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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꼬리에 꼬리 무는 질문 해보세요, 과학 못한다는 말 할 수 없을 걸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맨 오른쪽) 관장의 사무실에는 벽 면을 가득 채운 과학 관련 서적과 함께 이 관장이 좋아하는 공룡 모형과 장난감들이 빼곡했다. 학생기자들이 이 관장의 소장품을 하나씩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박시준·임 가윤·유주원 학생기자와 이정모 관장.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맨 오른쪽) 관장의 사무실에는 벽 면을 가득 채운 과학 관련 서적과 함께 이 관장이 좋아하는 공룡 모형과 장난감들이 빼곡했다. 학생기자들이 이 관장의 소장품을 하나씩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박시준·임 가윤·유주원 학생기자와 이정모 관장.

4월 21일은 ‘과학의 날’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 기념일로 제정한 날이죠. 과학의 날이 있는 4월을 맞아 과학과 관련된 대회나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많은데요. 과학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기념일까지 생긴 걸까요. 과학이란 대체 뭐고, 왜 중요할까요. 이런 궁금증을 안고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을 만났습니다. 이 관장은 최근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을 펴냈어요. 평소 과학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반갑게 느껴질 만한 제목이네요. 과학자가 과학이 어렵다니, 어찌 된 일일까요.

-책 제목이 재미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가 똑똑해서 과학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은 과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과학자들도 과학이 아주 어렵답니다. 과학자는 똑똑하다기보다 끈기가 많은 사람이에요. 자꾸 틀리면서도 한 번 더 해보고 또 한 번 더 해보고, 그래서 결국 답을 찾아내는 사람이거든요. 과학은 ‘지식’이라는 생각도 오해예요. 과학자는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죠. 합리적이고 겸손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이에요.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과학을 통해서 생각과 태도를 바꿔보자는 뜻에서 책 제목을 지었죠."

-책을 쓰게 되신 계기가 있다면요.  
“신문에 세상 이야기와 함께 과학 이야기를 써왔는데, 쓰다 보니 많은 글이 모였고 또 사람들이 좋아해 줘서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됐어요.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어요. ‘네가 알고 있는 걸 할머니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이라고요. 내가 알고 있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과학을 하는 건 세상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고, 그러려면 내가 발견한 과학 원리를 사람들이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서울시립과학관의 과학자들에게 글을 쓰고 책을 내도록 권유해요. 과학자만 읽는 논문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읽는 글을 쓰도록 말이에요. 그래야 진짜 과학자라고 생각해요.”

-과학관 홈페이지에서 관장님 인사말을 보면 ‘과학자는 매일 실패한다’고 적혀 있어요.  
“맞아요. 과학자들은 백 번 중에 한 번 정도만 성공해요. 실험을 하고 나서 ‘아, 이걸 잘못 했네’ 하고는 또 실패하고 실패하다가 어쩌다 한 번 성공해요. 그런데 보통 실패의 경험은 이야기하기 어렵고 성공의 경험만 자랑하게 되죠.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 성공의 경험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실패했던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에디슨의 말처럼, 9999가지 잘못된 방법을 제거한 끝에 만 번째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거죠. 실패를 했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을 알아낸 거예요.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하지만 될 거라고 믿으며 증거를 찾아가고 조건들을 맞춰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혼자서만 고민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해야 해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될 수 있거든요. 위대한 과학자도 마찬가지죠.”

-과학을 할 때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과학은 진리가 아니에요. 과학은 계속 바뀌죠. 예를 들어,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목성의 달을 4개만 발견했는데, 이후 과학자들의 연구로 지금은 69개까지 발견됐어요. 그렇다고 해서 갈릴레오의 과학 원리가 거짓이었던 건 아니죠. 지금의 우리는 갈릴레오보다, 찰스 다윈보다 더 많은 과학적 지식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그들보다 더 훌륭한 과학자라고 할 수는 없죠. 위대한 과학자들은 새로운 사고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훌륭한 거예요.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진리가 아니라는 걸 알았죠. 언젠가는 자기의 과학 원리가 깨질 것을 알았어요. 내가 모르는 것도 있다는 걸 인정했어요. 과학은 진리가 아니라 의심과 질문이에요. 여러분도 선생님 말을 그대로 ‘믿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해야 돼요.”

-과학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상관없어요. 사실 과학은 잘하고 못하는 게 없어요. 시험을 잘 본다고 해서 과학을 잘하는 게 아니거든요. 과학은 태도기 때문이죠. ‘과학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누구나 상식적인 생각과 열린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의 말이 맞을 수 있다는 태도로 질문을 계속하면 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해 보세요. ‘태양은 정말 우주의 중심일까? 은하는 거기에 가만히 있는 걸까? 그걸 어떻게 알까?’ 질문을 할 줄 알면 대답도 할 수 있게 돼 있어요. 과학관도 답을 주는 곳이 아니에요. 과학관은 호기심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호기심을 얻기 위해 오는 곳이죠. 새로운 질문이 생기면 돌아가서 알아보고 또다시 과학관에 와서 알아보다가 새로운 질문을 얻고요.”

이정모 관장은 ’과학이 쉽고 재밌기만 하다면 그건 거짓 말“이라며 ’무수한 실패를 거듭한 뒤 한 번 성공할까 말까 하는 게 과학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정모 관장은 ’과학이 쉽고 재밌기만 하다면 그건 거짓 말“이라며 ’무수한 실패를 거듭한 뒤 한 번 성공할까 말까 하는 게 과학자들“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해서 과학관 관장님이 되셨나요.  
“보통은 ‘학예사(큐레이터·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위해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하며 관리하는 사람)’라는 걸 먼저 해야 돼요. 근데 저는 운 좋게도 학예사를 하지 않고 관장이 됐죠. 대학교에서 교수를 하다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을 하게 됐고, 5년 동안 일한 뒤에 다른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마침 그때 서울시립과학관이 열리게 된 거예요. 새로운 과학관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학을 해 보면서 실패도 해보고, ‘과학자도 이렇게 실패하는 거래’ ‘실패해도 괜찮은 거야’라고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과학관이 되길 바랐어요. 실패해도 야단치거나 쫓아내지 않고 연구를 계속하도록 해줘야 노벨상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실패를 격려받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과학관이 마음껏 실패하는 곳이 됐으면 해요. 사실 눈으로 보는 과학은 유튜브에 다 있어요. 과학관에 오는 이유는 직접 해보고 만져보고 실험해보고 실패해보기 위해서죠.”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없어요. 왜냐하면 여러분 부모님이 살았던 세대와 지금 여러분이 사는 세대는 전혀 다르거든요. 제 친구들 중 절반 정도는 대학생 때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던 직업을 갖고 있어요. 지금 초등학생들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가능성이 더 크죠. 부모님들은 여러분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본인의 경험에 비춰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해요. 하지만 부모님 말씀을 너무 열렬하게 믿고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부모님 말씀은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여러분만의 길을 가세요.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길 추천합니다. 내가 뭘 잘하는지 알려면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해요. 여행도 많이 하고요. 문학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해요. 우리나라 유명한 과학자들을 보면 학창 시절 과학반이나 영재반이 아니라 문학반이었던 사람이 많답니다.”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박시준(경기도 태장초 5)·유주원(경기도 광성드림학교 6)·임가윤(대구 동일초 6)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이정모 관장  
‘생화(꽃)’를 연구하는 줄 알고 간 연세대 생화학과에서 전공과목이 재밌어서 과학자를 꿈꾸게 됐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독일 본 대학교 화학과에서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 연구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안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과학사, 과학기술과 문명 등을 강의했고, 2011년 9월부터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2017년 5월에 개관한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다. 『공생 멸종 진화』 『바이블 사이언스』 『과학하고 앉아있네 1』(공저) 『해리포터 사이언스』(공저) 외 다수의 책을 썼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글, 288쪽, 바틀비, 1만5000원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들을 통해 과학적 배경을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책.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는 훼방꾼이라는 생각이 왜 오해인지, 조류독감과 지구의 자전·공전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등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또 과학과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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