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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가 마트 밖으로 나선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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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식품업계의 장수브랜드 제품이 마트나 편의점이 아닌 별도의 오프라인 전용 매장을 꾸려 고객 눈길잡기에 나섰다.

오리온 초코파이 하우스에서 판매하는 디저트 초코파이. [사진 오리온]

오리온 초코파이 하우스에서 판매하는 디저트 초코파이. [사진 오리온]

오리온은 지난 2월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에 ‘초코파이 하우스’를 열었다. 이곳에선 파는 초코파이는 생김새는 기존 제품과 비슷하다. 하지만 100% 카카오버터를 사용한 초콜릿을 입혔고, 마시멜로우엔 천연 바닐라빈과 프랑스산 그랑마니에(코냑)을 넣었다. 한마디로 초코파이 고급 버전이다. 기존 초코파이가 개당 500원 정도인데 고급 버전은 개당 2000~2500원이다. 개발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대신 도곡동에 개방된 형태의 전용 생산 라인을 마련해 전문 파티시에(제빵사)가 수제 작업하는 과정을 볼 수도 있다. 하루에 5000개가량을 만들어 강남과 죽전의 신세계백화점 매장 두 곳에 공급한다.

서명희 오리온 신규사업부문 팀장은 “기존 초코파이는 정으로 표현되는 따뜻한 이미지나 가족 간식의 개념이 강한데 이번에는 젊고 새로운 느낌을 추구했다”며 “디저트는 20~30대가 움직여줘야 뜰 수 있는 만큼 에스프레소 크림이나 카라멜 솔트,레드 벨벳 등을 활용해 다양한 맛과 겉모습에도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도 최근 서울 이태원에 5층 건물의 ‘맥심 플랜트’를 만들었다. 1978년에 처음 출시된 맥심은 이 회사의 주력 브랜드다. 이 건물에는 박물관과 교육관을 포함해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카페가 들어선다. 빠르면 이달 안에 문을 열 계획이다. 1980년대 명동에 만들었던 ‘맥스웰 하우스’ 이후 동서식품이 상설 매장을 만든 건 처음이다.

맥심이 지난해 부산에 만든 팝업스토어 '모카 사진관' .[사진 동서식품]

맥심이 지난해 부산에 만든 팝업스토어 '모카 사진관' .[사진 동서식품]

맥심 제품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은 모카골드의 경우 2015년부터 별도의 팝업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다방이나 책방,사진관 등 매년 다양한 형태로 매장에서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제주도나 서울, 부산 등 장소를 매번 바꿔가며 일정 기간 운영하는 방식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모카 팝업 매장은 젊은 세대에겐 생소할 수 있는 믹스커피를 친숙하게 느끼게 하고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2016년부터 ‘옐로우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1974년에 출시한 대표상품인 바나나 우유를 주제로 만든 매장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바나나 우유를 그대로 넣어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쉐이크 등을 만들고 용기 모양을 활용한 열쇠고리 등 MD제품도 판매한다. 2016년 서울 동대문점에 이어 지난해는 제주도에도 매장을 열었는데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지난달까지 총 32만명이 방문해 2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선 이러한 ‘매대 탈출 전략’을 브랜드의 힘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는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회사로서 갖고 있는 원두에 대한 기술력을 보여주고 특정 제품이 아닌 맥심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 전용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빙그레가 대표상품 바나나 우유를 주제로 만든 '옐로우 카페' [사진 빙그레]

빙그레가 대표상품 바나나 우유를 주제로 만든 '옐로우 카페' [사진 빙그레]

젊은 소비층을 확보하기 위한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된다. 이후성 빙그레 데어리(Dairy)팀장은 “장수브랜드는 관련된 추억이나 경험이 부족한 10~20대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들이 바나나맛 우유를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장소 마케팅’을 통해 옆에 두고 싶은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동력이 되기도 한다. 초코파이 하우스는 오리온 신규사업부문이 내세우는 대표 프로젝트다. 현재 2개인 국내 매장 수를 올해 30개까지 늘리고 중국 상하이에도 진출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명희 오리온 팀장은 “기존 제과 매대에서 경쟁하는 차원을 넘어 일본의 도쿄 바나나 빵이나 대만의 펑리수처럼 그 나라를 대표해 선물할 수 있는 고급 디저트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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