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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삼성증권 '매도금지' 세차례 팝업 공지에도 직원들 주식 팔아치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증권의 28억주 배당 사고에 대해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그(개인 실수 차원)보다 심각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발행사·투자중개업자로서 배당업무 시스템 동일 #금감원, 19일까지 특별검사 및 현장점검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개인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와 관리시스템이 미비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봤다. 지난 5일 삼성증권 직원은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최종 결재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는데 다음 날인 6일 오전까지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새로운 슬로건 '신뢰의 가치로 답하다'를 발표했다.  [사진제공=삼성증권]

삼성증권은 새로운 슬로건 '신뢰의 가치로 답하다'를 발표했다. [사진제공=삼성증권]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주식배당 입력 오류가 났을 때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고, 관리자가 이를 정정하는 절차 및 감시 기능도 없었다"며 "내부통제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오류를 알아챈 뒤(6일 오전 9시 31분)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10시 8분) 37분이 걸려, 위기 대응이 부족했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 직원 16명이 회사 경고와 매도 금지 요청에도 착오로 입고된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했다는 점이다. 착오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업무 담당자가 본사에 이를 알린 뒤 9시 45분 증권관리팀이 전 회사 지원부서를 통해 '직원 매도금지'를 요청했다.

 9시 51분에는 이 회사 업무개발팀이 사내망을 통해 '직원 계좌 매도금지' 긴급 팝업 창을 띄웠다. 5분 간격으로 두 차례 더, 총 세 차례 팝업을 띄웠다.

하지만 10시 8분 시스템적으로 임직원의 전 계좌 주문 정지가 이뤄지기 전까지 잘못 배분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회사의 매도 금지 요청에도 매도한 직원이 16명 중 정확히 몇 명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검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도 폭탄이 쏟아지면서 지난 6일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12%가량 급락해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절차도 문제였다.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 주주에게 지급하는 것과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인 삼성증권이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특히 삼성증권은 발행회사로서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 배당업무가 같은 시스템상에서 이뤄져 오류 발생 개연성이 있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더구나 삼성증권 발행 주식 수(8900만주)의 31배에 달하는 28억1000만주가 증권사 마음대로 발행되고, 실제 장내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원 부원장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 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와 면담하고 주가 급락으로 발생한 투자자 피해 보상과 피해 신고를 처리할 수 있는 전담반을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또 6일 16명의 직원이 매도한 주식이 결제되는 10일까지 금감원 직원을 파견해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현장 특별점검을 하기로 했다.

11일부터 19일까지는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삼성증권 현장검사에 들어간다. 검사 결과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관련자와 회사를 법규에 따라 처리한다.

타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

원 부원장은 "금감원 대처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이번 사고 계기로 내부통제 및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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