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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광학 미세현미경 활용, 신경 누른 척추뼈·황색인대만 제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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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척추관협착증은 ‘국민병’이라 불릴 만큼 흔하다. 한 해에 치료받는 환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 치료법도 다양하다. 하지만 약물·물리 치료만으로는 통증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존적 치료를 고집하다가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척추관절을 온전히 보존하는 최소 침습적 치료인 ‘편측 후궁 절제술 후 양측 감압술(ULBD)’에 주목한다. 수술 후 눌렸던 척추 신경의 압박이 풀리면서 통증이 사라진다. PMC박병원 박진규 원장의 치료법이다.

척추관협착증 같은 퇴행성 척추 질환 치료의 시작은 정확한 진단이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올바르게 치료할 수 있다. 중증 척추관협착증은 허리 디스크·뇌졸중과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비슷하다. 박진규 원장은 “통증이 근육·신경을 따라 아픈지, 구조적으로 아픈지, 기능적으로 아픈지를 검사 소견과 증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척추 신경을 누르는 척추뼈 황색인대만 섬세하게 제거하는 ULBD 치료법은 척추관절을 보존해 척추 유합수술의 단점을 보완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척추 신경을 누르는 척추뼈 황색인대만 섬세하게 제거하는 ULBD 치료법은 척추관절을 보존해 척추 유합수술의 단점을 보완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그다음 단계는 통증 제거다. 초기에는 약물·물리 치료로 통증을 완화·관리한다. 진통제로 염증을 없애 통증을 줄이면서 물리치료로 약해진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식이다. 하지만 비수술 치료를 받았는데도 통증이 심하면 척추관절을 보존하는 ULBD 치료를 고려한다. 중증 척추관협착증으로 시술 범위가 넓어 내시경 치료는 어렵고, 척추뼈를 고정하는 척추 유합수술이 부담스러운 환자가 대상이다. 만일 치료가 늦어지면 척추 신경 손상으로 보행이 어렵고 배뇨 장애가 나타난다.

고령·만성질환자도 수술 가능

PMC박병원에서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신경·혈관까지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광학 미세현미경(pentero 900)을 ULBD 치료에 활용한다. 척추 신경이 양쪽으로 눌린 중증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척추뼈 가운데로 접근해 치료해왔다. 이 과정에서 척추뼈를 지탱하는 구조물 손상이 커 척추 안전성이 떨어졌다. 인공뼈·나사못으로 이를 보강하는 이유다. 하지만 ULBD 치료법은 신경눌림이 더 심한 쪽으로 진입해 반대쪽 척추 신경의 압박까지 풀어준다. 남아 있는 척추뼈가 지지대로써 제 역할을 해 이물질을 넣지 않아도 된다.

광학 미세현미경을 적용한 ULBD 치료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통증 치료의 효과가 뛰어나다. PMC박병원 박진규 원장 연구팀이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2년 동안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환자 44명을 대상으로 척추관절을 보존하는 ULBD 치료 후 통증 관리 만족도를 추적·관찰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68.1세였고, 약물·물리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 결과 ULBD 치료 전 다리 통증점수(VAS)가 6.45점(10점 기준)에서 치료 1년 후 3.95점으로 떨어졌다. 점수가 낮을수록 통증이 덜하다. 치료 만족도 역시 높았다. 환자의 85%(37명)는 ULBD 치료 후 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특히 치료 후 통증이 악화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합병증 발생 위험 감소

둘째, 척추 안정성이 높다. ULBD는 수술 시 신경을 압박하는 척추뼈만 최소한으로 잘라낸다. 상하좌우 각도 조절 폭이 넓은 광학 미세현미경으로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박진규 원장은 “척추뼈와 척추뼈를 잇는 척추관절을 거의 건드리지 않고 척추 신경을 압박하는 요소만 없앤다”고 말했다. 허리를 움직일 때 운동 역학적으로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대쪽 척추 후궁(척추의 뒤쪽 덮개)과 근육·인대 등을 유지한다. 척추가 불안정하게 뒤틀리는 것을 막는다. 고령자는 물론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하거나 고혈압·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시술이 가능하다.

 반면 척추 유합술은 치료 과정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척추뼈와 주변 근육·혈관 등을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통증은 완화되지만 척추 불안정성이 높아져 나사못으로 고정해야 한다. 문제는 나사못을 박은 위아래 척추관절에 압력이 쌓여 멀쩡했던 척추뼈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척추뼈가 연쇄적으로 망가진다. 결국 더 넓은 범위를 재수술해야 한다. ULBD 치료법은 척추관절을 100% 보존해 이를 막는다.

 마지막으로는 신체적 부담이 적다. 피부 절개 범위가 작다. ULBD 치료의 피부 절개 범위는 2~3㎝다. 피부 절개 범위가 작아 회복 속도도 빠르다. 시술 4~5시간 후부터는 스스로 걸을 수 있다. 또 인공뼈·나사못 같은 이물질을 넣지 않아 감염·염증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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