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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한 남편의 친양자입양…전남편이 반대하면 어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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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47)

전남편과 이혼하기 전까지 혼인 기간은 6년이었지만 같이 살았던 시간은 채 1년도 안 되었습니다. 혼인할 때 남편은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곧 귀국해서 연구소에 취직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요. 예정보다 조금 늦었지만 남편은 박사학위를 취득해 귀국했고, 바로 지방에 있는 연구소로 내려갔습니다.

주말부부를 하면 보통 남편이 서울로 올라온다지만 저는 남편이 서울에 오르내리는 것이 마음이 쓰여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서울과 지방에서 주말마다 같이 지냈습니다. 그렇게 2년쯤 지난 어느 날 아이가 생겼고 그때부터 남편이 주말에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남은 출산휴가 기간 친정에서 지내고 있는데 남편은 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바쁜가 보다 생각했고, 나중에는 친정집이 불편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면서 계속 친정집에서 다니려고 했던 계획을 변경해 도우미 아주머니를 구해 살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말에는 도우미 아주머니도 쉬셔서 초보 엄마인 저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남편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올라왔습니다. 오지 못할 사정이 생기면 연락을 해주면 좋을 텐데 전화도 받지 않고 불쑥 집에 들어오거나 계속 기다려도 오지 않아 그것으로 많이 싸우고 지치고 결국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도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던 남편과 결국 헤어졌습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아이가 태어나도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던 남편과 결국 헤어졌습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아이 아빠는 돌잔치에서나 아이를 안아주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옹알이할 때, 걸음마를 할 때, 산책하면서 나비를 쫓아갈 때 아이 곁에는 저만 있었습니다. 아이 아빠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기에 이혼 합의는 별 잡음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어느 날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거의 아빠 없이 살다가 새아빠를 만난 아이는 저보다 남편을 더 좋아했어요. "아빠" 하고 달려와 볼을 비비고, 공놀이를 하고, 거실에서 같이 뒹굴거리는 것을 보면 저는 주책없게 눈물이 납니다. 솔직히 아이가 남편을 좋아하는 바람에 재혼을 하게 되었어요.

이혼한 것도 아이에게 미안한데 새아빠로부터 구박을 받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죠. 남편과 아이가 너무 잘 지내니 저는 진짜 부자지간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남편도 그것을 느꼈는지 법률상담을 받고 와서 친양자 입양이란 것을 제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친양자 입양은 아이의 친아빠가 동의를 해줘야 한다고 하네요. 만약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우리 민법은 두 종류의 입양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하나는 일반입양이고, 다른 하나는 친양자 입양입니다. 일반입양을 하면 입양 후에도 친생부모와의 법률적 관계가 유지되지만, 친양자 입양을 하면 친생부모와의 법률적 관계가 단절됩니다.

친양자 입양의 경우 민법은 일반입양보다 특별한 요건을 정하고 있는데, 친양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3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로서 공동으로 입양해야 합니다. 다만 사례자의 경우처럼 부부 한쪽이 그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하려는 때에는 1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이면 됩니다.

미성년자인 자녀를 입양할 때는 일반입양이나 친양자 입양이나 모두 미성년자인 자녀의 부모가 승낙이나 동의를 해야 하고 덧붙여서 가정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가정법원은 양자 또는 친양자가 될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친생부모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동의나 승낙이 없어도 친양자 입양이 가능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친생부모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동의나 승낙이 없어도 친양자 입양이 가능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문제는 사례의 경우처럼 양자 또는 친양자가 될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는 입양을 해야 하는데 그 자녀의 친부모나 법정대리인이 승낙이나 동의를 거부할 때입니다. 2012년에 민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친양자 입양의 경우 친양자가 될 자녀의 친생부모가 승낙이나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 친생부모에게 친권 상실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법률 규정을 악용해 전 배우자를 괴롭히기 위해서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는 금전을 요구하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법 개정으로 친생부모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면접교섭을 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친생부모가 자녀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에는 동의나 승낙이 없어도 가정법원이 친양자 입양을 허가할 수 있도록 정했습니다.

아이 아빠가 아이와 면접교섭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적정한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는지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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