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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베 총리 위기…국민을 전쟁에 떠민 2차대전과 비슷해

중앙일보

입력

11일 일본 중의원에 나란히 출석한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로이터=연합뉴스]

11일 일본 중의원에 나란히 출석한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불거진 일본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둘러싼 일본 정국이 제2의 여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관청 중의 관청으로 불리는 재무성이 관련 문서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면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물론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9일 JNN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베 총리에 대한 부(不)지지율이 58.4%로, 지지율 40%를 넘어섰다. 2012년 말 아베 총리 부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마저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의 자중을 요구하고 있으며, 총리 관저 주변에는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의 문서조작에 항의하는 집회가 진나달 30일 밤 도쿄(東京)에 있는 총리관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의 문서조작에 항의하는 집회가 진나달 30일 밤 도쿄(東京)에 있는 총리관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여기에 이라크 일보(日報)와 관련한 육상 자위대의 문서 은폐 의혹이 더해졌다. 일보란 자위대 해외 파견 부대의 일일 보고서다. 이 문제는 지난해 남수단 파병 부대의 일보 은폐 문제가 드러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당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사임하면서다. 그러나 4월 2일 방위성의 국회 답변 과정에서 존재가 없다던 이라크 파병 관련 일보가 새로 발견되면서 이를 둘러싼 진상 규명이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정보본부에서 이라크 PKO 일보가 확인되었다는 첫 보고가 있었다. 부적절한 대응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도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했지만 일본 국민의 반응은 차갑다.

이 두 가지가 일본 열도를 달구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는 숙고해 보아야 한다. 일면 문서 조작이나 일보 은폐는 이전에도 제기되었던 일상적인 문제의 하나로, 야당의 여당 견제를 위한 정국 전환용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일본 국민이 간과할 수 없는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일본 언론의 평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 자위대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자위대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첫째,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과 권력 집중이 가져온 부작용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분노 표출이다. 자민당은 지난 2009년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는 아픔을 경험했다. 그리고 절치부심한 아베는 2012년 말 정권을 되찾았다. 지금은 역대 최장수 총리를 넘보면서 의회에서 절대 안정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내각 인사도 관저(총리실)에서 결정하는 등 총리의 중앙집권적 권한을 강화해왔다. 아베는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중의원 해산이라는 수단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 재무성 관료들에 의한 문서 조작이 있었다는 점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이 때문에 「알아서 봐주기(손타쿠, 忖度)」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국가 이익보다는 총리의 의중이 앞서는 관료주의의 부정적 행태도 불거졌다. 더욱이 일보의 존재가 정국의 쟁점이 된다는 이유 하나로 은폐되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는 는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부정적 현상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분노가 담겨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둘째,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불안정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내각에서 3년마다 실시되는 「자위대 방위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줄곧 1위를 차지해 왔던 일본인 납치문제(75%)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81%)이 높게 나타났다. 일본이 전쟁에 말려들 가능성은 85.5%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ㆍ중 갈등으로 인한 분쟁(25%)보다 훨씬 높았다. 요컨대 국제안보환경의 변화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 국민의 심리는 정부나 관료들의 인위적인 정세 판단에 대한 정보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을 전쟁으로 내몬 역사적 교훈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실에 대한 일본 국민의 알 권리 요구의 분출로 이해될 수 있다.

어느 국가나 사회도 이러한 현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대다수 한국 국민은 진실에 토대를 둔 「알 권리」, 즉 정확한 사실들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이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사실들이 제때에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와 언론은 물론 전문가들과 관련 시민단체 등 모두가 공동의 책임이 있다. 현재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는 문서 조작과 은폐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주는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의 공감대는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개요 및 최근 동향

모리토모(森友)학원은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와 개인적 친분을 가져온 전임 이사장 가고이케씨가 국유지를 헐 값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되었다. 실제 아키에씨는 모리토모 학원이 신설하는 초등학교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등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고, 이 학원은 재무성이 주관하는 국유지를 헐값으로 구입하였다. 그러나 이를 특혜로 지적한 야당의 추궁에 대해 아베 총리 부부는 관련 사실을 부정하며 개인적 관여는 없었다고 해왔다. 그러나 재무성 관리가 관련 논의 과정에서 총리 부인이 언급되는 문서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문제가 지난달 언론에 보도되면서 새로운 쟁점이 되었다. 더욱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가와 국세청장이 사임하고 긴키 재무국(긴키 : 일본 혼슈 지방의 오사카 등 여러개 지역을 총칭한 단위)의 상석 국유재산관리관이 자살하기도 했다. 현재 아키에씨의 참의원 증인 소환과 진상 규명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향후 여론 향방에 따라 총리 거취 문제를 포함한 정국의 뇌관이 되고 있다.

육상자위대의 남수단 및 이라크 파병 관련 일보 은폐 의혹

육상자위대는 남수단 정부 재건 지원을 위해 지난 2012년 350여 명 규모의 공병을 비롯한 부대를 파병해 운용해왔다. 일본 국회는 2017년 남수단 치안 불안을 이유로 철수 문제가 거론되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위대 일보를 요구하였으나, 육상자위대는 일보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육상자위대 연구 본부를 비롯한 관련 부대에서 일보가 뒤늦게 발견됐다. 이에 대한 보고 책임을 지고 당시 이나다 방위상과 오카베 육상막료장 등이 물러났다. 그리고 2017년 5월 남수단 PKO부대는 철수하였다.
현재 거론되는 이라크 파병 관련 일보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었다. 지난해 이나다 방위상은 이라크 일보에 관한 국회 요구에 대해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작년 3월께 이미 육상자위대 연구본부에서 일보가 발견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육상자위대가 이를 1년 이상 고의적으로 은폐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당 진상규명이 쟁점이 되고 있다. 자위대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육상자위대 550여 명 등을 이라크 사마와 지역으로 보내 의료지원, 급수 및 시설 정비 등 인도적 부흥지원 활동을 실시했다.
 이번 일보 문제는 해외 파병 자위대가 비전투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에서 제기됐다. 전투 지역이라는 정황이 나타나면 위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수단은 물론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기간 중 일보는 이러한 쟁점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일본 국민의 관심이 높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헌법 개정은 물론 아베 총리의 거취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권태환 국방대 교수, 전 주일국방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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