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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먹는 하마 된 미시령터널…“연금공단 고금리 낮춰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강원도 사업 재구조화 적극 요구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미시령터널 통행 차량이 급감해 인근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박진호 기자]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미시령터널 통행 차량이 급감해 인근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박진호 기자]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미시령터널이 4300억원의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양양 고속도 생겨 통행 급감 #도, 4300억 손실보전금 물어줄 판 #투자금 금리 시중의 2배 9% 적용 #최 지사, 최근 공단 이사장과 협의

19일 강원도에 따르면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182만9634대가 미시령터널을 이용했다. 이는 전년 동기 441만3391대보다 258만대(58.5%)가 감소한 수치다. 통행료 수입은 54억8878만원으로 전년 동기 132억853만원보다 77억원이 줄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미시령터널 통행량이 협약대비 20~5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앞으로 매년 수백억원을 손실보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제와 속초를 연결하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2006년 개통)는 전체 사업비 2580억원 중 964억원이 민간자본이다. 2008년 국민연금공단이 인수했으며, 기존 운영자인 (주)미시령동서관통도로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개통 당시 2036년까지 실제 통행량이 예상 통행량을 넘지 못하면 협약 기준치의 79.8%에 해당하는 손실보전금을 지원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계약했다.

통과하는 차량이 없어 한산해진 미시령터널. [박진호 기자]

통과하는 차량이 없어 한산해진 미시령터널. [박진호 기자]

이 계약 때문에 강원도는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9개월 만에 84억5720만원을 국민연금공단에 물어줘야 한다. 이 돈을 제외하고도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손실보전금은 238억원이다.

강원연구원은 2014년 실시한 ‘통행량 예측 용역’을 통해 2017년부터 2036년까지 4300억원의 손실보전금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또 있다. 통행수익이 급감했는데 국민연금공단은 당초 약정에 따라 미시령터널 투자금에 대해 9%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1243억원을 빌린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측은 그동안 이 이율을 적용해 이자 960억원을 지불했다.

강원도는 국민연금공단이 기존금리를 시중금리(4%)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측이 발생하는 이익을 도와 나눠 가지면 손실보전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승만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엔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금리를 높게 잡았는데 최근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며 “손실보전금으로 지불하는 돈이 국민 세금인 만큼 공익 차원의 사업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6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만나 금리 인하와 사업 재구조화를 요구했다. 김성주 이사장도 현재 운영 중인 MRG 방식은 막대한 세금 보전 등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공단의 입장과 과거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강원도의 처지를 고려해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1999년과 2000년에 두 차례 미시령터널 교통량 예측을 했다. 당시 분석에선 2036년까지 매년 통행량이 늘어 하루 평균 최대 4만9000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서울~양양고속도로는 개통 시기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변수에 포함하지 않았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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