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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 이른바 '태양절', 열병식·도발 없이 차분히 치른 속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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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후 첫 김일성 생일이었던 2012년 4월15일, 김정은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집권 후 첫 공개 연설이었다. [연합뉴스]

김정일 사망 후 첫 김일성 생일이었던 2012년 4월15일, 김정은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집권 후 첫 공개 연설이었다. [연합뉴스]

북한은 김일성의 생일인 4월15일을 이른바 ‘태양절’이라고 부르며 최대 명절로 꼽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곁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용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이 도열했으나 부인 이설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참배자 명단엔 군부 고위인사들도 보이지 않는다. 참배 행사의 규모를 의도적으로 제한했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에게 김일성 생일은 도발의 호재였다. 4월15일을 전후해 도발을 강행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였다. 집권 후 첫 김일성 생일을 앞둔 2012년 4월13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인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이어 4월15일 당일엔 처음으로 평양 김일성광장에 나와 공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후 2015년 4월19일엔 300㎜ 신형 방사포인 KN09을 2발 쐈다. 이어 2016년 4월15일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분류되는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김일성의 105번째 생일인 지난해 4월15일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대적인 열병식도 개최했다. 북한에서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끝자리가 0 또는 5로 끝나는 해)’였기에 열병식까지 치렀다는 분석이다. 당시 북한은 외신도 초청해 신형 ICBM을 공개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었다.

2017년 4월 이른바 '태양절' 열병식에서 북한이 선보인 무기들. [중앙포토]

2017년 4월 이른바 '태양절' 열병식에서 북한이 선보인 무기들. [중앙포토]

올해는 다르다. 열병식도 없었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도 사진만 15일 당일에 내고 기사는 하루가 지나서야 보도했다. 앞서 14일 열린 김일성 생일 관련 당 중앙보고대회에도 김정은은 불참했다. 핵 관련 언급도 없었다. 이날 김정은을 대신해 연설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자위적 군사노선 관철 등은 언급하면서도 핵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지난해 11월29일 ICBM급인 화성-15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포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5월말 또는 6월초로 거론되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러 김일성 생일 행사를 로우키(low key)로 억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한미연합훈련 규모와 기간을 축소한 데 대한 응답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김일성 생일 관련 행사는 대내적으로는 문화 행사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핵 무력 언급이 없었던 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한 영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중국 공산당 쑹타오 대외연락부장과 함께 중국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한 영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중국 공산당 쑹타오 대외연락부장과 함께 중국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집중한 행사는 중국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이었다. 김정은이 대내 행사가 아니라 외교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14일 쑹 부장을 따로 접견한 뒤 연회를 열었고,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공항으로 보내 환영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렀다. 부인 이설주 역시 쑹 부장과 함께 방북한 중국 중앙발레무용단 공연에 보내 극진히 환대했다. 이는 이설주의 첫 단독 공개활동으로, 북한 매체는 이를 보도하며 ‘존경하는 이설주 여사’라는 수식어를 처음으로 붙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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