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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미니 '코피 작전' 시리아공습, 고민 깊어가는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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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6면

지난 토요일 미국과 영국·프랑스의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에 대한 공습작전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뤄졌다. 이 작전은 해상과 공중에서 벌인 입체적 합동작전이었고 표적지역으로부터 수백 ㎞ 떨어져 수행한 원격작전이었다. 미 공군의 신형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재즘(JASSM-ER)이 처음 사용되기도 했다. 작전 결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저장소와 생산시설이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작전은 불과 몇 분 만에 전광석화로 이뤄졌다.

화학무기 사용한 시리아 응징 #모든 미사일, 1분 사이에 타격 #미 신형 미사일 재즘 처음 사용 #한반도 왔던 B-1B도 공격 가담 #시리아작전, 한반도 적용 모델 #김정은에겐 남의 일 아니다 #

작전은 민간인들의 이동이 가장 적은 새벽 4시에 시작됐다. 경계가 취약하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었다. 작전에는 미 해군 순양함·구축함 4척과 핵추진 잠수함 1척, 프랑스의 최신 프리킷트함 1척,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2대, 영국의 미라지 및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등이 동원됐다. 이들은 작전을 위해 지중해와 홍해, 페르시아만 등에서 대기했다. 주요 공격무기로 미 해군의 해상 발사용 토마호크 미사일, 재즘 미사일, 영국과 프랑스의 스톰 섀도(프랑스에선 스칼프) 미사일 등 장거리 초정밀 순항미사일이 사용됐다. 직접 공격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미 항공모함 강습단과 미 공군 전투기 등도 도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영·프 세 나라가 시리아를 동시에 공격한 이유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기 위해서였다. 시리아가 화학무기로 반군지역을 공격해 수십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고는 물론이다. 또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진정성 있게 응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계산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혹시라도 협상을 깨거나 기만할 땐 미국은 군사옵션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립 데이비슨 미 태평양사령관 지명자는 지난 17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실패할 경우 (트럼프)대통령에게 가용한 모든 군사옵션을 제공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첫 폭발음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들려왔다. 공격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미 합참은 모든 미사일이 오전 4시를 기준으로 1분 이내에 표적들을 타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타격 시간을 제한한 것은 시리아가 대응할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일회성(one-time shot) 코피작전(bloody nose)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 2대였다. 이 폭격기들은 지난해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한반도에 여러차례 전개됐다. 스텔스 기능이 있는 랜서 폭격기들은 그동안 한반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괌에 배치돼 있다가 올 4월 초 중동으로 갔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이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되면서 중동으로 임무가 전환된 것이다. 따라서 북핵 협상이 다시 파국으로 갈 땐 언제든지 한반도로 복귀할 수 있다.

랜서 폭격기는 해군 전자전기인 EA-6B 프롤러와 미 공군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았다. 공중급유기도 동원됐다. 시리아 공격 시점인 ‘H-아워’가 다가오자 시리아 동쪽 이라크 상공에서 프롤러가 랜서에 앞서 나아갔다. 미 항모 칼빈슨에서 출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프롤러는 강력한 방해전파로 시리아의 대공미사일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들었다. 이어 랜서 폭격기가 사거리 1000㎞인 재즘 미사일 19발을 발사했다. 미 해군연구소(USNI)에 따르면 재즘은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사거리가 연장된 신형 재즘은 이날 처음 사용됐는데 정확도는 3m 이내다. 탄두에는 450㎏의 고폭약이 장착돼 있어 웬만한 시설을 완파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지중해 키프로스 남쪽 공중에 대기하고 있던 영국의 타이푼 및 토네이도 전투기 8대가 8발의 스톰 섀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마하(음속) 0.95 속도로 560㎞를 날아가 창문을 맞히는 스톰 섀도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부대를 공격했다. 키프로스 동쪽 상공에 있던 프랑스의 라팔과 미라지 전투기도 스칼프(Scalp) 미사일 9발을 발사했다. 스칼프 미사일은 스톰 섀도와 동일한 미사일로 프랑스 명칭이다. 지중해 동쪽에 머무르던 프랑스 프리킷트함인 랑게독함(6000t)이 3발의 스칼프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이번 작전에서 최대 수훈자는 역시 미 해군 이지스함이었다. 홍해에 있던 티콘데로가급 미 해군 순양함인 몬트레이함(9800t)과 이지스급 구축함 라분(9000t)이 토마호크 37발을 발사했다. 또한 걸프만에 대기하던 미 해군 이지스급 구축함인 히긴스함(8700t)과 지중해 수중에 있던 미 해군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인 존 워너함(7800t)도 토마호크를 각각 23발과 6발 발사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1300∼2500㎞를 날아가 거의 오차없이 표적을 타격한다. 관성항법(INS)과 GPS 및 지형대조항법으로 유도한 뒤 표적의 형상을 기억해 맞힌다. 토마호크는 고도 30∼50m의 저공으로 음속에 가깝게 날아가기 때문에 대공포 또는 미사일로 요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날아온 연합군 미사일의 70%를 공중 요격했다는 시리아의 발표는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으로 보인다. 미 합참 케네스 매켄지(해병대 중장) 본부장은 “시리아군이 40발의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대부분 연합군 미사일이 이미 타격을 마친 뒤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미 공군은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지중해 상공에 띄워 공습을 받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시설을 체증했다. 그 결과 연합군이 쏜 105발의 미사일 가운데 다마스쿠스 인근에 있는 화학무기 연구·생산시설인 바르자에 76발(토마호크+재즘)이, 홈스 인근의 화학무기 저장소엔 토마호크와 스톰 섀도 등 22발이, 같은 지역에 있는 지휘시설에 7발의 프랑스 스칼프 미사일이 때렸다.

연합군의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공습작전은 북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거나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고 극한 대립으로 갈 경우 가능한 옵션이다. 지상군 없이 해·공군 전력을 이번 시리아 작전보다 20배 가량 규모를 확대하면 된다는 것이다. 구축함 수십 척이 포함된 항모강습단 3∼4개 팀과 F-35B 전투기를 실은 WASP함, 다수의 B-1B 전략폭격기 등으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시설을 거의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에서도 증명했듯이 짧은 시간에 핵심만 제거한 뒤 빠지면서 상황을 확대하지 않는 방법이다. 북한은 대응할 방법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만남의 결실이 없다면 회담장에서 나올 것”“우리의 최대 압박작전은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를 요구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략에 고민이 깊어 보인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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