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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면 큰일 난다...신선한 공포 '콰이어트 플레이스'

중앙일보

입력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소리를 내면 정말 큰일 난다. 층간 소음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의 실내 뜀박질을 막는 부모 얘기가 아니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부모는 더욱 절박하다. 소리에 반응하는 정체불명 괴물의 공격으로 지구촌이 초토화된 상황.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도시를 떠난 부부는 살아남기 위해 철저하게 행동한다. 소리를 안 내려 맨발로 걷는 건 기본. 어떤 공포와 고통에도 절대 비명을 질러선 안 된다. 진짜 무서운 건 머잖아 이들 가족에게 새로운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는 점. 산모가 비명을 지를 수도,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데.

지난달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영화제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처음 선보여 큰 호평을 받은 존 크래신스키 감독. [A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영화제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처음 선보여 큰 호평을 받은 존 크래신스키 감독. [AP=연합뉴스]

 이 기발한 발상의 공포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지난주 북미 개봉에서 첫 주말 5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제작비 1700만 달러의 영화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신예 감독은 존 크래신스키(38). 드라마 ‘오피스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선 주연과 공동각본까지 맡았다.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는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 출신의 에밀리 블런트. 두 사람은 2010년 결혼, 두 자녀를 두고 있는 부부다. 극 중에도 부부로 나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크래신스키 감독은 서면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소리에 대한 접근이 매우 참신하다.
"소리는 이 영화의 메인 캐릭터이자 가장 중요한 캐릭터다. 소리를 통해서 특정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이걸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휴대폰 같은 걸 쓰면서 주위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소리를 영화에 넣을지, 언제 넣고 뺄지를 처음부터 많이 생각했다. 후반 작업에선 사운드를 얼마나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었다. 관객에게 소리의 경계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아기가 태어난다는 극한 상황을 설정했는데.

참신한 발상으로 미국서 흥행돌풍 #각본, 주연 겸한 감독 크래신스키 #"아내가 캐스팅 해달라고 할 때 #마치 프로포즈 받는 심정이었죠" #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일, 가장 최악의 일로 떠올렸다. 아내를 캐스팅한 게 여러 이유에서 다행이었다. 특히 그런 장면을 찍을 때 내가 남자란 것, 출산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내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에밀리 블런트가 아내라서 캐스팅을 망설이진 않았나.
"시나리오를 쓰면서 에밀리가 아내이자 엄마 역을 맡는 걸 항상 꿈꿨다. 하지만 당시 에밀리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감독 롭 마샬, 올해 연말 개봉 예정) 촬영이 있었고, 우리 둘째 딸이 막 태어나서 여러가지로 일이 많았다. 더 솔직히 얘기하면, 에밀리가 출연작을 까다롭게 고르는 걸 지켜봐왔다. 이 작품을 하자고 했다가 에밀리가 '싫다'고 하면 처량해질 것이고, '하겠다'는데 그게 전적으로 나 때문이면 그것도 처량할 것 같았다. 다만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시시콜콜 얘기를 해줬고 에밀리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역할에 맡는 배우들을 추천해주기도 했고. 어느 날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에밀리가 시나리오를 읽어 봐도 되냐고 물었다. 다 읽고 나서 날 돌아보는데 멀미를 하는 것 같았다. 봉지라도 챙겨주려니까 에밀리가 ‘이 역할을 다른 사람이 하게 해선 안돼’라고 했다.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 말 하려는 거야?’ 그랬다. 프로포즈라도 받는 듯한 심정이었다. 에밀리가 자기를 캐스팅해 주겠냐고 묻길래 0.2초 정도 생각하고 '그래'라고 답했다. 튕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기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린 자녀 가운데 딸이 청각장애인이라서 가족 모두 수화를 쓸 줄 안다는 설정이다. 실제 청각장애를 지닌 아역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지난해 영화 '원더스트럭'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선 다음달 개봉 예정)가 딸 역할을 맡았는데.
"처음부터 청각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하겠다는 내 의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그 여배우가 이토록 천사같은 인물일 줄은 몰랐다. 밀리센트는 연기력만 훌륭한 게 아니라 내 안내자였다. 내가 그녀가 연기할 캐릭터를 만들 순 있어도 그 감정이 뭔지는 알 수 없다. 밀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감정을 잘 표현했다. 다들 수화를 배워 현장에서 수화로 소통했다.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게 후회된다. 밀리가 부모님과 수화로 소통하는 걸 본 적 있는데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느꼈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 자녀를 둔 아버지인 점이 도움이 됐나.

"내가 이 시나리오를 맡았을 때가 막 둘째 딸이 태어났을 때였다. 딸을 낳은 건 아내 에밀리였고 나는 구경꾼이었지만. 아무튼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침묵해야 하는 가족이란 설정이 너무 강렬하게 다가왔다. 처음의 아이디어에 깊이를 더하면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한 거대한 비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시나리오 초고를 읽었을 때가 딱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이달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사회에 참석한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 [사진 AP=연합뉴스]

이달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사회에 참석한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 [사진 AP=연합뉴스]

-괴물의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을텐데.
"괴생명체에 대해서 내게는 항상 구체적인 비전이 있었다. 어떻게 행동할 지, 영상에 어떻게 보여졌으면 하는 지 등등. '쥬라기 공원''스타워즈'등을 작업했던 ILM과 일한 건 아내와의 협업을 제외하고 내가 경험한 최고의 협업이었다. 정말 포용력이 뛰어났다. 영화 제작 막판에 내가 괴물의 귀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겼는데 예산도 떨어져가고, 이들도 다른 작품을 하고 있던 시점이다. 시간도 없고 돈도 못 받을 수 있는데 작업을 해줬다. 창조물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원래 공포영화 팬인가.
"솔직히 전에는 많이 보지 않았다. '죠스', '에이리언', '로즈마리의 아기', 히치콕 작품 같은 고전은 물론 봤지만. 공포영화에 무식하다고 느끼고 싶지 않아서 '겟 아웃'등 요즘 공포영화를 고루 찾아봤다. 구체적인 기법보다는 어떻게 긴장감을 만드는 지, 순간마다 관객들이 어떤 느낌을 받게 하는 지를 관찰하고 싶었고, 원하던 바를 배웠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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