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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족의 기대에 눌린 청춘, 리셋이 필요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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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10면

최인철 심리학 교수가 본 ‘청년 고통’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기대는 높고, 기준은 없는 사회’. 최인철(서울대 심리학과·사진) 교수는 청년 고통시대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청년고통은 한국적 상황이 아닌 세계의 보편적 현상이라고도 했다. 최 교수가 사회심리학적으로 진단한 청년고통 시대의 원인과 해법은 이랬다.

#학업·봉사·성공·행복까지 요구하는 사회=이제껏 인류가 달성해보지 못했던 고도의 경제성장,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 세대 자체가 청년들에겐 압박요인이다. 성공의 기억을 가진 과거 세대는 자녀에게 자신들보다 더 크게 성공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런 완벽주의적 성향은 미세먼지처럼 청년의 의식에 꽉 박혀 이런 삶이 자신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성장이 멈추고 경쟁은 치열해진 지금 시대엔 도달할 수 없는 과도한 기대다. 결국 좌절한 청년들은 내 탓이 아니라 사회와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성공적 삶’이 아닌 ‘좋은 삶’의 기준 만들어야=사회와 가족을 위해 입신양명해야 한다는 등의 거대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것이 잘사는 것인지에 대한 자기 자신의 기준을 갖게 되면 외부의 기준에 덜 흔들리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영향을 받는 터라 좋은 삶의 기준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제시돼야 한다. 과거 ‘국민교육헌장’처럼 일방적이고 거대한 기준도 그 시대엔 통했다. 시대에 맞는 기준이 중요할 뿐 좋은 기준의 모범답안은 없다. 우리 사회가 기준을 만들어 청년들 스스로 삶의 기준을 조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마음먹기’가 아닌 ‘삶의 기술’이 문제=할 수 있다는 신념, 도덕과 인성, 초인 같은 의지 등 과거의 기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습관 훈련, 개인의 삶과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식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줄이는 실용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덴마크의 인생학교처럼 고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에 잠시 쉬어가는 학교를 도입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다가 재충전을 할 수 있는 학습사회 운동 등을 통해 기존의 습관과 생각을 리셋하는 계기를 만드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양선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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