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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틱 빨래 코스’ 추가하니 … 동남아 지갑 열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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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칠레 팔라벨라 백화점을 찾은 방문객이 대우전자의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옷감이 두꺼운 칠레에 맞춰 세척력을 강화했다.[사진 각 업체]

칠레 팔라벨라 백화점을 찾은 방문객이 대우전자의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옷감이 두꺼운 칠레에 맞춰 세척력을 강화했다.[사진 각 업체]

국내 가전업체가 해외 시장에서 현지 특화 마케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해당 국가의 문화와 특징을 반영한 디자인이나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현지인 사로잡은 맞춤 가전제품 #동남아 모기 쫓는 초음파 에어컨 #중국 겨냥 차 보관 칸 있는 냉장고 #일본엔 꽃가루 제거 스타일러 수출 #브라질선 축구 특화한 TV로 인기

대우전자의 경우 1998년부터 20년간 100여 가지 현지 특화 제품을 만들었다. 이들 제품은 현재까지 500만대(누적 판매량)가 넘게 팔렸다. 대우전자는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

대우전자 제품 중엔 해당 국가의 전통 의상 무늬를 넣은 가전이 눈에 띈다. 화려한 문양을 선호하는 남아메리카에 판매하는 제품엔 달리아 문양(멕시코)이나 나스카 문양(페루)을 넣는다. 동남아시아에는 전통의상인 ‘바틱’ 문양을 넣은 제품이 인기다. 아예 전통 의상 전용 세탁 기능을 넣은 세탁기도 있다. 전체 인구의 80%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를 공략해 바틱을 세탁하는 코스를 별도로 넣었다. 세탁 강도를 일반 세탁코스의 80% 이하로 낮추고, 옷감 마찰을 줄여 변형·손상을 최소화한다.

이슬람 문화권인 중동 시장을 노린 세탁기엔 무슬림 여성이 쓰는 베일인 ‘히잡’ 전용 코스가 있다. ‘이슬라믹 린스’ 기능을 선택하면 얇고 부드러운 천인 히잡이 상하지 않도록 손빨래를 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세탁한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나오는 히잡 세탁 의식을 배려한 기능도 있다. 히잡 세탁 규율에 맞춰 세탁 종료 후 세탁조의 35% 정도 물을 채우고 각 방향으로 회전하는 기능이다.

대우전자의 중국용 ‘차 보관 냉장고’. [사진 각 업체]

대우전자의 중국용 ‘차 보관 냉장고’. [사진 각 업체]

현지 음식 조리를 위한 오븐도 눈길을 끈다. 동남아시아에선 ‘아얌고랭 복합오븐’이 인기다. 전자레인지·그릴·오븐·프라이어 기능을 합친 제품이다. 동남아시아 대표 음식인 아얌고랭(닭튀김), 사테(꼬치구이), 이칸 바카르(생선구이) 등을 기름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요리할 수 있어 ‘웰빙 요리 도구’로 관심을 끌고 있다. 멕시코에는 ‘셰프 멕시카노 복합오븐’이 있다. 멕시칸 스테이크 등 10여 가지 현지 음식을 쉽게 조리할 수 있다.

현지 날씨를 고려한 맞춤 기능도 있다. 삼성전자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수출하는 제품엔 ‘트리플 프로텍션’ 기능을 넣는다. TV에 일 년 내내 덥고 습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습기 보호’ 기술부터 ‘낙뢰 보호 기능’, ‘이상 전압 보호 기능’을 넣었다.

꽃가루 제거 코스가 있는 일본용 ‘LG 트롬스타일러’. [사진 각 업체]

꽃가루 제거 코스가 있는 일본용 ‘LG 트롬스타일러’. [사진 각 업체]

LG전자는 지난해 트롬 스타일러를 일본에서 출시하면서 ‘꽃가루 제거 코스’ 기능을 추가했다. 최근 일본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이상 현상으로 꽃가루가 급격히 늘었다. 연일 폭염이 쏟아지는 중동에서 판매하는 에어컨은 60도 이상의 혹서에 견딜 수 있는 ‘열대 컴프레서’와 ‘골드핀’을 적용해 냉방 성능을 강화했다.

LG전자는 또한 모기가 많은 동남아시아 공략을 위해 해충 퇴치 기능을 개발했다.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인 30~100kHz 초음파를 발생하는 모기 퇴치 에어컨과 모기 퇴치 TV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말라리아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아프리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실내 흡연이 많은 중동을 위한 공기청정 기능을 넣은 ‘LG 타이탄 빅2 에어컨’. [사진 각 업체]

실내 흡연이 많은 중동을 위한 공기청정 기능을 넣은 ‘LG 타이탄 빅2 에어컨’. [사진 각 업체]

해당 국가의 국민성을 반영한 제품도 있다. LG전자의 중동 전용 에어컨엔 실내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많다는 특징을 반영해 담배 연기를 제거할 수 있는 공기청정 기능이 있다. 대우전자는 평소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에선 차만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차 보관 냉장고’를 내놨다. 식수가 귀한 중동 지역 공략을 위해 문에 자물쇠가 달린 냉장고도 있다. 외부인이나 아이들이 함부로 물이나 음식물을 꺼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브라질에서 LG전자는 ‘축구 TV’를 내놨다.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성을 고려해 TV에 축구 시청 특화 모드인 아레나 모드를 탑재했다. 이 모드를 선택하면 녹색이 강화돼 축구장 잔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서라운드 사우드 효과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안중구 대우전자 대표이사는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한 세분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현지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해외 시장 공략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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