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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화려하지만 '수줍다'는 꽃말의 반전매력, 작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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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류아은의 플라워클래스(12)

크고 화려한 얼굴에 앙다물고 있는 입이 매력적이고, 활짝 열린 꽃잎이 황홀한 작약. [사진 류아은]

크고 화려한 얼굴에 앙다물고 있는 입이 매력적이고, 활짝 열린 꽃잎이 황홀한 작약. [사진 류아은]

봄에는 쨍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아요. 밝고 뚜렷한 색감이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 시기죠. 하늘엔 벚꽃이 흩날리고, 샛노란 개나리가 나즈막하게 속삭이며 넘실넘실하는 모습을 보면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오곤 해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크고 화려한 얼굴에 앙다물고 있는 입이 동글동글 매력적이고, 활짝 열린 수십겹의 꽃잎이 황홀하기 그지없는 작약을 소개해드릴게요.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이다. [사진 류아은]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이다. [사진 류아은]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이에요. 화형이 풍성하고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반전매력이 있는 꽃말이라고 할까요? 함지박처럼 넉넉하다고 해 함박꽃이라고도 해요.

영어 이름은 ‘피오니(peony)’.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패온(Paeon)’에서 유래한 것이죠. 패온은 올림퍼스 산에서 채취한 작약의 뿌리로 ‘저승의 왕’ 플루토의 상처를 치료한 것으로 유명해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요. 파에온이라는 공주가 사랑하는 왕자를 먼 나라의 싸움터에 보내고 혼자 살고 있었어요. 공주는 이제나 저제나 왕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살았지만, 왕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로부터 숱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눈먼 악사 한 사람이 대문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죠.

공주는 그 노랫소리가 하도 구슬퍼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듣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그 노래는 왕자가 공주를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죽었다는 사연이었기 때문입니다. 왕자는 죽어서 모란꽃이 되어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모란은 남성 꽃, 작약은 여성 꽃  

모란이 남성적이라면 작약은 여성꽃이라 할 수 있다. [사진 류아은]

모란이 남성적이라면 작약은 여성꽃이라 할 수 있다. [사진 류아은]

공주의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컸고, 결국 악사의 노래가 가르치는 대로 머나먼 이국땅을 찾아가 모란꽃으로 변해버린 왕자 곁에서 열심히 기도했어요. 사랑하는 왕자를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죠. 공주의 정성은 마침내 하늘을 감동하게 했고, 공주는 함박꽃(작약꽃)으로 변해 왕자의 화신인 모란꽃과 나란히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란이 피고 나면 으레 작약이 따라 피는데 전설을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듯도 해요. 또 일설에 의하면 모란(paeonia suffruticosa)과 작약(paeonia lacroflora)의 학명 중 처음 나오는 속명이 같은 이유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합니다. 모란이 남성적이라면 작약은 여성 꽃이라 할 수 있죠.

작약은 백작약·적작약·호작약·참작약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사진 류아은]

작약은 백작약·적작약·호작약·참작약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사진 류아은]

작약은 백작약·적작약·호작약·참작약 등 다양한 품종이 있어요. 백작약은 높이 40∼50㎝로 밑부분이 비늘 같은 잎으로 싸여 있습니다. 뿌리는 육질(肉質, 살이 많은 성질)로 굵고, 잎은 3~4개가 어긋납니다. 큰 잎을 이루는 작은 잎(소엽)은 타원형 또는 도란형(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꽃은 6월에 피며 하얀색이에요.

저는 이맘때 쯤 작약을 수업시간에 마음껏 써보기도 하고, 손님에게 추천하기도 하고 한단은 집으로 가지고 와서 피는 모습을 감상하기도 해요. 또한 부케로도 구매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꽃 종류 중 하나죠. 이번 주말 작약을 한 아름 손에 들고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요?

류아은 바움플라워 대표 baumflower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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