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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이미 빚 있는 사람, 대출받기 더 어렵게 하는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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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Q. 올해 도입된 신 DTI, DSR이 뭔가요

올해 들어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새로 도입됐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신 DTI가 도입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도 시행된다는데 신 DTI와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대출 규제는 LTV·DTI에서 시작 #정부 바뀔 때마다 정책 왔다갔다 #임대업자 겨냥한 RTI?LTI 시행도

A.  틴틴 여러분 DTI라는 용어는 신문기사에서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겁니다. DTI와 항상 붙어 다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입니다. DTI와 LTV는 주택담보대출, 즉 아파트 같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대개 집을 살 때 부족한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걸 말하는데요. 집이 여러 채인 다주택자나 부동산에 세를 주는 사업을 하는 사람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다른 주택을 더 사거나 개인 자금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아직 은행에서 대출해본 경험이 없는 틴틴 여러분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DTI와 LTV는 우리 경제의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동산 시장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에 개념을 잘 이해하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력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두 가지 중 먼저 생긴 것은 LTV입니다. 은행이 담보로 잡는 주택 가치에 따라 대출자에게 얼마를 빌려줄지 정하는 겁니다. 즉, 주택 가격 대비 최대 얼마까지 대출해줄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만약 LTV가 50%로 정해져 있다면 1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이 비율을 낮출수록 대출 규제를 엄격하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LTV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습니다. 이어진 노무현 정부에선 이 비율이 지역에 따라 40%까지 낮아지기도 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0%로 높아져 규제가 느슨해졌습니다. DTI를 볼까요. LTV가 주택의 가격을 고려 대상으로 삼았다면 DTI는 차주, 즉 대출자의 돈 갚을(상환) 능력을 봅니다. 상환 능력은 곧 대출자가 얼마 버는지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DTI는 대출자의 연 소득에서 새로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원금+이자) 등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분수로 표현해보겠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이미 갖고 있던 주택담보대출 및 나머지 대출 이자를 더해 분자에 넣고, 분모에 있는 연 소득으로 나누면 됩니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이고 DTI가 40%라면 대출은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DTI는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됐습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LTV와 DTI의 본래 목적은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집값을 잡거나 혹은 띄우는 부동산 규제(완화) 장치로 자주 활용됐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면 두 비율을 낮춰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을 죄고, 시장이 꺼졌을 땐 반대로 하는 겁니다. 집값 혹은 정부 성향에 따라 두 비율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것을 두고 한편에선 “매년 (정부의) 행정지도 형식으로 두 비율이 제시되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 안정성이 결여됐다”(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는 평가도 나옵니다.

두 비율이 이해됐다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올해는 대출 규제가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잡으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죠. 대표적인 것이 신 DTI입니다. 지난 1월 말부터 시행됐습니다. 이름을 보면 DTI가 좀 더 세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DTI는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따질 때 소득 대비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뿐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도 상환 능력에 포함합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대출금은 더 많아졌으니 은행은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하겠죠.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방금 ‘이미 가지고 있는’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한 건이 아니라 여러 건이라는 말은 대출자가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신 DTI는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라고 해석합니다. 반대로 무주택자인 20~40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등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대출자는 신 DTI로 대출 한도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분수에서 분모에 들어가는 소득은 미래 소득까지 따지기로 했기 때문이죠.

끝이 아닙니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은 DTI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대출자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모든 돈의 1년 치 원리금을 다 따져서 대출 한도를 구합니다. 전셋집 보증금 마련을 위한 전세자금대출, 여윳돈이 필요할 때 만드는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 빚이란 빚은 모두 대출자의 부담으로 간주해 대출 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하는 겁니다. DTI→신 DTI→DSR로 갈수록 추가로 빚을 내기는 더욱 어려워진 셈입니다. 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자체적으로 마련한 DSR 비율에 따라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입니다.

그밖에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도 있습니다.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과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이 대표적입니다. RTI는 집 여러 채를 임차인에게 빌려줘서 이익을 얻는 부동산 임대업자의 빚을 관리하기 위한 겁니다. 이번 정부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을 막겠다는 거죠. RTI는 연간 부동산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신규+기존 대출)으로 나눠서 구합니다. 아파트 등 주택은 1.25배, 상가·오피스텔은 1.5배 이상이어야 대출이 가능합니다. LTI는 개인사업을 하는 자영업자에게 적용합니다. 개인 자격으로뿐만 아니라 사업자 자격으로도 이중 대출이 가능한 자영업자가 과도한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하는 취지입니다. 1억원 이상 대출을 받으려는 자영업자의 소득에서 대출(가계+사업자 대출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구합니다. 이번 틴틴경제가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서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 꿰뚫어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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