 긴급 내각회의 소집 성폭행 형량 강화키로 #아동 성범죄 94%가 아는 사람 소행…법 효력에 의문도 #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나렌드라 모디 총리 주재로 긴급 소집된 인도 내각회의에서 12세 이하 아동을 성폭행할 경우 최소 20년 이상의 징역 또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하는 내용의 긴급행정명령이 통과됐다. 12세 이하를 집단 성폭행했을 때는 종신형 혹은 사형을 받게 된다. 16세 이하 여성에 대한 성폭행 최소 형량은 징역 10년에서 20년으로 높였고 성인에 대한 성폭행도 최소 징역 7년에서 징역 10년으로 강화했다.

내각회의에서 통과된 긴급행정명령은 대통령이 공포하는 즉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 다만 의회가 6개월 내 이를 법제화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이번 조치는 모디 총리가 5일간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이뤄져 이번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한 인도 사회의 공분이 그만큼 격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1월 인도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8세 무슬림 소녀 성폭행·살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6일(현지시간) 범인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도 대학생. [EPA=연합뉴스]

지난 1월 인도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8세 무슬림 소녀 성폭행·살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6일(현지시간) 범인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도 대학생. [EPA=연합뉴스]

앞서 지난 1월 인도 북부 잠무 카슈미르의 한 마을에서 8세 무슬림 소녀가 최소 3명의 남성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힌두교도인 용의자들은 무슬림을 겁주려 범죄를 저질렀다고 실토했는데, 이들 용의자를 비호하는 힌두 그룹의 시위에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 잠무 카슈미르 자치정부 장관 2명이 참석하면서 사태는 종교·정치 갈등으로 확대됐다.

게다가 BJP 소속의 우타르 프라데시 주 의원이 지난해 6월 16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혐의까지 드러났다. 국민적 공분이 모디 정부와 집권 여당에게로 향하자 지난 14일 시위 참가 장관 2명은 사임했고, 같은 날 인도 중앙수사국(CBI)은 성폭행 혐의를 받는 주 의원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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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긴급행정명령은 성폭행 사건 수사와 1심 재판을 각각 2개월 이내에 끝내도록 하고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피고인의 보석은 다른 사건 피고인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성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인도 사회에 만연한 성폭행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지 NDTV는 2015년 미성년 성폭행으로 기소된 5700명 가운데 2241명만 유죄가 선고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엄벌 규정이 얼마나 범죄를 억제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도에서 아동 성범죄자의 94%가 아동의 친지이거나 아는 사람이라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사형 적용이 오히려 성범죄 신고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현지 법조인 의견을 전했다.

인도는 앞서 2012년 뉴델리 시내버스 안에서 20대 여대생이 집단으로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집단 성폭행의 최저 형량을 징역 10년에서 20년으로 높이는 등 처벌을 강화한 바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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