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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에 또 얻어맞은 아베, 그로기 상태서 "난 아니야" 반복

중앙일보

입력

“에히메(愛媛)현과 이마바리(今治)시가 국가전략특구에 수의학부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그 사업자가 가케((加計)학원인 줄은 몰랐다. 2017년 1월에 최종 승인이 나면서 처음 알았다.”

절친이 이사장인 사학재단 수의학과 신설 관련 #"친구지만 수의학과 신청한지 몰랐다"고 항변 #밥 먹고 골프 쳤지만 "그 얘기는 절대 안했다" #야당 의원들의 야유에 짜증내다 회의 자주 중단

11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1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앙숙’인 아사히 신문에게서 또다시 엄청난 한 방을 얻어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1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에서 되풀이한 말들이다.

야당 의원들로부터의 야유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아베 총리는 꿋꿋하게도 자신과 가케학원 사이엔 어떠한 커넥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가케 스캔들은 재단 이사장이 아베 총리의 절친이라는 사학재단이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의 분교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느냐가 핵심이다.

이마바리시가 아베 총리가 총력을 다한 ‘국가전략특구’로 지정을 받고, 가케학원이 2017년 1월 사업자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개입했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아사히 신문은 10일자에서 “2015년 4월 당시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총리 비서관이 에히메현과 이마바리시 관계자들에게 ‘이건 총리의 안건’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에히메현측이 작성한 문서에 남아있다”고 10일자에서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비서관이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문제를 '총리의 안건'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기록된 문서를 보도한 아사히 신문의 10일자 지면.

아베 총리의 비서관이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문제를 '총리의 안건'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기록된 문서를 보도한 아사히 신문의 10일자 지면.

이미 총리 비서관을 비롯한 관가에선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은 아베의 프로젝트”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뜻이다. 에히메현측도 “현청 직원이 총리 비서관을 만난 뒤 상부 보고를 위한 비망록 형식으로 작성했던 문서”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모든 걸 부인했다.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과 총리 취임 이후에도 자주 골프를 치고 식사를 했지만, 가케학원이 수의학부를 만들고 싶어하는지 조차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가케학원이 최종적으로 사업자로 지정된 2017년 1월 20일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연거퍼 주장했다.

또 “나에게서 관련된 지시를 받았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 않느냐”며 ‘결백’을 주장했다.

11일 일본 중의원에 나란히 출석한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로이터=연합뉴스]

11일 일본 중의원에 나란히 출석한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아베 총리는 야유를 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지금 답변하는 중인데 야유를 중지해달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야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회의가 자주 중단됐다.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내각 전체가 ‘무대응 전략’‘무시 전략’을 펴기로 사전에 아예 작전을 짠 듯한 분위기였다.

스가 요시히데 (菅義偉)  관방장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에히메현에서 나온 문서에 대해 “지자체의 문서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자체의 정식 문서도 아니고, 직원이 자의적으로 정리한 ‘메모’인 만큼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투였다.

자위대의 ‘이라크 PKO(평화유지군)’활동보고서 은폐 사건, 모리토모 사학재단 특혜 의혹 관련 재무성의 문서조작, 가케학원 관련 아베 총리의 개입 정황 문건 발견 등 매일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자민당내에서도 “정말 지긋지긋하다”(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2007년 아베 1차 내각이 붕괴될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총리관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연금문제와 정치자금 관련 불상사가 계속 터졌던 11년전과 현재의 상황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당장에 물러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의 구도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연일 코너에 몰리는 현재의 상황이 6월 정기국회 종료때까지 이어진다면 그로기 상태에 만신창이가 된 아베총리의 대안이 당내에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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