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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대물 광어 눈앞에서 해체해 썰어주는 특별한 맛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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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의 심식당]

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 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전통주 전문가 이승훈 백곰막걸리&양조장 대표가 추천한 ‘대물상회(大物商會)’입니다.

완도에서 올라온 자연산 광어를 두툼하게 썰어 생선살의 탄탄한 식감이 살아있다.

완도에서 올라온 자연산 광어를 두툼하게 썰어 생선살의 탄탄한 식감이 살아있다.

“자연산 대물을 눈앞에서 해체·조리해주는 특별한 곳” 

대기업 식자재 MD와 축산물 가공·유통 관련 HACCP 심사관으로 일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던 이 대표는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2011년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6년간 전통주 교육기관과 전국에 흩어져있는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우리 술을 공부했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기 좋은, 또는 술 마시고 해장하기 좋은 맛집 방문까지 이어졌다. 어떤 날은 하루 동안 술집을 포함해 8곳의 식당을 가기도 했다. 2016년 백곰막걸리&양조장을 연 후에는 가게 일을 하느라 전만큼 많은 곳은 아니지만, 여전히 지인들과 또 직원들과 자주 맛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다녀온 맛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꼬박꼬박 기록해, 그의 페이스북엔 수백개의 맛집 정보가 쌓여있다.

이승훈 대표가 대물상회에서 이날 먹을 자연산 광어를 촬영하고 있다.

이승훈 대표가 대물상회에서 이날 먹을 자연산 광어를 촬영하고 있다.

그런 그가 마음속 최고의 식당으로 꼽은 곳이 마포 목포낙지 최문갑 대표가 지난 3월말 문을 연 ‘대물상회’다. 오픈한지 2주밖에 안 됐지만 이 대표는 벌써 세 번이나 다녀갔다. 그는 “목포낙지의 연속 선상에 있는 곳으로 대물(大物)이라는 상호대로 지역 어민들에게 직접 받은 커다란 자연산 생선을 손님 눈앞에서 해체·조리해준다”며 “일반식당에선 먹을 수 없는 맛과 볼거리가 있다”고 소개했다. 애주가인 이 대표에게 술 리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소주·사케·와인·위스키 중에서도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술들이 장식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굉장히 유명해질 곳으로 자신한다”며 “먼저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며 웃었다.

낚시로 잡은 자연산 대물만 사용해   

도화동 주택가에 자리한 '대물상회' 입구. 유리로 만든 생선 작품이 눈길을 끈다.

도화동 주택가에 자리한 '대물상회' 입구. 유리로 만든 생선 작품이 눈길을 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주택가, 세탁소·어린이집·태권도장 있는 평범한 주택가에 3월 30일 ‘대물상회’가 문을 열었다. 상권과는 거리가 먼 주택가에 식당을 열겠다고 공사를 벌이니,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은 “왜 이런 곳에 식당을 여냐”며 걱정했다. 최문갑 대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이야말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곳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오래된 건물은 최 대표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으로, 가겟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1층에 있던 이발소가 나간 후 옆쪽 주거공간까지 연결해 가게를 만들었다. 한재면 작가가 유리에 금을 넣어 만들어 오묘한 색을 낸 커다란 생선 작품으로 장식한 입구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볼 만큼 멋스럽다. 문을 옆으로 밀고 안으로 들어가면 오픈 주방과 ㄱ자로 놓인 두 개의 기다란 테이블이 보인다. 일식당 ‘이치류’의 주성준 대표가 선물한 100년이 넘은 벽시계부터 유리 작품, 수저받침 등 작은 집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정성껏 준비한 주인장의 마음이 느껴진다.

 주방을 기준으로 ㄱ자로 놓인 길다란 테이블엔 20명이 앉을 수 있다.

주방을 기준으로 ㄱ자로 놓인 길다란 테이블엔 20명이 앉을 수 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 30분 가게를 찾았다. 최 대표는 주방에서 이어진 마당에서 생선 손질에 한창이었다. 그는 “오늘 바람이 많이 불어 생선이 작다”고 말했지만, 조리대엔 성인 상반신 크기의 커다란 농어와 광어가 차례대로 올라왔다. 익숙하게 비늘을 벗겨낸 후 칼로 내장과 알까지 깔끔하게 분리해냈다.

주방에서 연결된 마당 조리대에서 그날 올라온 자연산 광어를 손질하고 있는 최문갑 대표.

주방에서 연결된 마당 조리대에서 그날 올라온 자연산 광어를 손질하고 있는 최문갑 대표.

그의 조리대엔 아무 생선이나 오를 수 없다. 언제·어디서·어떻게 잡혔는지 꼼꼼히 따지기 때문이다. 실제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자연산이다. 최 대표는 “언제 누구에게 잡혀먹힐지 몰라 늘 긴장한 채 사는 자연산은 그만큼 가두리에 갇혀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고 자란 양식어에 비해 생선 살의 탄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기준은 낚시로 잡은 생선이다. 그물로 잡으면 생선끼리 부딪치고 그물에 엉켜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산지다. 그는 녹동(고흥)·완도·신안의 어민에게 직접 생선을 받는다. 한 마리씩 받지 않고 그날 조업한 배의 생선을 모조리 사는 식이다. 그는 “내가 필요할 때만 생선을 사려고 하면 거래할 수 없다. 어민과 내가 함께 간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생선을 사는 게 나만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년간 어민들과 거래하며 쌓은 탄탄한 신뢰는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어민들은 좋은 생선은 최 대표에게 먼저 보낸다. 오전에 보낸 생선은 오후에 최 대표의 조리대에 오른다. 여러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신선하다.

전통주 전문가 이승훈 대표 추천 ‘대물상회’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선 해체쇼  

최문갑 대표가 손질한 광어살을 썰고 있다. 주방이 오픈돼 있어 요리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최문갑 대표가 손질한 광어살을 썰고 있다. 주방이 오픈돼 있어 요리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최 대표는 업계에선 마포 ‘목포낙지’ 주인장으로 익숙하다. 최 대표의 아버지는 1989년 목포낙지를 열고 철판낙지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아버지 건강이 나빠졌고 15년 전부터 최 대표와 동생이 함께 가게를 꾸려왔다. 낙지요리를 주로 했지만 최 대표는 3년 전부터는 회를 시작했다. 요리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무조건 많이 사서 직접 손질하며 몸으로 익혔다. 하모(갯장어)·붕장어·민어·농어 등 그때그때 제철인 생선을 사용하다 보니 다룰 수 있는 생선 종류가 늘었다. 생선은 대물만 고집해 다른 곳과 차별화했다. 낙지를 먹으러 왔던 사람들이 제철 회를 맛보면서 생선회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유명한 TV 맛집 프로그램엔 민어 맛집으로 소개됐다.
현지에서 그날 보낸 신선한 생선을 주방에서 해체·손질해 손님에게 내는 최 대표를 보고 지인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그 좋은 걸 왜 숨어서 하냐. 손님에게 보여주라”며. 그 말에 힘입어 준비한 곳이 대물상회다. 최 대표는 “재료에 자신이 있으니까 정공법으로 가겠다. 참치 해체쇼만 봐도 놀라는데 제철 생선을 손질하는 걸 보는 재미는 우리 집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실제 대물상회의 요리엔 국적이 없다. 최 대표는 “일식 오마카세도, 한국식 횟집도 아닌 최문갑만의 스타일로 요리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코스 중간에 나오는 참치회.

코스 중간에 나오는 참치회.

대물상회는 그날 산지에서 올라온 생선으로 코스를 구성한다. 두툼하게 썬 횟감부터, 낙지 무침, 참치, 생선밥, 맑은탕(지리)까지 순서대로 내준다. 운 좋은 날엔 그날 잡아 싱싱한 생선 간도 맛볼 수 있다. 담백한 카르토치오(생선·해산물을 포일에 쌓아 구워낸 요리)와 매콤한 낙지 무침 등도 중간중간 내줘 질리지 않는다. 같은 생선회도 막걸리에 숙성시켜 식감이 다르게 조리한다.

매콤새코맣게 무쳐낸 낙지무침.

매콤새코맣게 무쳐낸 낙지무침.

그날 올라온 생선은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아낌없이 내주는 것도 대물상회의 매력이다. 최 대표는 생선을 손질하는 틈틈이 테이블 위의 회 접시를 보다 비워지기 전에 직접 회를 들고 가 채워준다.
여기에 술까지 함께 하니, 가게 안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최 대표는 술 리스트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해가고 있다. 보리소주를 오크통에서 장기숙성해 증류한 일본 고쿠, 일본 위스키 야마자키·히비키, 한국 보리소주, 글렌피딕 등이 인기다. 자연산 회와 싱싱한 횟감으로 만든 생선요리를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가격은 합리적이다. 1인 기준 4만5000원부터.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운영하며 주말은 쉰다. 다만 토요일에 한해 예약이 있으면 문을 연다. 좌석이 20석 정도로 적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코스 마지막에 나오는 생선밥. 이날은 광어를 넣어 밥을 지었다.

코스 마지막에 나오는 생선밥. 이날은 광어를 넣어 밥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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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동영상=전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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