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컬링대표팀이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사상 첫 4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그들이 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어뜯는 컬링’을 펼쳤다.
한국(세계 16위)은 8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 4강에서 스웨덴(세계 2위)에 연장 끝에 8-9로 석패했다.
스웨덴은 평창올림픽 은메달팀이자 이번대회 예선 1위팀이다. 한국은 6엔드에 불리한 선공인데도 2점을 따내는 스틸에 성공해 6-4로 앞서갔다. 7엔드에 2점을 내준 한국은 8엔드에 1점을 얻었다. 9엔드에 다시 2점을 허용해 7-8로 끌려갔다.
한국은 10엔드에 김창민의 드로 샷으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국은 연장 11엔드에 1점을 내주며 패했다. 스웨덴 스킵 니클라스 에딘이 마지막 8번째샷을 침착하게 드로로 성공했다.
앞서 한국은 예선에서 7승5패를 기록, 13팀 중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초반 3연승을 거둔 뒤 내리 5연패를 당했다. 와르르 무너질뻔했다. 하지만 다시 4연승을 거두는 저력을 선보였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13개국이 예선 풀리그를 거쳐 1, 2위 팀이 4강에 직행하고, 3~6위 팀은 준결승 티켓을 놓고 6강 플레이오프를 했다. 예선 4위 한국은 이날 5위 노르웨이와 플레이오프에서 7-5로 승리했다. 한국남자컬링 최초로 세계선수권 4강에 올랐다.
스킵 김창민(33)은 평소 선수들에게 “유럽과 북미팀들은 보통 키가 1m80cm가 넘고 체격이 좋다. 우린 7전8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어뜯는 컬링을 펼치자”고 말한다.
한국남자컬링대표팀은 지난 2월 평창올림픽에서도 초반 4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끈끈한 승부를 연출했다.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일본 등을 꺾으면서 4승5패, 7위를 기록했다.
한국남자컬링대표팀은 ‘컬벤져스(컬링+어벤져스)’ 여자컬링대표팀에 비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큰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은 “남자팀에는 일반 현역병을 다녀온 선수가 두 명 있다”고 전했다. 주장 김창민은 육군 보병으로 2016년 제대했다. 김민찬은 해군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전역했다.
운동선수에게 2년이란 공백은 치명적이다. 특히 컬링은 스톤을 딜리버리하고, 브룸으로 빙판을 닦아 방향을 조절해야 한다. 한 번 감을 잊으면 되찾기 쉽지 않다.
김창민은 올초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군 생활 2년간 컬링 훈련을 아예 못했다. 빗자루질은 했다”며 “제대하고 컬링을 다시 배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민찬은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면 컬링장으로 달려와 연습했다.
예비역이 가세한 남자팀은 지난해 완전체가 됐다. 김창민(스킵)·이기복(리드)·오은수(세컨드)·성세현(서드)·김민찬(후보)으로 구성됐다. 컬링국가대표 출신인 임명섭(35) 감독은 삼성증권 프라이빗뱅커(PB)를 그만두고 컬링계로 돌아왔다. 남자대표팀 총감독이었던 장반석 믹스더블(남녀 2인조) 감독도 팀을 도왔다. 선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브룸으로 빙판을 닦았다.
이들은 지난해 대표선발전을 통해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이번에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평창올림픽 멤버 그대로 나섰다. 세계 16위에 불과한 한국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당히 4강에 올랐다. 세계선수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캐나다-스코틀랜드 패자와 9일 새벽 4시 동메달결정전을 치른다. 한국컬링 남녀 통틀어 첫 세계선수권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컬링 최고성적은 2012년과 2014년 여자컬링대표팀이 기록한 4위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