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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의 악기 하프? 연주 끝나면 손끝 갈아내죠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 모인 다양한 국적의 하피스트들. 곽정, 이리나 징, 나오코 요시노, 플로렌스 시트럭, 엘리자베스 하이넨, 마리아 루이자 레이안. (왼쪽부터) [사진 스테이지원]

한국에 모인 다양한 국적의 하피스트들. 곽정, 이리나 징, 나오코 요시노, 플로렌스 시트럭, 엘리자베스 하이넨, 마리아 루이자 레이안. (왼쪽부터) [사진 스테이지원]

 대한민국 국제 하프 콩쿠르와 하프 페스티벌은 지난달 24일 시작해 이달 1일 막을 내렸다. 세 번의 공연, 하프 체험 행사, 공개 레슨, 워크샵 등이 열렸다. 하프 콩쿠르와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총감독을 맡은 하피스트 곽정은  “2022년까지 참가 연주자가 다 정해졌을 정도로 하프의 열기는 세계적으로 뜨겁다”고 전했다.

5개국 하피스트가 말하는 하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난달 28일 열린 대한민국 국제 하프 콩쿠르엔 주니어 부문 14명을 비롯해 총 44명이 총 12개국에서 참가했다. 곽정은 “하프는 소수의 연주자만 다루는 특이한 악기가 더이상 아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프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4년 전 코리아 하프 페스티벌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콩쿠르를 열고 있다.

하프에 대한 오해는 많다. 페스티벌 연주와 콩쿠르 심사를 위해 내한한 각국의 하피스트들은 “하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1. 하프는 비싸고 크다?

일본의 나오코 요시노는 “하프를 시작할 땐 작은 중고차값 정도가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비싼 악기라 접근이 쉽지 않다는 데 대한 반박이다. 17세에 이스라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고 스타 하피스트로 떠올랐던 요시노는 “바이올린 등 현악기에 비하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했다. 곽정은 “하피스트들은 하프가 바이올린의 활 털 몇가닥 값 정도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고 했다.
하프는 수백가지 사이즈로 제작된다. 미국의 하피스트 마리아 루이자 레이안은 “4~5세부터 하프를 시작할 수 있고 아이들에 맞는 사이즈를 고르면 된다. 어른들도 작은 사이즈로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악기”라고 했다.

러시아의 하피스트인 이리나 징. [사진 스테이지원]

러시아의 하피스트인 이리나 징. [사진 스테이지원]

2. 하프는 우아하고 여성적이다?

하피스트는 8개 손가락만 쓴다. 양손의 새끼 손가락은 쓰지 않는다. 대신 나머지 손가락의 끝에는 굳은살이 두툼하게 생긴다. 곽정은 “굳은살이 너무 두꺼우면 소리가 예쁘게 나지 않는다”며 “연주가 끝나면 바로 손끝 살을 갈아낸다”고 설명했다.
하프는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 소리 자체가 작고 울림도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피스트들은 연주자와 연주곡에 따라 하프의 힘은 천차만별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하피스트 엘리자베스 하이넨은 “18세기 작곡가들의 하프 작품을 파워풀한 연주자가 해석하는 것을 들으면 하프에 대한 편견이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는 하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곡가들이 늘어났다. 하이넨은 “최근엔 오케스트라에서도 남성 하피스트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3. 하프는 단순하고 심심하다?

하프는 47개 줄로 이뤄져 있다. 줄은 모두 온음, 즉 피아노의 흰건반 소리를 낸다. 검은 건반, 즉 반음 역할을 하는 것은 7개의 페달이다. 러시아의 하피스트 이리나 징은 “하프의 테크닉은 보기보다 복잡하다”고 했다.
특히 19세기 들어 악기 자체가 발전했다. 페달이 3개에서 7개로 늘어난 것도 이 때다. 곽정은 “그 이후로 모든 조(調)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됐고 다른 악기를 위해 작곡된 음악도 하프로 바꿔서 연주하기가 편리해졌다”고 했다. 악기의 발전 덕에 기교적으로 뛰어난 연주자의 탄생도 가증해졌다. 독일의 플로렌스 시트럭은 “전설적인 하피스트는 놀랄만한 테크닉으로 유명했다. 19세기의 엘리아스 패리시 알바스(1808~49)는 하프의 파가니니로 불렸다”고 전했다.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 미국 하피스트 엘리자베스 하이넨. [사진 스테이지원]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 미국 하피스트 엘리자베스 하이넨. [사진 스테이지원]

4. 하프는 소수의 악기다?

이번 대한민국 국제 하프 콩쿠르 참가자 중 최연소는 2008년생이었다. 중국ㆍ홍콩ㆍ싱가포르에서 참가한 만 10세 학생들이었다. 미국 인디애나 음대의 교수인 플로렌스 시트럭은 “아시아의 어린 학생들이 하프를 놀랄만큼 많이 배우는 것이 요새 추세”라고 말했다. 인디애나 음대는 전세계의 대학 중 하프 전공 학생의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시트럭은 “많게는 40명까지 재학한 때도 있었을 정도로 하프 연주자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20세기의 하프 강국은 프랑스였다. 프랑스의 앙리에드 르니에, 마르셀 그랑자니, 카를로스 살제도가 대가로 손꼽혔다. 곽정은 “주도권이 러시아에서 미국을 지나 아시아쪽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콩쿠르에서도 중국의 이브 렁(10, 주니어 부문), 신위에 장(15, 유스 부문)이 1위에 올라 아시아의 저력을 보여줬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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