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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주식 판 16명…37분 탐욕의 죄, 1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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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증권 100억대 손실 떠안을 듯 … 주식 판 16명이 물어내야 

지난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식으로 잘못 지급했고 일부 직원이 이를 처분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점검에 나섰다. 9일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식으로 잘못 지급했고 일부 직원이 이를 처분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점검에 나섰다. 9일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치명적인 사고를 파악하고도 시스템이 닫히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7분이었다. 주식을 잘못 받은 일부 임직원은 그사이 회사가 “매도하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했는데도 많게는 100만주를 팔아치웠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는 내부통제 부재와 순간의 탐욕이 빚은 합작품이다.

‘팔지 말라’ 3차례 공지했지만 무시 #직원 입력 실수에도 팀장은 승인 #오류 알고 주문 차단까지 37분 걸려 #매각한 직원은 횡령죄 처벌될 수도 #금융감독원, 11~19일 현장검사 #삼성증권, 피해구제 전담반 운영

금융감독원은 9일 삼성증권 배당 사고 경과와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회사에선 담당자 개인의 실수라고 발표했지만, 개인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인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증권 사태는 도덕적 해이이고 직업윤리로 봐도 용납할 수 없다”라며 “문제가 있다면 엄벌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고는 5일부터 예고됐다. 담당 직원은 주당 배당금을 ‘1000원’이 아니라 ‘1000주’로 입력했지만, 담당 팀장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다. 다음날인 6일 오전 9시 31분에야 착오를 알아차린 담당 직원이 회사에 알렸고 회사 지원부서는 “잘못 배당받은 주식을 매도하지 말라”고 임직원에게 알렸다. 9시 51분에는 사내망을 통해 ‘직원 계좌 매도 금지’ 긴급 팝업창을 띄웠다. 5분 간격으로 두 차례 더 팝업이 떴는데도 일부 직원은 무시하고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이날 주가는 한때 12% 급락해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회사 시스템이 임직원의 주문을 정지한 시간은 10시 8분이다. 사고를 알아차린 지 37분이 흐른 뒤였다. 금감원은 회사의 매도 금지 경고에도 주식을 팔아치운 직원이 누군지 향후 검사에서 확인할 예정이다. 주식을 판 16명의 직원 중엔 부서장급과 애널리스트도 있다.

증권사 직원 한명이 이해가 상충할 수 있는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삼성증권은 자사 주주에게 주식을 배당하는 상장사이면서, 다른 상장사 주주에게 배당을 대신 해주는 증권사이기도 하다. 더구나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을 검증해 줄 유관기관이 없다는 점도 사고 위험을 키웠다. 일반 주주에 대해선 증권사가 예탁결제원을 통해 현금배당한다. 하지만 배당소득세가 면제되는 우리사주는 증권사가 곧바로 조합원 계좌에 배당금을 넣어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이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4개 증권사를 확인한 결과 삼성증권과 유사한 배당 체계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언제든 제2의 삼성증권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모든 증권사와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주식거래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당장 10일까지 삼성증권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현장 특별점검을 한다. 6일 체결된 매도 계약의 결제가 10일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11~19일에는 삼성증권 현장검사를 진행한다. 이날 삼성증권은 이학기 고객보호센터장을 반장으로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했다. 6일 이후 이날 오후 4시까지 180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피해를 본 투자자는 삼성증권 홈페이지 민원신고센터 및 콜센터(1588-2323), 지점으로 접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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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회사 및 부당하게 주식을 거래한 임직원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다. 당장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업무 인가는 당분간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많다. 삼성증권은 다른 4개 대형 증권사와 함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됐지만,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씨 관련 재판을 받고 있어 심사가 보류됐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이번 사고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됐다. 자기 주식이 아닌데도 팔아치운 임직원 16명에 대해선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 현행법상 점유이탈물 횡령은 유실물 등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금품을 횡령하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201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송금 절차 착오로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써버렸다면 횡령죄로 처벌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사고 처리 과정에서 삼성증권이 입은 손실은 100억원대로 추정된다”며 "16명 직원이 물어내야 할 돈”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법무법인 우일의 방효석 변호사는 “주식을 내다 판 임직원의 고의성이 확인된다면 횡령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별 사안에 따라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까지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소액주주들의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조계창 변호사는 “투자자에게 올바른 시장 정보를 전달해야 할 애널리스트가 주식을 먼저 내다 팔았다면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라며 “소액주주가 연대해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이나 삼성증권 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김영민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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