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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평생 1925일 병원 가는데…내 의료정보 한데 모을 수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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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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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은 평균수명(82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연령별 평균 병원 이용일수를 더하면 1925일에 달한다고 19일 밝혔다. 82세가 가장 길다. 지난해 63.8일 병원에 갔다. 노년기가 아닌 시기는 2세(37.8일)가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런 식으로 연령별 평균 병원 이용 일수를 더하면 1925일(외래+입원)이다. 평균적 인간이라면 이 정도 이용한다. 실제로는 이렇게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다. 1925일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진료비(환자 부담 포함)가 1억 3406억원에 달한다.

건보공단, 연령별 평균이용 집계 #진료·검진·접종 정보 모래알 산재 #개인별 평생 정보 모아 분석하고 #AI의사 접목하면 병 진단 쉬워져 #상업적 이용 경계하는 목소리도

한평생 살면서 이것 말고도 많다. 병원의 투약, 영유아·학생·성인·생애전환기(40,66세) 등의 국가 검진에다 암·구강 검진도 있다. 예방접종·치매검사·유전체검사 등도 있다. 건보 외 자동차·산재 보험과 민간보험(암·실손 등) 진료 자료도 있다.

이렇게 수많은 의료 이용 자료가 어디에 있을까. 요람에서 무덤까지 의료 자료를 개인별로 모아서 질병 예방과 진단, 치료에 활용할 수 없을까. 지금은 병의원·검진기관·건보공단·보건소·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약국 등에 흩어져 있다. 사실상 ‘죽은 자료’이다. 진료기록은 병원이 10년, 검사는 5년, 처방전은 2년만 보관하면 폐기한다. 폐업·휴업한 병원(지난해 기준 3297개)의 진료기록은 환자와 더 멀어진다. 대부분 원장이 보관하는데, 무단 폐기되고 분실된 경우도 있다. 비에 젖어서 못 쓰는 경우도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의료 이용 자료의 소유권은 병원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정보 주체는 환자이다. 환자가 사본을 받을 권리가 있다. 지금은 환자가 요구하면 대부분 종이에 복사하거나 CD에 담아준다. 파일로 주는 데는 거의 없다. 서울아산병원·분당서울대병원 같은데는 그나마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혈액·소변 등의 검사 수치나 콜레스테롤·혈당 등의 일부 생체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강건욱 핵의학과장은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 정보 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해서 한 군데 모아 휴대폰에 저장하거나 의료기관·건보공단·민간기업 등에 보관하다 필요할 때 활용해야 한다”며 “보안은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외국 유학 갈 때 종전의 예방접종·결핵 관련 검사 등을 활용하고, 암 검사(혈액 표지자)를 줄이며 여러 가지 자료에다 유전체 검사를 추가하면 더 빨리 쉽게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약물 부작용이나 약이 효과 없는 이유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한 개인의 평생 생활정보, 진료 정보, 유전정보를 결합한 뒤 왓슨 같은 인공지능(AI) 의사가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캐낸 뒤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은 1월 말 아이폰에 개인의 의료기록을 병원에서 받아 저장하는 건강관리 앱을 내놨다.

환자가 온라인으로 진료기록을 다운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다. 그렇다고 법으로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하려면 다운이 가능하게 시스템을 깔아야 한다.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는 “의료기관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진료 기록을 다운받게 하되 가이드라인이나 법 조항을 만들어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소아암 환자의 진료기록은 10년이 지나도 필요하다. 환자가 진료기록을 보관하도록 통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신중하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개인의무기록(PHR)으로 가는 게 절실한지 따져봐야 한다. 의료정보를 민간기업에 넘겨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들 텐데, 이는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며 “기술적으로 표준화되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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