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마켓 랭킹] 시간당 매출 10억 훌쩍 … 홈쇼핑 쥐락펴락‘50대 줌마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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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2시간에 18억원. 지난 12일 방영된 롯데홈쇼핑 ‘최유라쇼’를 통해 들어온 주문액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날 54만9000원짜리 발뮤다 공기청정기 2300여 개를 포함해 토스터·전기주전자까지 주문량이 5400여 개에 달했다고 13일 밝혔다. 홈쇼핑의 가전 카테고리 반품률 15%를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매출이다.

오랜 방송으로 중년 여성들 신뢰 #패션·가전·명품 다양한 상품 판매 #연간 주문액 최유라 1930억 1위 #60분당 경쟁력은 왕영은 가장 앞서 #허수경·박미선도 쇼호스트로 활약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모바일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홈쇼핑은 여전히 살아있다. 특히 왕영은(59)·최유라(51)·최화정(57) 등 ‘셀럽(Celebrity의 줄임말로 유행을 주도하는 유명인사)’을 통한 매출은 갈수록 늘고 있다. 홈쇼핑의 주 시청자와 소비자는 중년 여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모두 50대로 중년 여성층의 친근감을 가질 만한 나이다. 또 오랜 시간 방송을 통해 쌓은 신뢰가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화정

왕영은·최유라·최화정 등 3명의 홈쇼핑 셀럽 중 최고의 매출을 견인한 ‘홈쇼핑의 여왕’은 누구일까. 방송 시간과 시간대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지난해 주문액 기준으로 최유라쇼가 가장 높았다. 최유라 쇼는 매주 목·토요일 각각 2시간 방송하는데, 100회(200시간) 방송에 주문액은 1930억원이었다. 주문액은 반품 물량을 제외하지 않은 금액이다. 방송이 끝난 후 반품된 물량을 뺀 금액을 실 주문액을 취급액이라고 한다. 롯데홈쇼핑의 지난해 취급액은 4조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유라 혼자 5%가량을 담당한 셈이다. 최유라쇼의 반품율은 생활상품군은 15%, 패션상품군은 35% 정도라고 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09년 9월 론칭한 최유라쇼의 누적 주문금액이 1조원이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유라는 이 기간에 매일 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매일 2시간씩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매주 이틀 2시간씩 홈쇼핑에 출연한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런 모습이 소비자의 신뢰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왕영은

그렇다면 시간당 주문액은 누가 최고일까. GS홈쇼핑이 매주 토요일 오전 2시간 동안 방영하는 ‘왕영은의 톡톡톡(이하 왕톡)’을 통한 지난해 주문액은 1500억원이었다. 최유라쇼가 매주 4시간 방송에 1930억원, 왕톡은 매주 2시간에 1500억원이니 시간당 주문액으로 치면 최유라쇼가 약 10억원, 왕톡이 약 15억원으로 왕톡이 더 높다. 실제 왕톡은 웨지우드·르쿠르제 등 고가의 주방용품·가전제품을 많이 취급한다. 주문액이 높은 이유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저가 공세를 지양하고, 홈쇼핑에서 흔치 않은 명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왕톡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반품 비율도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낮다. 주방·가전은 10%, 패션잡화 군은 20% 정도라고 한다.

왕영은과 최유라는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뽀미 언니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왕영은이 지난 1981년 초대 뽀미 언니, 최유라는 1990년 5월부터 6개월 동안 6대 뽀미 언니로 활동했다. 홈쇼핑 채널에선 맞수이기도 하지만, ‘뽀미 언니’ 계보를 잇는 선후배 사이인 셈이다.

허수경(左), 박미선(右)

현대홈쇼핑은 홈쇼핑 업계에서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3위다. 현대홈쇼핑의 셀럽 방송은 허수경(51)·박미선(51)이 이끌고 있다. 매주 토요일 2시간 방영되는 허수경의 ‘쇼핑스토리’와 화요일 2시간 방송하는 박미선의 ‘쇼핑의 선수’다. 지난해 주문액이 각각 950억원, 550억원에 달했다. 시간당 주문액으로 치면 각각 약 9억원과 5억원으로, 경쟁사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실적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CJ오쇼핑은 지난해 ‘최화정쇼’를 통한 주문액이 940억원이라고 밝혔다. 매주 2시간 방송을 해 시간당 9억원 정도의 주문액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 2016년 4월 론칭 이후 누적은 1900억원, 소개한 브랜드는 총 100여개다. 최화정쇼는 홈쇼핑 업계의 ‘트렌드 세터’를 자처한다. 지난 2016년 첫선을 보인 ‘시메오 티메이커’는 30분 만에 9000대가 팔리기도 했다. 이후 티메이커 전체 상품군 매출이 10배가량 증가했다.

홈쇼핑 4사의 매출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셀럽 5인의 평균 나이는 53.8세다. 50대 여성 쇼호스트가 홈쇼핑 채널의 대세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들은 오랫동안 TV·라디오에 출연한 베테랑 방송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특히 최화정·최유라·허수경·박미선은 10년 이상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한 경력이 있다. 매일 라디오를 통해 시청자를 만난 ‘세월의 무게’가 경쟁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출연료로 얼마나 받을까. 각 사는 한사코 ‘비밀’이라고 함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셀럽으로 영입한 이들의 출연료는 전문 쇼호스트보다 더 높다. 유명 쇼호스트의 연봉은 1억원이 훌쩍 넘으니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고 짐작된다. 지난 2015년 GS홈쇼핑이 ‘고문’ 타이틀까지 주며 영입한 왕영은의 연봉이 가장 높다고 하는데, 역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출연료는 주문액에 따른 러닝 개런티가 아닌 ‘고정급’ 형태라고 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