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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패션계 '짬짜면'… 좌우가 달라 더 멋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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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완벽한 좌우 대칭은 아름다움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위대한 건축물이나 아름다운 조각상을 떠올릴 것도 없이 우리 얼굴만 봐도 그렇다. 짝짝이 눈이나 안면 비대칭은 고쳐야 할 단점으로, 완벽한 균형과 비례·대칭은 미인의 필수 조건처럼 여겨진다. 요즘 패션계에서 이런 좌우 대칭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이른바 ‘반반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한쪽은 초록색 뱀피 무늬 재킷을, 다른 한쪽은 검은색 가죽 재킷을 걸친 것 같은 반전 디자인이 돋보이는 2018 FW 마르니 컬렉션. [사진 마르니]

한쪽은 초록색 뱀피 무늬 재킷을, 다른 한쪽은 검은색 가죽 재킷을 걸친 것 같은 반전 디자인이 돋보이는 2018 FW 마르니 컬렉션. [사진 마르니]

지난 2017년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의 2018 봄·여름 컬렉션 무대에서 버버리와의 협업 제품으로 재미있는 디자인의 트렌치코트가 공개됐다. 트렌치코트를 고를 때 무난한 베이지와 세련된 짙은 남색을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한쪽은 베이지, 한쪽은 짙은 남색으로 마치 두 개의 트렌치코트를 반반 이어 붙인 것 같은 디자인의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베이지 트렌치코트와 남색 트렌치코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고샤X버버리 캡슐 컬렉션의 반반 트렌치코트. [사진 고샤 루브친스키]

베이지 트렌치코트와 남색 트렌치코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고샤X버버리 캡슐 컬렉션의 반반 트렌치코트. [사진 고샤 루브친스키]

올봄 발표된 2018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더 많은 디자이너가 반반 패션에 열광했다. 체크 코트와 네이비 코트를 반반씩 섞은 구찌, 가운데 선을 중심으로 살구색과 분홍색으로 나뉜 원피스를 선보인 마르니, 아예 컬러와 패턴뿐 아니라 형태까지도 좌우가 다른 실험적인 룩을 선보였던 사카이 등이다.

2018 FW 마르니 컬렉션, 구찌 컬렉션의 좌우가 다른 반반 패션. [사진 마르니, 구찌]

2018 FW 마르니 컬렉션, 구찌 컬렉션의 좌우가 다른 반반 패션. [사진 마르니, 구찌]

이번 봄 공개된 2018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고샤루브친스키는 다시 한 번 이 반반 패션을 들고 나왔는데, 하의를 반반씩 나눠 다른 색의 바지를 입은 것 같은 파격적인 룩을 선보였다. 프라다 남성 컬렉션에서는 컬러뿐 아니라 아예 패턴이 상이한 두가지 무늬를 좌우 반반씩 배치한 셔츠로 재미있는 룩을 완성했다.

상의뿐 아니라 하의에서도 반반 패션을 실현한 고샤 루브친스키와 완전히 다른 패턴을 좌우로 구성한 프라다. [사진 고샤 루브친스키, 프라다]

상의뿐 아니라 하의에서도 반반 패션을 실현한 고샤 루브친스키와 완전히 다른 패턴을 좌우로 구성한 프라다. [사진 고샤 루브친스키, 프라다]

비단 런웨이 뿐만이 아니다. 올봄에 열린 2018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많은 셀럽들이 이 반반 패션을 선택했다. 특히 래퍼 슬리피는 한쪽은 검은색, 한쪽은 선명한 붉은색의 반전 컬러가 돋보이는 팬츠를 선택해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냈다.

블랙과 레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슬리피의 반반 패션.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블랙과 레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슬리피의 반반 패션.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반반 패션은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획기적인 메뉴인 ‘짬짜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도 취하고 싶고 저것도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번에 다 같이 구성한 색다른 선택지를 주는 셈이다. 물론 ‘1+1=2’는 아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컬러와 패턴이 모여 아주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색은 물론 패턴, 형태까지 좌우가 다른 사카이의 반반 패션. [사진 사카이]

색은 물론 패턴, 형태까지 좌우가 다른 사카이의 반반 패션. [사진 사카이]

왼쪽은 선명한 초록색 뱀피 무늬 재킷처럼, 오른쪽은 심플한 블랙 재킷처럼 보이는 독특한 아우터를 선보인 마르니의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리소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두 개가 섞인 혼종(hybrid)은 항상 원래의 두 부분보다 우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반 패션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내기에 제격이다. 상의와 하의는 다르게 매치할지 몰라도, 좌측과 우측을 다르게 매치한다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파격을 선사한다. 마치 지난해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받았던 셀린의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부츠를 보는 것 같다. 양쪽이 다른 색의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것 같은 셀린의 부츠는 매우 모던한 느낌을 준다. 새빨간 한쪽과 새하얀 한쪽을 신고 길거리를 거니는 모습은 대조적인 색채로 잘 구성된 한 폭의 추상화를 엿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짝짝이 신발이라도 신고 나온 건가 싶지만 의외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셀린의 부츠. [사진 핀터레스트]

짝짝이 신발이라도 신고 나온 건가 싶지만 의외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셀린의 부츠. [사진 핀터레스트]

한쪽과 한쪽이 다른 비대칭 구성은 사실 패션계에서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트릭 중 하나다. 늘 새로운 것을 고안해야 했던 디자이너들은 평범함보다는 비범함을, 대칭보다는 비대칭을 좋아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가장 사랑받았던 셔츠 스타일링 법을 떠올려보자. 긴 셔츠 자락의 한쪽만 바지 속에 감추고, 다른 한쪽은 내리는 식 말이다. 반반이 다른 비대칭 구성이라는 점에서 이번 시즌 반반 패션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 전조 현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쪽은 바지 속에, 한쪽은 밖으로 내린 비대칭 셔츠 스타일링은 지난 몇 시즌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진 베트멍]

한쪽은 바지 속에, 한쪽은 밖으로 내린 비대칭 셔츠 스타일링은 지난 몇 시즌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진 베트멍]

지난 3월 21일 2018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열렸던 푸시버튼의 쇼에서도 이런 비대칭 구성은 돋보였다. 이번에는 좌우가 아닌 앞과 뒤가 다른 반전 패션이었다. 앞모습은 분명 원피스인데 뒤는 하의가 시원하게 실종된 룩을 선보인 것이다. 앞뒤가 다른 일명 ‘아수라 백작 패션’은 반반 패션처럼 옷입기 방식을 대담하게 전복시켰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앞과 뒤가 다른 반전 패션 역시 기존 방식을 전복시켰다는 점에서 반반 패션과 통한다. 사진은 2018 헤라서울패션위크 푸시버튼의 쇼에서 파격적인 패션을 소화한 모델 장윤주.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앞과 뒤가 다른 반전 패션 역시 기존 방식을 전복시켰다는 점에서 반반 패션과 통한다. 사진은 2018 헤라서울패션위크 푸시버튼의 쇼에서 파격적인 패션을 소화한 모델 장윤주.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반반 패션, 일상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레이어링 법칙을 생각하면 쉽다. 늘 입는 옷이 거기서 거기일 때 가끔 두 개의 옷을 겹쳐 입어 다른 느낌을 내곤 한다. 좌우가 다를 뿐 두 개를 겹쳐 입는다는 면에서는 반반 패션과 비슷하다.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비슷한 계열의 컬러 니트를 덧입는 것처럼 반반 패션도 컬러와 패턴을 잘 선택하면 과하지 않게 세련미를 뽐낼 수 있다.

적어도 좌우가 비슷한 컬러 계열을 선택하면 패턴이 달라도 어색하지 않게 연출할 수 있다. 사진은 모델 한혜진. [사진 닥터마틴]

적어도 좌우가 비슷한 컬러 계열을 선택하면 패턴이 달라도 어색하지 않게 연출할 수 있다. 사진은 모델 한혜진. [사진 닥터마틴]

지나치게 대조적인 컬러보다는 비슷한 계열의 컬러를, 한쪽에 패턴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패턴이 없는 식의 되도록 단순한 대조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다.

한쪽은 스트라이프 패턴, 다른 한쪽은 깔끔한 흰색으로 구성된 셔츠로 모던한 일상 패션을 완성한 손예진. [사진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JTBC)' 캡처]

한쪽은 스트라이프 패턴, 다른 한쪽은 깔끔한 흰색으로 구성된 셔츠로 모던한 일상 패션을 완성한 손예진. [사진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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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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