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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보름 만에 퇴진한 김기식,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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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보름 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12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6개월 만에 물러난 지 한 달여 만에 또 수장이 퇴임한  금감원은 뒤숭숭하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했다. 이날 김 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했다. 이날 김 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장은 16일 선관위 해석이 나오기 전인 저녁 6시 50분 퇴근했다. 퇴근 당시 아무런 코멘트나 입장문을 남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 원장을 임명했다. 김 원장은 지난 2일 공식 취임한 직후부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김 원장은 취임 인사를 하면서 "나를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했지만, '재벌 저격수'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리던 인물이 금감원장이 되면서 금융권은 얼어붙었다.

김 원장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갔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여러 차례 해명을 하면서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5일에는 참여연대 출신인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면담했다. 지난 6일 삼성증권 배당 사고까지 터지면서 증권업계(10일), 자산운용업계(13일) 대표들과 잇따라 만났다.

선거관리위원회 해석이 나오기로 한 이 날도 김 원장은 대외 행보를 이어갔다. 김 원장은 저축은행 대표 10명을 만나 저축은행의 대출 실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대부업체보다 조달금리가 절반인데 대출금리를 동일하게 적용해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국민이 조성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도 국민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 영업을 한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생각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의혹에 대한 입장은 일절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은 착잡한 분위기다. 김 원장이 공식 임명된 뒤 금감원 내부에선 "금감원의 위신을 제대로 살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제 "수장 트라우마가 생길 판"이란 말이 나온다.

김 원장 개인 의혹에 대해 그동안 금감원이 낸 해명 자료는 10건에 가깝다.

김 원장의 낙마로 그가 야심 차게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공중분해 될 상황이 됐다. 김 원장은 지난 11일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개혁하고 조직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며 3개월짜리 '경영혁신 태스크포스팀'을 지시했다.

  [김기식 사태 일지]
 3월30일 김기식 전 의원, 금융감독원장 임명
 4월 2일  김기식 전 의원, 금감원장 취임
          자유한국당 정무위 의원, 김원장 사퇴 촉구 성명서 발표
           한국거래소 예산으로 해외 출장 의혹 제기
      5일  김 원장,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해외 출장 의혹
      7일  김원장, 국회의원 시절 우리은행 돈으로 외유 출장 의혹
      9일  청와대, "김 원장 해외 출장 적법, 해임 사유 아니다”
            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 서울중앙지검 등에 김원장 고발
      10일 김원장, 정치 후원금 ‘셀프 후원’ 및 ‘땡처리 논란’ 의혹
      12일 청와대,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 의뢰
      16일 선관위, 김원장의 ‘셀프 후원’ “위법” 결정
            김기식 원장, 사의 표명
            청와대, 김 원장 사표 수리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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