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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억 돈을 갖고 튀어라' 삼성증권 직원 횡령죄 처벌 받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직원 '도덕적 일탈'로 파장 커져 #대법원 판례 따르면 횡령죄 가능 #대규모 민사소송도 잇따를 전망

삼성증권에 대한 규제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9일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사진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삼성증권에 대한 규제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9일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사진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삼성증권 사태', 애널리스트·법인 처벌 가능하나

주당 1000원 배당을 1000주(약 3500만원어치)로 잘못 입력해 벌어진 ‘삼성증권 배당 사태’가 단순한 ‘팻 핑거(손가락이 뚱뚱해 자판을 잘못 쳐 주문량 실수를 일으키는 행위)’에서 회사 임직원의 ‘도덕적 일탈’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배당금 대신 잘못 들어온 주식을 내다 판 삼성증권 임직원은 선임급 애널리스트를 포함해 모두 16명으로 알려졌다. 9일 금융감독원은 사건의 진앙지인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특히 잘못 들어온 주식을 내다 판 임직원에게는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점유이탈물 횡령은 유실물 등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금품을 횡령하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송금 절차 착오로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써버렸다면 횡령죄로 처벌된다.

시중은행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방효석 변호사(법무법인 우일)는 “주식을 내다 판 임직원의 고의성이 확인된다면 횡령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별 사안에 따라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까지 적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경법상 횡령죄는 5억원 이상 이득을 봤으면 일반 횡령죄(1년 이하 징역형)에 비해 형량이 높은 최소 3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피해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징역 5년 이상 무기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직원은 100만주, 최저가(3만5400원)로 계산해도 350억원어치 주식을 처분했다.

설령 형사 처벌은 피한다 하더라도 삼성증권 법인 자격의 대규모 민사 소송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6일 배당 지급 직후 삼성증권 주가는 약 12% 급락했다. 주가 급락에 동반 매도를 선택한 일반투자자들의 재산상 피해도 발생했다. 조계창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투자자에게 올바른 시장 정보를 전달해야 할 애널리스트가 팻 핑거로 들어온 주식을 먼저 내다 팔았다면 ‘도덕적 해이’ 아니겠냐”며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이나 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도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담보 없는 공매도)’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안을 훨씬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초 사고는 실무 직원의 입력 실수로 발생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실제 주식시장에 발행되지도 않은 주식을 2000억원어치 공매도했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 이번 사건이 '공매도 금지 청원'으로 비화되는 이유다. 청와대 게시판에만 벌써 10만명 이상이 공매도 금지 청원에 참여했다.

금감원은 특별감사가 끝나는 대로 이번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사건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실질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이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확실히 점검해 분명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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