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장서 부모 쫓아낸 '문제아' 리드, 그린 재킷 입다

중앙일보

입력 2018.04.10 00:02

업데이트 2018.04.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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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리드가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고 있다. 잦은 구설수에도 PGA 투어 5승을 거뒀던 리드는 마침내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오거스타 AP=연합뉴스]

리드가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고 있다. 잦은 구설수에도 PGA 투어 5승을 거뒀던 리드는 마침내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오거스타 AP=연합뉴스]

패트릭 리드(28·미국)가 9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리드는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쳐 합계 15언더파로 리키 파울러(30·미국)를 한 타 차로 제쳤다.

미국 라이더컵 우승 이끈 주역
마지막 날 매킬로이·스피스 제압
품성 논란에도 '캡틴 아메리카' 별명
한국계 아마추어 덕 김, 공동 50위

리드는 미국 골프계에서 ‘캡틴 아메리카’라고 불린다. 미국은 유럽에 번번이 졌던 라이더컵에서 리드가 참가하고 난 뒤 분위기가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라이더컵에서 리드는 통산 6승2무1패를 기록했다. 조던 스피스(25)나 더스틴 존슨(34·이상 미국)보다 전적이 좋다. 싱글 매치에서는 한 번도 지지 않았고, 2016년 대회에선 유럽 최고 선수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를 깨면서 수훈갑이 됐다.

리드는 이날 챔피언조에서 상대한 매킬로이를 전반에 완벽히 눌렀다. 스피스와 파울러의 막판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리드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매킬로이 만큼의 박수도 받지 못했다. 우승한 후 트위터에는 “2018 마스터스 챔피언이자 썩을 X” “마스터스 우승자 중 가장 나쁜 X” 등의 악성 글이 달렸다.

마스터스 챔피언의 상징 그린 재킷을 입은 리드가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스터스 챔피언의 상징 그린 재킷을 입은 리드가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패트릭 리드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바로 옆에 있는 오거스타 스테이트 대학 출신이다. 그런데도 팬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것이다. 그는 스포츠로 유명한 조지아 대학에 다니다가 퇴출돼 작은 시골 학교인 오거스타 스테이트대로 옮겼다. 조지아 대학 재학 중 스코어를 속였고, 동료의 물건을 훔쳤다는 비난을 받았다. 리드는 “단지 술을 마시다가 적발돼 학교를 그만둔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조지아 대학 재학 시절 코치는 “골퍼로서 리드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인간으로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거스타 스테이트 대학으로 옮겨와서도 그의 앞길을 평탄치 않았다. 동료들이 그를 팀에서 퇴출할지를 놓고 투표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았다. 실력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리드는 오거스타 스테이트를 이끌고 두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작은 학교인 오거스타 스테이트 대학이 전국대회를 제패한 것만도 기적같은 일인데 그는 2년 연속 우승의 주역이 됐다. 두 번째 우승인 2011년, 리드는 자신을 쫓아낸 조지아 대학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했다.

리드는 2013년 PGA 투어에 입성한 뒤 1년여 만에 3승을 거뒀다. 가장 어린 나이(23세)로 WGC(월드골프챔피언십) 대회 챔피언의 자리에도 올랐다. 그는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면 나처럼 성적을 낸 선수가 거의 없다. 나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선수”라고 주장했다. 리드는 대회 때마다 타이거 우즈와 똑같이 마지막날엔 붉은 상의에 검정 바지를 입었다.

그는 프로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2014년 대회 도중 3퍼트를 한 뒤엔 화가 나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욕을 해 문제가 됐다. 2014년 US오픈에 왔던 그의 부모는 리드의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그의 부모는 “며느리가 아들을 조종한다”고 했고 리드의 부인인 저스틴 리드는 “남편이 부모로부터 학대당했다”고 주장했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리드는 “부모의 축하를 받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여기 골프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이런 리드를 놓고 미국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이거 우즈(43·미국)는 마지막날 3타를 줄여 합계 1오버파 공동 3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지난 2년 동안 (허리가 아파) 밥 먹으러(챔피언스 디너에 참가하러) 여기에 왔는데 이번엔 경기에 뛰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에 출전한 아마추어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실버컵’을 수상한 덕 김(오른쪽). [AP=연합뉴스]

마스터스에 출전한 아마추어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실버컵’을 수상한 덕 김(오른쪽). [AP=연합뉴스]

재미동포 덕 김(22)은 합계 8오버파로 공동 50위에 올라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마추어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 ‘실버 컵’을 받았다. 실버 컵은 그동안 필 미켈슨(1991년), 타이거 우즈(1995년), 세르히오 가르시아(1999년), 마쓰야마 히데키(2011년) 등이 아마추어 시절 받은 바 있다. 조던 스피스(25·미국)가 다녔던 텍사스대 4학년생인 덕 김은 지난해 8월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김샛별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는 덕 김은 “항상 이 대회 시상식에 서는 모습을 꿈꿨다. 감격스러운 한 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6월 US오픈에 출전한 뒤 프로로 전향한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김지한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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