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오포럼 개막, 미중 무역전쟁속 시진핑의 新개방조치에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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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이 8일 개막했다. 11일까지 열리는 제18회 보아오포럼은 이날 오후 2000여명의 전 세계 정ㆍ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진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이번 포럼에서는 ‘개방 혁신의 아시아, 번영 발전의 세계’란 주제 아래 60여개의 세미나와 토론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저우원중(가운데) 보아오포럼 사무총장의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제18차 보아오 포럼이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저우원중(가운데) 보아오포럼 사무총장의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제18차 보아오 포럼이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중국은 특히 올해로 개혁ㆍ개방 40주년을 맞는 데다 중국 지도부 개편 후 처음 주최하는 대형 국제행사여서 이번 포럼을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르며 중국이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전도사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일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기조 연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까지 나흘간…시 주석 10일 기조 연설 예정 #포럼 인근 해역서 中해군 항공모함 동원 훈련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시 주석이 기조 연설에서 중국 개혁 개방 40년의 의미와 장래 비전을 제시하며 중요한 새 조치들을 발표할 것”이라 예고했다.이와 관련 홍콩 언론들은 “홍콩에 버금가는 새로운 자유무역항을 신설하는 방안이 시 주석이 내놓을 새로운 조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후보지로는 보아오 포럼 개최장소이자 성 전체가 경제특구인 하이난 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시 주석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ㆍ중 무역 갈등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성토하고 어떤 대항조치를 내놓을 지도 주목된다.

미·중 갈등과 관련한 또다른 관심사도 부각되고 있다. 시 주석은 보아오 포럼 참석 후 랴오닝(遼寧)함 전단을 직접 검열하는 관함식(觀艦式)을 주재할 것이라고 홍콩 동방일보 등이 보도했다. 중국 해군은 포럼 장소에서 멀지 않은 해역에서 항공모함 랴오닝 등 40척의 함정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이 관함식에 참석하는 것은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 또한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CVN-71)을 기함으로 하는 제9 항모강습단(CSG9)을 동원해 지난 6일부터 전날까지 이틀간 남중국해 남부 해역에서 싱가포르 해군과 함께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저우원중 보아오포럼 사무총장의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제18차 보아오 포럼이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저우 사무총장은 보아오포럼 사무국이 해마다 집계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다.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저우원중 보아오포럼 사무총장의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제18차 보아오 포럼이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저우 사무총장은 보아오포럼 사무국이 해마다 집계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다.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한편 이번 포럼에는 시 주석 이외에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등 5개국 현직 정상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포럼 기간 중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의 뒤를 이어 임기 5년의 새 이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또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새로이 이사에 선출돼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일보는 한국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아오포럼 미디어파트너로 지정돼 2015년부터 해마다 포럼에 참석해왔다.

포럼 첫날인 8일의 개막 기자회견에서는 포럼사무국이 집계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 순위가 발표됐다. 한국은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14년 이후 같은 순위이며 대만과 호주, 이스라엘, 일본, 뉴질랜드가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은 9위였다. 저우원중(周文重) 포럼 사무총장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일체화가 가속화하면서 경쟁력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이 눈에 띈다"며 "중국의 노동력 원가 상승으로 베트남과 인도 등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아오(하이난 성)=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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