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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파도 위를 자유롭게 걷다’ 서핑 성지 양양 죽도 해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죽도 해변을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5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죽도 해변을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박진호 기자

“파도의 흐름과 그 위에서의 움직임, 물의 감촉, 빛과 그림자, 함께 물에 떠 있는 사람들 등 많은 요소가 나를 매료시켰다.”

‘효리네 민박 시즌2’ 방송 이후 서핑 궁금증 커져 #슈트 입고 물속 들어가 보니 전혀 추위 안 느껴져

서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WSB FARM SURF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한 서퍼는 서핑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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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방송된 JTBC ‘효리네 민박 시즌2’에선 20~30대 서퍼 3명이 눈 내리는 제주도 해변에서 서핑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서퍼들에게 눈 내리는 바다란? 눈 내리는 놀이터일 뿐!’이라는 자막과 함께 서핑을 즐기는 장면을 본 이들은 ‘한겨울에 서핑이라니 춥지 않나, 서핑을 겨울에도 할 수 있나’라는 등의 댓글을 남기며 큰 관심을 보였다.

최근 서핑 관련 내용이 방송과 잡지 등을 통해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직접 서핑의 성지로 새롭게 떠오른 강원도 양양을 찾아가 체험해봤다.

서핑의 성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 죽도 해변. 박진호 기자

서핑의 성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 죽도 해변. 박진호 기자

서핑의 성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 죽도 해변. 박진호 기자

서핑의 성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 죽도 해변. 박진호 기자

4월의 바다 한가운데 선 서퍼만 100여명 

지난 15일 오후 1시 2㎞의 해안이 이어진 양양군 현남면 죽도 해변. 기온 15도, 수온 9도인 죽도 해변은 바람마저 불지 않아 이미 여름이 찾아온 듯했다.

서퍼들은 슈트를 입고 옆구리에 길이 2.8m 보드를 낀 채 해변을 활보했다. 바다 위엔 100여명의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한쪽에서 반소매와 반바지만 입은 채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이도 있었다. 외국인 커플은 카페에 앉아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을 보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가한 어촌마을이던 이곳은 서핑이 활성화되면서 외국의 해변처럼 변했다. 이곳은 2012년까지만 해도 서핑 숍이 3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14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여름엔 하루에 700여명의 서퍼들이 몰리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양양군 전체 해변엔 서핑 숍 40곳 정도가 생겼다.

서핑 체험에 나선 기자가 패들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 모습.

서핑 체험에 나선 기자가 패들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 모습.

서핑의 핵심은 ‘패들’과 ‘테이크 오프’

예약해 둔 서핑 숍을 찾아가 안내에 따라 서핑 슈트를 착용했다. 배가 나온 몸으로 전신 슈트를 착용하기부터 쉽지 않았다. 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나간 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론 교육을 받았다.

강사는 서핑의 핵심은 패들(Paddle)과 테이크 오프(Take Off)라며 주요 동작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패들은 보드 위에 엎드려 팔을 휘젓는 동작, 테이크 오프는 보드를 딛고 일어서는 것을 말한다.

서핑 체험에 나선 기자가 강습을 받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서핑 체험에 나선 기자가 강습을 받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모래사장에서 패들과 테이크 오프 동작을 5회에 걸쳐 연습한 뒤 바다로 향했다. 두께 5㎜ 슈트 때문인지 바닷속은 춥지 않았다. 서퍼들이 왜 서핑을 사계절 레포츠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패들 동작을 하기 위해 보드로 올라갔다. 하지만 곧바로 보드가 뒤집히며 짠맛을 봐야 했다. 그렇게 몇 차례 바닷속에 빠지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패들이 자연스러워졌다.

해변에서 30m가량 떨어진 곳이지만 수심은 1m~1.5m 정도였다. 바다에서 움직임이 익숙해질 때쯤 테이크 오프에 도전했다.

파도를 따라 보드 속도가 빨라지자 “패들”을 잇달아 외치던 강사가 “업, 업, 일어나세요”라고 소리쳤다. 신호에 따라 몸을 일으켰지만, 곧바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쓰러지니 요령이 생겼다.

서핑 체험에 나선 기자가 강습을 받고 있다.

서핑 체험에 나선 기자가 강습을 받고 있다.

배 나오면 마른 사람보다 서핑 배우기 어려워 

네 번째 도전 만에 어렵게 중심을 잡았다. 강사는 “배 나온 사람치곤 굉장히 빨리 성공했다”며 “서핑은 크기와 부력이 같은 보드에 올라서는 운동이라 몸이 무거울수록 불리하다”고 말했다.

1시간 남짓한 강습시간 동안 다섯 차례 보드 위에 설 수 있었다. 10m~15m가량 파도를 타는 것이 전부였지만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희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인근에서 서핑을 즐긴 홍미애(29·여·서울시 노원구)씨는 “지난해 6월 서핑을 시작했는데 보드에 몸을 싣고 파도를 탄 느낌을 잊을 수 없어 한겨울에도 주말마다 양양을 찾았다”며 “보드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마을 풍경을 보는 것도 서핑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죽도 해변에서 보드와 슈트 등 장비 대여와 함께 강습을 받는데 5만~8만원이 든다. 강습 이후엔 마음껏 보드를 써도 된다.

지난 15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죽도 해변을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5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죽도 해변을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박진호 기자

파도 고르는 것도 서퍼가 꼭 갖춰야 할 능력 

서핑은 기술 만큼이나 파도를 보는 눈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진 서퍼라도 좋은 파도를 고를 줄 알아야 서핑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퍼들은 빨리 깨지지 않고 면이 살아있는 파도가 좋은 파도라고 설명했다.

이기훈(38) 배럴 서프스쿨 대표는 “죽도 해변을 비롯해 양양지역 해변은 백사장에서 40~50m 떨어진 곳까지 수심이 깊지 않고 파도도 적당해 서핑을 시작하는 초보자들이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제 양양은 더는 송이의 고장만이 아니다. 사계절 몰려드는 수많은 서퍼로 서핑의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관광지도.

강원도 양양군 관광지도.

이에 따라 강원도는 양양군을 서핑 해양레저 특화지구로 만들 계획이다. 서핑이 활성화된 해변 주변에 야외극장, 산책로 같은 휴식 공간과 주차장, 야외 샤워실을 확충할 방침이다.

정종찬 강원도 환동해본부 해양관광담당은 “서핑 거점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3년 동안 21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급증하는 해양 레저 스포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적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양=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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