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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대학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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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파도에 올라타면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법. 변화의 흐름을 읽을 줄 알면 사람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 교육에도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컴퓨팅적사고’란 교과목을 개설하거나 학생의 아이디어 시제품화를 적극 지원하는 등 파도에 올라타는 법을 알려주는 대학 네 곳을 소개한다.

학생 스타트업 진출 발판 창업 플랫폼 탄탄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창업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부를 창출한다. 건국대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우수한 창업 지원 인프라를 갖춘 전국 43개 대학이 창업선도대학에 해당한다. 창업교육, 창업 아이템 발굴, 사업화 자금 지원 등 창업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건국대의 창업교육 강좌는 55개에 이르며 창업 교과목을 이수한 학생은 4000명에 달한다.

건국대 학생 가운데 창업자 수는 2015년 4명에서 올해 23명으로 늘었다. 건국대 창업 아이템 사업화에 선정된 현성준씨는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중국인 여행객과 한국인을 연결해주는 한국 여행 질의응답 스타트업 ‘라이크어로컬’을 만들었다. 곽태일씨는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의 후원을 받아 ‘피부가 마시는 초유 마스크팩’ 같은 기능성 화장품을 생산하는 ‘팜스킨’을 창업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건국대의 지원을 받아 창업에 성공한 학생들이 올린 매출액만 52억원에 달한다.

건국대의 연구인력·교육·공간·시설을 활용한 창업의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되고 있다. 1999년 벤처창업지원센터로 문을 열어 종합적인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업지원단’,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산학협력 선도 모델인 ‘링크플러스 사업단’, 그리고 기반 조성·창업 준비·사업화 등 세 단계 창업지원 프로세스를 구축한 ‘창업자람허브’까지 건국대의 창업 프로그램은 재학생이 스타트업에 진출하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된다.

건국대 창업동아리 1기 김보광 학생이 창업 아이템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건국대]

건국대 창업동아리 1기 김보광 학생이 창업 아이템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건국대]

‘창업지원단’에서 실시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에는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광진구청 벤처창업지원센터 위탁운영 등이 있다. 지난해까지 교원 4명, 재학생 7명, 대학원생 2명에게 창업 자금으로 총 7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링크플러스 사업단’은 지난해 10월 ‘창업 동아리 1기 협약식’을 했다. 학생이 발굴한 아이템으로 실제 창업까지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 창업동아리의 주된 역할이다. 1기에 선발된 학생은 사업계획서 작성 및 시제품 제작, 특허 출원 같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스타트업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창업자람허브’에서는 ‘KU 상상팩토리’를 무대로 시제품 제작을 지원한다.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해보려는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제작비는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교육인증·평생지도교수제로 전문가 양성

동의과학대는 전문화된 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한다. 2012년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교육과정을 전 학과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직업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그해부터 공학계열의 학위 과정은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공학기술교육인증을 받고 있다.

이 인증은 졸업생·교수의 역량, 교육 환경 등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부여된다. 동의과학대는 기계·전자·정보통신·건축계열·자동차 기계·전기·컴퓨터정보·토목·화학공업기술 등 총 9개 학과가 이 인증을 받았다.

동의과학대의 공학기술교육인증제 효과는 산업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이 인증제를 시행하면서 졸업생의 직무 역량이 향상돼 직원 대상 실무교육에 대한 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이 줄었다.

동의과학대는 공학기술교육인증제 등을 통해 졸업생의 직무 역량을 키운다. [사진 동의과학대]

동의과학대는 공학기술교육인증제 등을 통해 졸업생의 직무 역량을 키운다. [사진 동의과학대]

비공학계열 학생에게는 2012년부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DIT(Dongeui Institute of Technology)-3Q 교육인증제’를 시행한다. 컴퓨터 활용, 토익 같은 기초직업능력평가에서 소정의 성적 이상을 받고(1Q), 전공자격인증시험을 통해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후(2Q) 국가기술자격증을 따면(3Q) ‘학생 명장’으로 선정하는 제도다. 매년 학생 명장이 100여 명 선출된다.

학생의 학교생활을 돕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평생지도교수제인 ‘라이프가이드제’와 ‘마일리지 장학제’가 대표적이다. 2005년에 도입한 라이프가이드제는 지도교수가 매주 면담을 통해 신입생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09년부터 실시하는 마일리지 장학제는 재학생이 봉사활동이나 교내 행사에 참여한 시간을 포인트로 적립해 장학금을 지급한다. 가령 취업 캠프에 참여했다면 10점(1만원), 학생회 활동을 하면 6점(6000원)이 쌓인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동의과학대는 부산 지역의 교육 발전을 이끄는 대학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1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공학교육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됐고 2016년에는 ‘세계공학교육포럼 및 공과대학장 세계대회’에서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이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업교육은 다양화·고도화·융복합화 같은 변화가 요구된다”며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이끌 산학협력 생태계 조성

서울 용산구는 서울역과 용산역을 통해 전국을 철도망으로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다. 또 한 해 온라인 주문 건수만 6000만 건이 넘는 국내 최대 전자상가 밀집 지역이다. 숙명여대는 용산의 유일한 종합대학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산학협력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함께하는 ‘캠퍼스타운 사업’이 있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10월 캠퍼스타운 사업의 거점 센터인 ‘숙명 크로스 캠퍼스’를 용산 나진상가에 개소했다. 총 734㎡ 규모의 공간에 산학협력중점교수 연구실, 연구센터 입주 공간, 세미나실, 강의실, 오픈스페이스(창업훈련공간)가 들어섰다.

숙명여대는 이곳에서 캠퍼스타운 사업의 세부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기술 지도, 시제품 제작, 창업 관련 경영 컨설팅, 투자 유치 연계 활동을 하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또 이곳에선 산·학·관 협력 모델인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캡스톤 디자인이란 공학계열 학생에게 산업 현장에서 부닥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과정이다. 학생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 현안의 해결점을 찾고 대학의 연구소와 기업을 연계해 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협력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오픈스페이스에 입주한 창업팀, 공모전 수상팀이 용산전자상가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서울시 디지털대장간, 서울글로벌창업센터 같은 기관과 협력해 창업 인큐베이팅 및 액셀러레이팅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경민 교수(왼쪽 둘째)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통해 학생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 [사진 숙명여대]

최경민 교수(왼쪽 둘째)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통해 학생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 [사진 숙명여대]

한편 숙명여대는 서울시가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청년 창업의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는 ‘용산 Y-밸리 혁신 플랫폼’ 개발 사업에도 참여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용산전자상가에 5G·드론·가상현실 같은 신산업을 유치하고 전자산업과 신산업을 융·복합시켜 청년 창업이 활발한 도심 속에 창업기지를 건설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숙명여대는 고려대·연세대 같은 대학과 함께 용산전자상가에 현장 캠퍼스를 열고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일반인에게 기업가 정신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우수 기술이 필요한 예비·초기 창업자의 입주를 지원하고 숙명여대의 우수 기술을 연계한 공동 연구와 기술 이전을 독려하는 ‘크로스 캠퍼스 스타트업 그라운드’를 운영한다. 발전 가능성이 큰 지원 기업에는 숙명여자대학기술지주㈜를 통해 투자도 할 계획이다.

지원금 최대 106억원 확보한 ‘SW중심대학’

1970년 국내 최초로 전자계산학과를 설립한 숭실대는 48년 동안 소프트웨어(SW) 교육 혁신을 선도해왔다. 2015년엔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를 위해 IT대학을 컴퓨터학부·글로벌미디어학부·소프트웨어학부 등 3개 학부와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로 개편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주관하는 ‘SW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이 사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융합인재와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력 양성이 목표다. 숭실대는 이번 선정으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66억원을 지원 받고 성과에 따라 최대 2023년까지 40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숭실대는 ‘Software@Everywher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스파르탄 SW교육원’을 설립한다. 컴퓨터학부·글로벌미디어학부·소프트웨어학부, 그리고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형 SW 고급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 목표 아래 SW 전공자를 301명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임 교원을 65명에서 77명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또 SW 전공생 전원에게 ‘SW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선다.

숭실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SW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사진 숭실대]

숭실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SW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사진 숭실대]

SW 기초교육도 강화한다. 지난해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컴퓨팅적사고’ 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한 데 이어 2019학년도부터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데이터로 보는 세상’ ‘프로그래밍기초’ 같은 교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오픈소스SW 교육실습실과 SW융합 프로젝트 실습실을 신설해 기본 인프라 구축에도 힘쓴다. SW 전공과목 중 오픈소스SW 활용 교과목으로 32개를 지정해 오픈소스SW 활용 교육을 강화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SW융합전공도 확대 개편한다. 기존 IT대학의 IT-SW융합전공과 공학-SW융합전공에다 인공지능 로봇(공학-SW융합전공), 지능형 콘텐츠(인문-SW융합전공)를 2019학년도에 신설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초·중등생, 지역주민, 경력단절 교사를 대상으로 한 SW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사업단장인 신용태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의 초석이 될 수 있는 SW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돼 기쁘다”며 “전공·비전공자 대상의 내실화된 SW교육을 통해 재학생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심교·한진·신윤애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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