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보아오포럼 신임 이사장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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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오포럼 신임 이사장에 취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보아오포럼 신임 이사장에 취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아오포럼의 신임 이사장에 취임했다. 반 이사장은 9일 오전 보아오포럼 이틀째를 맞아 열린 이사회에서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의 뒤를 잇는 제3대 이사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뒤 곧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3년 임기로 횟수 제한없이 연임할 수 있다.
보아오포럼은 매년 3∼4월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의 국제회의로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다국적 이사진을 구성하고 비정부 포럼을 표방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강한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 경제공영 넘어 전세계적 이슈 해결하는 창구로...."

'미스터 위안'으로 불리는 저우샤오촨 전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부이사장을 맡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스터 위안'으로 불리는 저우샤오촨 전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부이사장을 맡는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중국 측 최고위직인 부이사장에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인민은행장이 선임됐다. 저우 부이사장은 지난달 정년퇴임할 때까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행장으로 15년간 재직하는 동안 위안화 국제화와 금융자율화를 이끌며 ‘미스터 위안(元)’이란 별칭을 얻었다. 또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 대신 임기가 만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사직을 내놓았다.

보아오 포럼의 이사진에 합류하게 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중앙포토]

보아오 포럼의 이사진에 합류하게 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중앙포토]

반 이사장은 이날 포럼 현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아시아의 범위를 벗어나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창구로 만들기 위해 나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취임일성을 밝혔다.
반 이사장은 “18년전 보아오 포럼이 창설될 때는 주로 아시아의 경제 통합과 공동 발전을 내걸었는데 그 뒤 세계의 경제ㆍ사회 질서가 크게 바뀌었다"며 "지금부터는 아시아의 경제공영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엔 사무총장 시절 힘을 쏟았던 기후변화 문제와 지속가능발전 문제를 들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한 경험을 감안해 이사장으로 선출해 준 것 같다"며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전세계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나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다.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국이 자국 발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공헌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반 이사장이 보아오포럼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은 유엔 사무총장 시절 맺은 중국과의 인연과 신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교관 시절엔 중국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었지만 유엔 사무총장 재직 시절엔 10년 임기 중 11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특히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약을 체결하면서 미ㆍ중 협력을 이끌어냈고 남중국해 문제에서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지킨 점 등으로 인해 중국 정부의 신뢰가 높다는 평가다.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한 반 이사장은 “한국은 모범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로 칭송받고 있는데 기후변화나 지속가능발전 등의 문제에서 그런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며 한국 정부에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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