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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체포 직전 페북에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 까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포털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쓰거나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가 경기도 파주의 한 출판사 사무실에서 댓글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지난 15일 오전 해당 사무실 시내 공간이 닫혀 있다. 변선구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쓰거나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가 경기도 파주의 한 출판사 사무실에서 댓글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지난 15일 오전 해당 사무실 시내 공간이 닫혀 있다. 변선구 기자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사의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민주당원 3명 중 한 명인 김모(48·인터넷 필명 ‘드루킹’)씨. 그가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대선 당시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려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체포 8일 전인 지난달 14일에 대선 댓글부대 배후를 알려주겠다는 글을 올렸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체포 8일 전인 지난달 14일에 대선 댓글부대 배후를 알려주겠다는 글을 올렸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김씨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진짜 까줄까?"라고 썼다. 경찰에 체포되기 8일 전에 쓴 글이다. 이 글에서 김씨는 “안그래도 입이 근질근질해서 죽겠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어디 구뎅이라도 파고 소리라도 질러야겠다”며 “너무 조급해하지마라 나도 생각이 있으니 언젠간 깨끗한 얼굴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했던 넘들이 뉴스메인 장식하면서 니들을 멘붕하게 해줄날이 '곧' 올거다”라고 적었다.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지난달 14일 자신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하는 댓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지난달 14일 자신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하는 댓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김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댓글 작성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왔다. 김씨는 ‘댓글부대 배후’ 글을 남긴 이날 페이스북에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옹호 댓글을 자신이 단 것이 아니란 내용의 글을 썼다. 그는 페이스북에 “안희정 쉴드댓글? 그런걸 내가 왜달아 '드루킹'운운하면서 2차피해니, 안희정댓글다니하는 놈들 모두 고소하겠다”며 “안희정측에서 오늘 나한테연락이 왔는데 그런거 하냐고 물어봐서 내가 웃었다. 나는 문재인도 안희정도 다 좋아하는데 이런 문제는 그냥 관망이 답아닌가?”라고 적었다. 4일에는 경남지사에 출마할 예정인 김경수 의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지난달 4일에 경남지사에 출마할 예정인 김경수 의원을 언급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지난달 4일에 경남지사에 출마할 예정인 김경수 의원을 언급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달빛기사단’과의 친분을 암시하는 글도 올렸다. 달빛기사단은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다. 지난 2월 21일 글에서 김씨는 “요즘 네이버 엉망진창인데, 자 이제 기지개좀 켜고 네이버 청소하러 가볼까? 자한당하고 일베충들은 긴장좀 타야지? ^^”라며 “달빛기사단 작업대장에게 - 엔젤이 돌아왔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소속 네티즌들과 네이버 댓글로 싸우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지난 2월 21일엔 문재인 대통령 열성지지층인 '달빛기사단'과의 친분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지난 2월 21일엔 문재인 대통령 열성지지층인 '달빛기사단'과의 친분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김씨는 정치 분야에서 댓글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해 블로그에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역량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그보다 훨씬 정교한 준비를 우리 진영에서 오래 전부터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트위터에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 뉴스의 가치 판단에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다"며 "그 중요성을 제일 먼저 깨달았던 MB가 댓글부대를 만들었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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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느릅나무’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씨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사무실에서 댓글조작 등의 활동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에 김씨가 체포된 것도 이곳이다. 느릅나무 출판사는 지난 2월 폐업했는데 개업 후 8년간 출판한 서적이 한 권도 없는 ‘유령 출판사’다. 건물주 이모씨는 “김씨가 월세를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이 꼬박꼬박 냈다”며 “출판 일을 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무실 임대료 등 운영 경비를 지원한 외부 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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