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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적고 지방선거 사퇴까지, 국가교육회의 시작부터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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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김상곤 사회부총리,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문 대통령,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김상곤 사회부총리,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문 대통령,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의 대입개편 시안을 넘겨받았지만 4개월이란 짧은 시간 안에 다수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최종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구체적인 의견 수렴 방식도 정해지지 않은 데다 입시 전문가도 거의 없어 논의 과정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21명의 위원 중 간사 역할을 맡은 조신 기획단장이 최근 지방선거 출마 등을 이유로 사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도 하기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12일 교육부가 마련한 대입개편 시안을 공식으로 전달받았다. 신인령(전 이화여대 총장) 의장은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의견 수렴 방식과 논의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8월까지 최종안을 검토해 제출하면, 이를 반영해 정부가 최종 대입개편 방안을 내놓는다.

 최성유 교육부 국가교육회의기획단 과장은 “국가교육회의는 회의체이기 때문에 의장이나 기획단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게 없다, 16일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어떤 안이 결정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입개편 논의 방식으로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개최할지, 여론조사 방식을 택할지 확정된 사항이 아직 없다는 의미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할 '대입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할 '대입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심지어 교육부의 시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별위원회는 아직 꾸려지지도 않았다. 최 과장은 “특위 구성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위원장을 내부 위원이 맡을지, 외부에서 모셔올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교육회의 위원 중 입시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교육부가 제시한 시안은 특정한 방향성 없이 시중에 나온 이야기를 모두 끌어다 나열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심도 있게 논의할 전문가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국가교육회의가 마치 램프의 요정처럼 4개월 만에 ‘뚝딱’ 하고 묘안을 낼 것처럼 기대하지만, 위원들의 구성을 보면 ‘대입’이라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풀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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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출범 당시 21명의 국가교육회의 위원 중 신인령 의장을 제외한 20명의 위원 중 장관이 5명, 대통령 사회수석 등 정부·기관·단체인 6명, 교수 6명, 전 공직자가 3명이다. 이중 입시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은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김대현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가 유일하다.

 더욱이 국가교육회의에서 의장과 함께 국가교육회의 중추 역할인 기획단장(조신 전 위원)은 최근 지방선거 출마 등을 이유로 사퇴했다. 조 전 위원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시절 교육청 대변인을 지냈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대통령한테 임명장 받은 지 두 달 만에 선거 나가겠다고 사퇴할 거면 처음부터 왜 국가교육회의에 들어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획단장이란 스펙을 쌓으려 한 것밖에 더 되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가교육회의 위원 위촉장을 받고 있는 조신 전 기획단장. 최근 그는 임명 두 달 만에 위원 자리를 사퇴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가교육회의 위원 위촉장을 받고 있는 조신 전 기획단장. 최근 그는 임명 두 달 만에 위원 자리를 사퇴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위원 대다수가 교육 전문가가 아니거나 진보 인사로 채워진 것도 논란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낸 김진경 위원은 1989년 전교조 창립에 핵심 역할을 했고 초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김정안 위원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와 2011년 ‘경제학자, 교육혁신을 말하다’는 저서를 함께 집필한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진보네트워크 운영위원이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국가교육회의에 현직 교사와 학부모 등 현장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위원 대부분이 비전문가에 진보 인사들로만 채워져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이 위원에서 배제된 것도 논란이다. 회원 수가 18만 명인 교총은 그동안 교육부의 각종 정책 자문을 맡아 왔다. 김 대변인은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국가교육회의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총도 일부러 뺀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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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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