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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택이 5평짜리 빈민아파트?…도 넘은 반대 안내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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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택에 반대하는 한 아파트단지의 안내문.[연합뉴스]

청년주택에 반대하는 한 아파트단지의 안내문.[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가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청년임대주택’ 아파트를 빈민아파트로 규정한 안내문을 붙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공공·복지시설이 집 주변에 생기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이런 안내문을 붙였다. 하지만 정책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를 고려하더라도 님비(NIMBY·내 지역에는 안 된다) 현상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6일 이 아파트 일부 주민으로 구성된 ‘하이마트 부지 기업형 임대아파트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작성한 ‘5평형 빈민아파트 신축 건’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보면 “시가 5평짜리 빈민아파트를 신축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주택이 허가되고 신축될 경우 우리 아파트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주민들의 행동이 도를 넘은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해당 사진을 올린 아파트 주민 석락희(59)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요일에 퇴근하는데 엘리베이터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반대 서명도 받더라”면서 “청년들을 빈민이라고 표현했는데 악의적"이라며 "정책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안내문에 ‘억지입니다. 그리고 공존하며 사는 것이 마땅하지,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직접 적었다.

주민들이 빈민아파트라고 주장하는 주택은 서울시가 도입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다. 도심 역세권에 주변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려고 도입됐다.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에 건물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면 민간 사업자는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이들 임대주택의 10~25%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확보해 주변 시세보다 수준으로 청년층에게 임대하게 된다. 입주 대상 연령은 만 19~39세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역세권 청년주택을 총 8만호 공급할 계획이다.

영등포구청역 인근 청년주택은 지하 5층~지상 19층 건물 2개 동(전용면적 17~37㎡, 626가구)이 들어서게 된다. 시는 지난달 주민 공람 공고를 마쳤다.

하지만 청년주택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주택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비상대책위의 안내문을 보면 반대 주민들은 청년주택으로 인해 ▶아파트 가격 폭락 ▶연약지반에 지하 6층 굴착 시 아파트 안전 ▶심각한 교통혼잡 ▶일조권·조망권 주변환경 훼손 ▶빈민지역 슬럼화 ▶아동·청소년 문제 불량 우범지역화 ▶보육권 교육 취약지역화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비상대책위 주장이 과장되고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지반안전 등의 문제는 안전과 직결돼 있어 당연히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며 “청년주택이 빈민아파트냐”고 반문했다.

청년주택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앞서 이랜드가 사옥 터인 마포구 창전동에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과 신림역 청년주택 등 다수의 청년주택 사업이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몸살을 앓았다. 신림역 역세권 청년주택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난해 9월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막아서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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