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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자 아나운서가 밝힌 '방송에서 안경 쓰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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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강지영 JTBC 아나운서, (좌) 김인후 아나운서, (중) 김혜연 아나운서, (우) 양다현 아나운서

(위) 강지영 JTBC 아나운서, (좌) 김인후 아나운서, (중) 김혜연 아나운서, (우) 양다현 아나운서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 TV 뉴스를 시청하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안경 쓴 여자 아나운서'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직 종사하는 여자 아나운서 4명 만나보니 #"안 쓰는게 당연한 분위기" "고정관념 깨야" #안경 착용 당연시 하는 남자와는 다른 현실 #전문가 "성차별 인식 탈피해야"

남자 아나운서들이 종종 안경을 쓰고 방송에 임하는 모습과는 분명 다른 현상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그렇다. 오죽하면 지난해 파업 중이던 국내 한 방송사에서 인력난으로 인해 부장급 여성 앵커가 안경을 쓰고 뉴스에 나오자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자 아나운서들은 왜 안경을 쓰지 않을까.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현직에 종사하는 4명의 아나운서를 최근 만났다. 이들의 말을 요약하자면 답은 간단했다. "안 쓰는 게 당연한 분위기여서"다.

프리랜서로 근무 중인 양다현 아나운서는 '방송계의 불문율'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다들 (안경을) 쓰지 않으니 (다른 아나운서들도) 안 쓰는 것 아니겠느냐"며 "일부러 안경을 안 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라면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고 있는데, 일단 누군가 고정관념을 깨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김인후 아나운서(프리랜서) 역시 사회적 분위기를 안경 미착용의 이유로 꼽았다. 김 아나운서는 "여자 아나운서가 외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들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안경 착용을 꺼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김혜연 아나운서(프리랜서)는 "안경을 끼는 것보다 맨눈으로 시청자를 봐야 좀 더 진실성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쓰지 않는다"면서도 "(그렇다고) 안경을 끼는 것이 나쁘다거나 시청자들이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자 아나운서의 안경 착용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부분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안경 착용이) 아나운서에게 더 지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건 맞다(김혜연 아나운서)" "여자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는 것만큼 이슈가 되지는 않는 게 현실(양다현 아나운서)"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강지영 아나운서

강지영 아나운서

안경 착용에 도전한 여자 아나운서도 있다. 최근 뿔테 안경을 쓰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강지영 JTBC 아나운서다. 강 아나운서가 처음 안경을 썼을 때 현장에선 신기해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는 "선배가 (뉴스를)발제할 때 안경을 쓰는데, 저도 따라 한 것"이라며 "필요할 땐 적재적소에서 안경을 사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방송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불문율이 현실의 변화를 따라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정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성 아나운서를 '꽃'이라 여기는 성차별적 인식이 오늘날 현실 속에서도 작동하는 것"이라며 "대중들은 (안경 착용을) 수용할 수 있는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부여된 (성차별적) 인식'으로부터 탈피해야 하는 게 현시대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안나영 기자 ahn.na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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