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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테이블에서의 4가지 양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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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15)

협상에 노련한 상대방이 주로 구사하는 전략이 있다. 양보의 전략이다. 4가지 양보 전략을 알아보자.

첫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들고나오는 전략이다. 
올해 3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철강(25%)과 알루미늄(10%) 수출국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호주 등 동맹국은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되었지만 우리나라는 관세 면제국으로 지정되지 않아 당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진행하던 우리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앞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앞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해당 행정명령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2017년 기준 356만t의 철강을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한미 FTA 개정 협상 중 생각지도 못한 철강 관세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어떤 방식으로 든 철강 관세 면제를 얻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3월 25일 한미 FTA 개정 협상이 타결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결국 철강 관세 면제라는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냈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2015년~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268만t)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으름장을 놓았던 관세를 양보받는 대신 미국 수출 철강 물량을 대폭 줄이는 쿼터를 설정하는 쪽으로 타협한 셈이다.

노련한 협상 상대방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데 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뜬금없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카드를 들고 나왔을 때 그의 협상법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관세 카드를 활용해 각국을 상대로 한 무역 협상에서 의미 있는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둘째, 결정권 없음을 언급하며 양보를 거절하는 전략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양보 요구를 거절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략이 결정권이 없음을 언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가격할인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구매 담당자를 상대로 공급업체 담당자는 아래와 같은 패턴으로 양보 요구를 거절한다.

“우리 회사 가이드라인 상 저는 가격 결정 권한이 없습니다.” “그 부분은 제 권한 밖의 요구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우리 회사 가이드라인 상 저는 가격 결정 원한이 없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양보 요구를 거절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략이다. [사진 freepik]

"우리 회사 가이드라인 상 저는 가격 결정 원한이 없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양보 요구를 거절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략이다. [사진 freepik]

이러한 상대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에 결정권한자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참석하도록 유도하거나. 사후에 시한을 주고 결정권한자의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조건부 양보전략이다.
비즈니스 협상에 있어 공짜 양보는 없다. 협상의 고수는 상대방이 양보를 요구할 때 반드시 조건부 협상을 시도한다.
"개인적으로야 팀장님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저희도 회사를 대표해서 나온 입장에서 일방적 양보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침 저희 측에서도 요구할 사항이 있었는데, 저희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신다는 조건으로 귀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무조건적 양보를 할 때보다 상대의 요구에 적절한 조건을 제시하며 조건부 협상을 전개할 때 우리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얻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설령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상대방은 양보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넷째, 마지막까지 뜸을 들이는 전략이다.

비즈니스 협상에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의 첫 제안에 곧바로 양보하면 안된다. [사진 Freepik]

비즈니스 협상에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의 첫 제안에 곧바로 양보하면 안된다. [사진 Freepik]

“100만원 정도 할인이 가능한가요?” 현실적으로 100만원까지 할인은 힘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밑져봐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은 의외로 쿨하게 양보를 해준다. “네, 알겠습니다. 100만원까지만 할인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쿨한 상대의 반응에도 생각보다 기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아쉬움이 밀려온다. “이왕 말해보는 김에 200만원 할인을 요구해볼걸.”

비즈니스 협상에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의 첫 제안에 곧바로 양보하면 안 된다. 만약 첫 제안에 곧바로 양보한다면 상대방은 고마워하기보다는 불안해하고 아쉬워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양보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일 때도 적당한 시간을 두고 양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장님, 저희 내부 기준상 50만원 이상의 할인은 진행해본 적이 없어서 저도 일단 저희 대표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확인해보고 수요일까지는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경우 상대방은 기본적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할인을 해주더라도 추가적인 할인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지 않게 된다. 또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양보를 얻어냈다고 생각하게 되어 양보로 인한 주관적 만족감도 훨씬 커지게 된다.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류재언 변호사 yoolbonla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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