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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치킨 배달료 3500원이 비싸다고요?”

중앙일보

입력

김경무(58)씨는 지난달부터 인천 부평에서 오토바이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퀵서비스를 했지만, 요즘 음식배달이 많아 퀵보다 나을 거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빌라 4·5층까지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니 더 힘들다. 지난주엔 배달 중 자동차에 받혀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쳤다.

음식점에서 콜이 오면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 음식을 전달받은 뒤 소비자의 집까지 가는데 걸리는 약 20분, 재빠르게 움직여야 1시간에 3건을 해결한다. 배달 수수료는 건당 3500원, 콜센터에 내는 200원을 빼고 나면 3300원이다. 오전 11시~밤 11시까지 일하고 하루에 손에 쥐는 돈은 10만원 남짓, 하루 휘발유 값 6000~7000원과 점심값 7000원을 빼면 8만원 가량 남는다. 한 달 25일 꼬박 일해야 200만원 벌이다. 오토바이 보험료 연 100만원에 감가상각비를 빼면 더 팍팍하다.

요즘엔 마음이 더 무겁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등이 가격 인상 대신 배달료 유료 정책을 내놓으면서 ‘3500원 배달료’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어서다. ‘치킨값도 비싼데 배달료를 따로 내야 하느냐’는 원성이 부쩍 잦아졌다.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만, 힘들게 일하며 받는 배달료가 ‘꼼수 가격 인상’이라는 시각과 함께 도매금 취급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음식값 인상 대신 배달료 유료화를 선택한 자영업자의 마음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임대료·인건비가 다 오르는데, 음식 가격만 그대로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도 3년 전까지 외식업 자영업자였다.

전국의 외식업 배달에 종사하는 사람은 20만~30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 가입한 특수형태 퀵서비스 종사자와 사업주 형태의 배달업자(배달대행업 포함)는 지난해 말 기준 4111명이다. 배달 중 사고가 났을 때 산재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숫자다.  이들중 지난해 산재 신청이 1782건으로 산재 사고율은 43%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배달업 종사자를 30만 명으로 본다면 복지공단 가입자는 1% 남짓으로 사실상 대부분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또 오토바이 보험의 보장 범위는 자차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자 넘어지면 치료비는 자신의 몫이다.

김영주 기자

김영주 기자

안병익 한국푸드테크협회장은 “음식배달업 종사자는 도시 근로자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직종 중 하나”라며 “전 세계에서 우리처럼 실시간 음식배달 서비스를 갖춘 곳은 없다. 편리를 누리는 만큼 소비자들도 ‘배달은 무료 서비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주 산업부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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