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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몸매 가꾸기, 난 집에서 혼자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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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IT 접목한 셀프 미용·건강기기 봇물

교사 이권욱(42)씨는 소파에 앉아 TV를 볼 때마다 ‘EMS 기기’를 착용한다. 근육에 직접 저주파 자극을 줘 운동을 안 해도 근력운동을 한 효과가 있다고 제조사들이 광고하는 제품이다. 그는 “진짜 땀을 흘리지 않고도 운동한 효과가 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호기심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피부상태 살피는 스마트 거울 #운동 않고 근육 만든다는 저주파기 #머리에 쓰면 탈모 막아주는 헬멧 #뇌 자극해 식욕 억제 헤드셋도 나와 #돈 시간 절약…시장 연 19%씩 커져

회사원 안혜진(29)씨는 최근 남자친구로부터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를 생일 선물로 받았다. 안씨는 “피부과에서 전신 제모를 받으면 10회에 약 160만원 정도 든다”며 “가정용 기기는 한 번 사면 계속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미용 기기인 ‘스마트 뷰티 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면서 집에서 외모를 가꾸는 이른바 ‘셀프 미용관리족’이 늘어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피앤씨마켓리서치는 세계 뷰티 기기 시장 규모가 2016년 278억 달러(약 29조4000억원)에서 매년 평균 19.1% 성장해 2023년에는 943억 달러(약 100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저로 세포를 활성화 해 두피의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광고하는 탈모방지 헬멧 헤어빔. [사진 원텍]

레이저로 세포를 활성화 해 두피의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광고하는 탈모방지 헬멧 헤어빔. [사진 원텍]

병원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기기도 가정용으로 출시됐다. 적외선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해 피부 탄력을 개선하는 LED 마스크, 고주파로 피부의 극소 부위를 태워 점을 빼는 기계, 레이저로 세포조직을 활성화해 모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탈모 방지 헬멧, 여드름의 원인이 되는 피부 속 박테리아를 제거해주는 여드름 치료 기기, 음파 기술로 모공 속 노폐물을 빼주는 진동 클렌저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피부과나 미용관리실에 가는 대신 시간과 돈을 아껴 집에서 간편하게 관리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젊은 층은 물론 외모에 신경을 쓰는 40대 전후의 꽃중년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은 물론 남성이 이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헬스·뷰티기기엔 최신 기술 접목이 빠른 편”이라며 “시간과 돈에 쫓기는 요즘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바뀌지 않는 이상 관련 시장은 더 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뇌파로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과학적 원리가 적용된 헤드셋 모디우스. [사진 뉴로밸런즈]

뇌파로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과학적 원리가 적용된 헤드셋 모디우스. [사진 뉴로밸런즈]

최근에는 과학자들이 직접 헬스·뷰티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미국 신경과학자들이 만든 스타트업 뉴로밸런즈가 선보인 헤드셋 ‘모디우스’는 식욕을 담당하는 시상하부를 전기로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 운동을 싫어하거나 운동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을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MS 기기도 처음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비행사들의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개발했지만, 기술 발달로 지금은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LED, 초음파, 고주파 등을 이용해 피부를 관리하는 뷰티 기기 LG 프라엘 4종. [사진 LG전자]

LED, 초음파, 고주파 등을 이용해 피부를 관리하는 뷰티 기기 LG 프라엘 4종. [사진 LG전자]

가전 업체들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스마트 뷰티’를 눈여겨보고 있다. LG전자는 ‘프라엘(Pra.L)’이라는 브랜드로 ‘더마 LED 마스크’(LED 마스크), ‘토탈 리프트업 케어’(탄력 관리), ‘갈바닉 이온 부스터’(화장품 흡수 촉진), ‘듀얼 모션 클렌저’(클렌징) 등 피부 관리기 4종을 출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초기에 진입해 시장을 키우면서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립스·파나소닉·도시바·샤프 등 글로벌 기업들도 뷰티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로레알·존슨앤드존슨·유니레버·아모레퍼시픽 등이 적극적이다. 화장품과 함께, 화장품이 피부에 잘 스며들게 돕는 뷰티 기기를 함께 파는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로레알은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기술을 보유한 기업 모디페이스를 인수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기술력을 갖춘 헬스·뷰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테크업 플러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피부의 수분상태, 모공 크기, 주름 및 다크서클 상태 등을 측정해주는 스마트 거울. [사진 하이미러]

피부의 수분상태, 모공 크기, 주름 및 다크서클 상태 등을 측정해주는 스마트 거울. [사진 하이미러]

올해 초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도 관련 기기들이 대거 소개됐다. 대만의 스타트업 하이미러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가 피부 상태를 분석해주는 스마트 거울 ‘하이미러’, 프랑스의 케라스타즈는 두피와 모발 상태를 측정하는 브러시 ‘헤어코치’를 선보였다.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IT·전자 두 분야에 강한 만큼 헬스·뷰티기기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소현 KOTRA 미국 뉴욕무역관 연구원은 “K-뷰티가 강세를 보였던 화장품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라며 “뷰티 기업이 관련 기술기업과의 함께 혁신 상품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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