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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테마파크 노크한 '신과함께' VFX 제작사

중앙일보

입력

'신과함께'를 만든 김용화 감독 VFX 전문회사 덱스터 스튜디오의 자체 제작 VR콘텐츠 '화이트래빗'. 체험 중 거울을 보면 흰 토끼가 실제 체험자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 [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신과함께'를 만든 김용화 감독 VFX 전문회사 덱스터 스튜디오의 자체 제작 VR콘텐츠 '화이트래빗'. 체험 중 거울을 보면 흰 토끼가 실제 체험자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 [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가상현실(VR) 세계에 접속해 자동차 경주를 즐겼다. 체험용 장갑을 통해 코너링의 짜릿함이 손끝까지 전해졌다. 이런 장면이 담긴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은 2045년이 배경이지만, 머잖은 미래처럼 와 닿는다. 현실에서도 VR 기술이 일상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영상·게임 분야다. 노래방‧오락실을 가듯 가볍게 VR 콘텐트를 즐기는 VR룸‧VR카페 등은 이미 2년 전부터 서울 강남‧홍대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 대기업이 가세하면서 최근엔 놀이기구처럼 타고 4D로 즐기거나, 여럿이 공간을 돌아다니며 슈팅·방탈출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규모 큰 도심형 VR테마파크도 생겨나는 추세다. VR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거나, 기존 흥행 영화 기반 VR 게임이나 VR 단편 영화가 VR테마파크에 공급되면서 영화와 게임의 경계도 옅어진다.

 최초 4D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 기술 리허설에서 관람 중인 관객들. 함께 영화를 보고 있지만, 보고 싶은 방향은 각기 다르다. [사진 (주)바른손이앤에이]

최초 4D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 기술 리허설에서 관람 중인 관객들. 함께 영화를 보고 있지만, 보고 싶은 방향은 각기 다르다. [사진 (주)바른손이앤에이]

할리우드에선 이미 메이저 스튜디오 20세기 폭스가 지난해 출범한 ‘폭스넥스트게임즈’를 통해 ‘마션’ ‘혹성탈출’ ‘에이리언’ 등을 토대로 한 VR 콘텐트를 선보이고 있다. SF 시리즈 ‘스타워즈', 저예산 호러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도 VR 게임이 나왔다. 국산 블록버스터 중엔 좀비 재난 영화 ‘부산행’이 물꼬를 튼다. 투자‧배급사 NEW의 자회사 콘텐츠판다가 싱가포르 특수효과영상제작사비비드쓰리와 글로벌 판권 계약을 맺고 올해 안에 VR 영상‧게임 등 다양한 콘텐트를 포함한 투어쇼 형태로 아시아 등지에 선보일 예정이다.
올 초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신과함께’(감독 김용화)의 저승세계를 VR로 즐기는 것도 가능성 있어 보인다. 김용화 감독의 VFX 제작사 덱스터 스튜디오는 최근 CJ CGV 용산 VR 테마파크 'V 버스터즈', 통신사 KT와 GS리테일이 지난달 초 신촌에 문을 연 '브라이트' 등과 계약을 맺고 VR 콘텐트 공급에 나섰다.

덱스터 VR콘텐츠 '화이트래빗'. 소녀의 안내에 따라 찻잔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컨셉트다. [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덱스터 VR콘텐츠 '화이트래빗'. 소녀의 안내에 따라 찻잔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컨셉트다. [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브라이트에서 만난 ‘화이트 래빗’은 제목처럼 흰 토끼가 되어 이상한 나라로 10분간 여행을 떠나는 컨셉트. V 버스터즈에서 관람한 ‘살려주세요’는 비오는 밤마다 문간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리에 얽힌 사연을 만화 한 칸, 한 칸 속에 들어간 듯 몰입할 수 있었다. 덱스터는 2015년부터 일찌감치 VR에 주목했다.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연출한 VR 공포물 ‘지박령’, 장형윤 감독이 SF 애니메이션 ‘프롬 디 어스(From the earth)’도 곧 선보일 예정. 네이버 웹툰과 협력하는 VR툰 등 다양한 시도가 담긴 10분 안팎 VR 콘텐트를 국내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관객 반응을 살핀다는 전략이다. 유태경 덱스터 디지털 휴먼 & VR연구소장은 “극장 형태 VR 체험관이 더 많은 미국‧유럽에 비해 한국‧중국‧일본은 탈 것처럼 즐기는 아케이드 게임형 VR이 더 각광받는다”면서 “상호작용이 가능한 VR 게임 방식을 활용하되, 궁극적으론 보다 흡인력 있는 VR 맞춤형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려 한다”고 했다.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의 VFX 전문회사 덱스터 스튜디오가 네이버 웹툰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VR툰 '살려주세요'. [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의 VFX 전문회사 덱스터 스튜디오가 네이버 웹툰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VR툰 '살려주세요'. [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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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손이앤에이의 4D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감독 구범석)는 극장가에 정면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37분 남짓의 이 청춘 로맨스는 지난달 31일부터 엿새간 CJ CGV 용산 4DX관에서 단관 개봉했다. 봉준호 감독 신작 ‘기생충’ 등 영화 제작을 병행해온 이 온라인 게임 회사는 자회사의 VR 기술력을 기반으로 과감히 중편 길이의 스토리텔링을 시도, CJ CGV‧4DXPLEX와 손잡고 세계 최초 4D VR 영화란 타이틀을 내걸었다. 일반 영화보다 관람료를 살짝 낮춰 6000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금을 포함해 이 영화의 총사업비는 13억여 원. 제한된 기기 탓에 하루 5회, 회당 40인만 관람할 수 있는 여건에선 관객이 꽉 차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처음부터 VR을 통한 체험보단 스토리텔링에 더 관심이 컸다”면서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참여했지만, 영화를 개발한 1년 전 예측보다 실제 VR 대중화 속도가 더뎌, 전국 5~6개관 순회 상영하려던 계획을 서울 1개관으로 축소했다. 수익 구조가 정착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CGV에 따르면 31일 개봉 후 첫 주말은 거의 매진,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에 비해 30~40대 남성 1인 관객이 많았다. VR 영화에 관심 있는 관객이 주로 찾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총 관객 1205명. 남자 주인공(김정현 분)의 얼굴을 여주인공(서예지 분) 시점으로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장면은 실제 배우와 마주한 듯 생생해, 한류사업 등 활용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반면, 장르 특성상 체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고 스토리가 평면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 영화 커뮤니티에선 6000원 관람료가 비싸게 느껴졌다는 관객 의견도 나왔다. 현재 VR테마파크에선 10분 내외 일반 VR 콘텐트 한 가지를 체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원 조금 못 미친다. 빅5를 묶어 체험하는 가격이 2만원 안팎이다. 놀이기구를 타듯 VR테마파크를 이용하는 방문객과 달리, 극장 관객의 경우 기존 장편 길이 영화의 관람료에 대비해 가격대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극장가에서 VR영화는 아직 관객과의 접점을 더 많이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월 30일 서울 홍대 지역에 문을 연 VR테마파크 'VR스퀘어' 에서 번지점프 체험 모습. [사진 나원정]

3월 30일 서울 홍대 지역에 문을 연 VR테마파크 'VR스퀘어' 에서 번지점프 체험 모습. [사진 나원정]

지난달 30일 홍대에 6층 규모 ‘VR스퀘어’를 개장한 게임사 스코넥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재 서울 내 소형 VR룸은 50여곳, 규모가 있는 VR 테마파크는 10여곳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킬러 지속적으로 교체해 재방문률을 높여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VR 콘텐트가 필요한 곳은 오히려 극장 밖에 있다는 뜻이다. 브라이트에선 '화이트 래빗'과 나란히 50여종 VR 게임도 즐길 수 있었다. 2일 이곳을 찾아 가장 인기 있다는 ‘플라잉제트’에 도전했다. 전신을 받쳐주는 놀이기기에선채로 탑승해 헤드셋을 착용하니, 아이언맨 같은 로봇 수트를 착용하고 있는 듯한 시점의 화면이 펼쳐졌다. 격렬한 전투 와중엔 놀이기구가 급격히 기울고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 실제 하늘을 나는 듯했다. 김장원 점장은 “한 달만에 누적 방문자가 4000명이 넘었다”면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MBC 케이블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영국인 게스트들이 강남 한 체험존에서 VR게임 중이다.

MBC 케이블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영국인 게스트들이 강남 한 체험존에서 VR게임 중이다.

장르를 막론하고 아직까지 VR이 대중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체험용 헤드셋이 무겁고 저화질로 인해 현기증이 난다. VR 콘텐트가 대부분 10분을 넘지 않는 이유다. ‘기억을 만나다’는 “비교적 가벼운 345g의 삼성 갤럭시 기어 VR에 삼성 노트8 스마트폰을 장착해 상영”(CGV)했지만, 중량 탓에 자꾸 흘러내려 손으로 받치고 보는 관람객도 있었다. 대부분 VR체험존이 번화가에 있고 자정 전후까지 운영하다보니 술에 취한 손님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피해 집에서 유투브‧구글로 VR 콘텐트를 본다 해도 하드보드지를 접어 만든 1000원 안팎의 카드보드 VR이나 1만~2만원대 저가 헤드셋 모델은 그냥 '해봤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을 정도다. 제대로 된 헤드셋은 수십 만원을 호가한다.
계속해서 VR 산업에 무게가 실리는 건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몰입감과 가상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일 테다. CGV는 자체 스크린X 기술력으로 참여한 VR 단편 영화 ‘공간소녀’로 올 초 미국 최대 IT엔터테인먼트 박람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 초청받는 등 대형 멀티플렉스 3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VR 공략에 나섰다. 콘진원이 지난해 지원한 VR 사업 중 연내 출시될 콘텐트 중엔 아이돌 스타 출근길을 모티브로 스토리를 꾸민 VR 테마파크, 실제 범죄현장을 바탕한 경찰 과학 수사 교육용 VR, 공룡 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용 VR 등이 있다. 스테디셀러 공연 ‘난타’도 VR 버전이 나온다.

VR 영화 '공간소녀'. 공간이 소녀에게 말을 걸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진 CJ CGV]

VR 영화 '공간소녀'. 공간이 소녀에게 말을 걸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진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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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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